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짓지 않고 바라보는 즐거움

인도 아쉬람 체험 후기

2007-05-26     관리자

“엄마! 마음 공부는 왜 하는 거야?”
아쉬람(Ashram, 수행공동체)으로 가기 위해 짐을 꾸리는 내게 초등학교 3학년 딸아이가 묻는다. 입 언저리에 맴도는 대답이 참 궁하다. 마음공부를 그 아이가 세 살 되던 해부터 시작했으니, 또 가끔 짧지 않은 여정에 동행을 하기도 했으니, 자못 그런 호기심을 가졌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머나먼 인도땅까지 와서 이 무더운 계절에 짐 가방을 쌀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한 눈치다.
중학과정에 있는 아들과 어린 딸에게는 아쉬람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게 떨어지지는 않나보다. 하긴 지난 겨울, 오로빌 공동체(만장일치로 의사 결정을 하는 인도 남부의 공동체 마을)에 묵으면서, 내내 음식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생생했으리라. 아이들의 기억에 각인되어 있는 엄마는 ‘작정을 하면 반드시 하는 사람’이라 별다른 저항 없이 따라 나서주니 슬며시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다. 지금 인도는 방학 중이고, 때마침 14세 이하 아이들을 위한 코스와 성인 코스가 비슷한 시기에 잡혀 있어, 각각의 코스에 합류하기 위해 우리는 길을 떠났다.
한국에 있는 지인들은 지금도 가끔 안부를 전하면서 정작은 살 만한지, 분명한 동기만큼 살아내고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온다. 3, 4년 전부터 남편에게 집요하게 요구해서 얻어낸 주부 안식년을, 나는 두 아이와 함께 남인도 땅 뱅갈로르의 한 자락에서 보내고 있다. 그럭저럭 1년여를 지내다보니 이곳의 삶이 익숙해지고, 이따금 동기 자체가 불분명해 질 때가 있다.
릭샤(3륜 자전차)와 한 무리의 소떼가 함께 지나는 도로에서, 사람과 버려진 개들이 뒤섞여 걷는 보도에서, 그리고 절대자의 그것인 양 주눅 들게 잘 갖춰진 호화로운 집 앞에 비굴하지 않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늘어선 텐트 군락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진정한 공존의 국가, 인도에서 살아감이 곧 존재의 이유일 수밖에 없는 가난한 이들을 보면서, 나 또한 내게 주어진 삶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새롭다.
37도를 웃도는 뙤약볕에 그 흔한 선풍기 한 대 없이 아쉬람 수행을 했지만, 오히려 간혹 코끝을 스치는 잔잔한 미풍이 참으로 고맙고 신선했던 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은 아니었으리라. 얼굴이 벌겋게 익도록 한나절을 질주하는 딸아이의 낯빛은 참으로 풍요로워 보였고, 내성적인 성향의 아들도 마침내는 맨손으로 밥을 떠먹으며, 지도자가 인도하는 가르침을 되새기고 있었다. 무엇보다 큰 기쁨은 그들의 어미가 지나오고 또 걸어갈 길을 함께 손을 잡고 갈 수 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