수행하기에 더없이 적절한 숲속명상센터

세계의 수행처 / 미얀마 빤디따라마 명상센터 2

2009-07-29     관리자
세계는 하나로 열려 있다. 수행법 또한 어느 것 하나만이 유일하거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출가자는 물론 일반 재가불자들을 위해 열려 있는 세계의 수행처들을 안내하면서, 다양한 불교수행법을 소개하는 이 난에는 지난 1월호부터 미얀마의 대표적인 수행처인 파욱선원과 쉐우민센터, 마하시센터를 일묵 스님, 주기원 선생님, 일창 스님이 소개해주셨다. 이어서 수단따 님이 빤디따라마 명상센터를 2회에 걸쳐 소개해주셨다. 앞으로 인도, 태국, 티벳, 중국, 일본 그리고 미국과 유럽에 있는 수행처들을 안내해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양곤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 바고에 빤디따라마 숲속 명상센터가 있다. 15만 평이 넘는 아주 아름다운 곳이다. 이 곳은 1년 내내 집중수행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혼자 사용할 수 있는 숙소(꾸띠)와 수행하면서 충분히 영양을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 채식과 구분하여 무료 제공된다.
또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은 스승과의 수행면담도 이루어진다. 해마다 겨울이면 미국에 있는 싸담마 그룹의 주최로 12월 1일에서 1월 31일까지 두 달간 ‘겨울 국제선’이 열린다. 이 기간에는 세계 각국에서 많은 외국인이 모여서 매일 수행면담과 법문을 통해 자신의 수행을 발전시킬 수도 있다.
물질과 정신을 관찰하며 알아차림을 통해 생겨나는 지혜는 발전할 때마다 점검하여, 면담하는 내용도 바뀌게 된다. 그래서 스승들께서 시키는 대로 욕심내지 않고 묵묵하게 따르면 어느새 수행은 깊어져 있다. 수행면담은 매우 간단하다. 스승께서 수행자의 보고를 듣고 몇 가지 질문을 하기도 하고, 생각이나 관념으로 수행하거나 잘못된 견해가 있을 때 바로 잡아주는 정도다.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고, 수행은 새벽 3시 30분에서 밤 9시까지 이어진다. 한 시간 간격으로 좌선과 경행이 이어지지만 본인의 수행이 잘 될 때는 좌선시간이 두 세 시간씩 이어지기도 한다. 아침식사 때는 줄을 서서 알아차림을 놓치지 않도록 천천히 식당으로 가야 한다. 식사할 때도, 숙소로 돌아갈 때도, 숙소 안에 있을 때도 수행자는 알아차림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물론 알아차림이 좋을 때는 거의 잠을 자지 않기도 한다.
자원봉사자들은 수행자가 수행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준다. 또한 한국에서 출가한 남자 스님 한 분과 여자 출가자 세 분이 통역을 해 주므로, 수행을 점검받거나 일상생활을 하는 데 언어소통의 어려움은 그다지 없다.

위빠사나 수행과 식카와디

나는 위빠사나 수행이 개념적이라거나 이단인 것처럼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 『대념처경』에서 신(身)·수(受)·심(心)·법(法)의 사념처(四念處) 수행만이 열반에 이를 수 있는 단 하나의 길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렇기에 불제자로서 자신이 수행하는 법을 드높이기 위해 부처님의 법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 빤디따 스님(빤디따라마 명상센터 원장)께 다른 수행법에 대해 말씀드렸을 때, “나는 해보지 않아서 그 깨달음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경전대로 수행했을 때 그 수행한 법의 결과도 경전과 같다는 것을 안다.” 하고 일축해 버린다. 그리고 단 한 번도 다른 이의 법을 폄하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위빠사나 수행은 정신과 물질의 궁극적인 실제의 법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수행이 깊어지면 모든 생각도 사라지고 미세한 정신과 물질 작용, 무상, 고, 무아의 특성들, 정신과 물질의 원인과 결과들을 계속 알아차리게 된다. 수행자가 쌓아온 선업의 바라밀이 있고, 수행이 범부에서 성인으로 바뀔 만큼 무르익었다면 정신과 물질의 완전한 소멸인 도(道)·과(果)의 지혜들이 차례로 일어나는 열반을 체험하게 된다. 첫 번째 성인의 단계인 수다원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계속 수행하여 사다함, 아나함을 지나 마침내 무지가 완전히 제거되고 번뇌의 불이 꺼지는 아라한이 되는 것이다.
테라와다(상좌부) 불교에서는 비구니계가 끊겨 있다. 부처님께 계를 받아 전승해 온 비구니계는 불교가 이어져 내려온 오랜 기간 동안 가뭄, 기근, 환란 등으로 끊어졌다고 한다. 그래서 테라와다 불교에서는 비구니가 아닌 세얄레이(법을 설하는 여성 출가자)로서 팔계를 지키는 출가자의 길을 걷게 된다. 우 빤디따 스님께서는 여성 출가자에게 세얄레이나 틸라신(팔계를 지키는 여자)이라는 말보다 식카와디(계·정·혜 삼학을 닦는 출가자)라는 의미의 말을 쓰신다. 또한 빤디따라마 명상센터는 수행과 교학, 그리고 선업을 쌓기에 가장 적절한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식카와디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스님께서는 세계적으로 여성의 힘이 점점 커지는 것처럼 불교계에서도 계·정·혜로써 훌륭하고 체계적으로 교육받은 여성 출가자가 많이 배출되어, 불교를 바로 알리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늘 말씀하신다. 영민한 식카와디들에게 직접 교학을 지도하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불법의 전륜을 굴리기 위한 쉼 없는 1년

빤디따라마 명상센터의 1년은 바쁜 일상의 연속이다. 우 빤디따 스님께서는 ‘겨울 국제선’이 끝나면 해외로 수행지도를 떠나신다. 센터에서는 3월부터 인제무(어린이 불교문화 체험 코스)를 시작한다. 이때 각 센터마다 1,000명에서 1,500명 정도의 어린 아이들이 참가해 불교를 배우고 익히는데, 출가자의 옷을 입고 새벽부터 밤까지 공부, 시험, 탁발 등을 하며 생활한다. 이 행사가 끝나는 대로 4월부터 미얀마의 신년이 시작되어, 600명에서 1,000명에 이르는 재가 불자들이 센터로 들어와 수행을 시작한다.
5월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총명하고 머리가 좋은 사미(사마네라) 혹은 젊은 스님, 그리고 선별된 식카와디들을 뽑아 경전과 수행을 가르친다. 이들에게 1년간 학비와 보조금을 후원하며 다음 해에 성적이 좋지 않으면 탈락시킨다. 우 빤디따 스님께서는 젊은 불교인재들을 기르기 위해 이들에게 수행과 교학을 치우침 없이 익히게 한다. 그래야만 부처님의 법이 끊어지지 않고 바르게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므로 젊은이들에게 거는 기대와 관심이 유달리 깊다.
7월 보름에는 하안거(와소)가 시작된다. 하안거 3개월 동안에는 외지로 나가 계시던 스님들도 지정된 안거 장소인 각자의 센터로 돌아와 하안거를 보낸다. 이어서 12월 국제선 행사 준비를 다시 시작한다. 이 때 길고 긴 우기로 인해 나무가 썩거나 벌레 먹은 곳을 모두 수리한다.
내가 참가했던 국제선 기간 중 5일 동안 열리는 ‘경전 암송대회’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 대회는 전국에 있던 사미들과 젊은 스님들 약 400명이 함께 모여서 치르는데, 빤디따라마 센터는 4년째 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어린 사미에서 스님까지 탁발 그릇을 들고 줄을 서서 알아차림을 하며 천천히 식당에 들어와 각 자의 자리에 앉아 조용히 식사를 하던 모습이 너무도 장엄해 기억에 남는다. 어린 사미조차도 두리번거리거나 거친 움직임이 없다. 마치 숨소리도 멎은 듯 너무나 고요하여 깊은 평화로움이 스며있는 듯했다.
이런 다채로운 행사들이 오직 불법의 전륜을 굴리기 위해 1년 내내 이어지고 있다. 빤디따라마 센터의 모든 가족들은 선업을 쌓으면 선업의 결과가 있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실천해서 선업 바라밀을 이루기 위해 매일 매일 바쁜 하루를 보낸다. 자원봉사자들은 겨울 국제선 기간이 끝나거나 각 행사가 끝날 때쯤이면 집중수행에 들어간다.
상가(승가)에서는 자원봉사 신청을 하면 신청자에게 먼저 수행을 하게 한다. 이 기간 동안 상가의 화합을 깨거나 품행이 좋지 않은 사람은 자원봉사자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출가를 하기 위해 오는 사람도 먼저 수행을 해야 한다. 지도하는 스님들께서 지켜본 후 허락이 있고 나서야 출가자가 될 수 있다. 외국인의 경우 수행을 마치고 출가 허락을 받으면 미얀마 어를 배운다. 어느 정도 듣고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빨리어와 경전공부를 시작한다.
미얀마 테라와다 불교는 출가자로서 법을 설하기 위해서는 법사자격시험(담마짜리야)에 합격해야 한다. 이 시험은 경전에 대해 방대하면서도 세밀한 지식을 갖추도록 해서 법을 설함에 있어 부처님의 말씀을 바르고 벗어남 없이 전달하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
지금도 어린 사미들이 쉬지 않고 경전을 암송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상가와 재가가 화합하여 조화롭게 불법을 지키고 이어나가는 미얀마 빤디따라마 국제 명상센터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에 감사드린다.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고통 받는 모든 존재들이 안전하고 행복하기를, 존재들의 고통이 소멸되어지기를…. 싸두(선재)! 싸두! 싸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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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따(본명 손승효) _ 1951년생으로 일찍이 불교에 입문하여 십수년간 염불선, 참선수행. 2000년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하고 우 빤디따 스님께 수행을 지도 받기 시작했으며, ‘수행의 노력으로 고귀한 길에 이르는 이’라는 뜻의 ‘수단따’라는 법명을 받았다. 현재 빤디따라마 서울 위빠사나 명상센터(http://panditarama.com) 선원장으로서 수행 지도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