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의 현장]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금강정사

빛고을〔光明〕에 뿌리 내리는 신불교운동의 산실

2009-07-24     사기순

산업사회의 그늘 속에 웅크린 광명시의 빛을 되살리다.

서울특별시의 구로구와 접하고 있는 광명시는 '빛고을’이란 그 이름과는 달리 거대한 산업사회의 그늘 속에서 웅크리고 앉아있는 전형적인 수도 서울의 위성도시이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비슷하겠지만, 광명시는 갑작스레 인구가 급증하고 그로 인해 교통· 교육· 환경오염· 문화· 경제적 소외 등의 문제를 유달리 많이 짊어진 곳이다. 이 지역 처처에서 뿜어내는 생존경쟁의 위협은 마치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은 세 가지 독한 마음을 부리면 부릴수록 잘(?) 살아낼 것 같은 분위기를 드리우고 있다.
이처럼 산업사회가 빚어낸 먹구름이 광명시를 더 이상 ‘빛고을’로 남겨두지 않을 기세였다. 그러나 그 먹구름은 사라지고야 말 허상이요, 무명(無明)을 밝히면 본래면목인 ‘빛고을’로 돌아갈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일깨우는 도량이 탄생했다.

금강처럼 견고한 신심과 원력으로 지난 1월 27일 광덕 큰스님과 많은 불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원한 이후 이 지역 포교의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고 있는 금강정사(주지:벽암스님)가 바로 그곳이다.
월간 불광 200호를 맞이하는 뜻 깊은 이 달에 참불사의 현장을 찾는 기자의 마음은 신록보다도 더 싱그럽다.

광명시 하안동 빽빽이 들어찬 아파트 숲속 중심상업지구 삼전빌딩 8층의 금강정사는 찬란한 빛 그 자체이다. 엘리베이터에 오른 순간부터 이 지역의 불자들이 얼마나 기쁜 마음으로 이 도량을 환영하고 있는지…금강정사의 위상을 넉넉히 짐작할 수 있었다. 아이를 등에 업고 「금강법보」를 소중하게 보면서 절을 찾는 세 여인의 맑고 밝은 모습은 기자의 가슴까지도 온화하게 만들어 주었다. 아주 짧고도 귀한 만남이여! 8층에서 내리면서 목적지가 같음을 서로 확인하고 눈웃음까지 나누었으니 엘리베이터 속의 법연이 아닌가.


금강정사,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게시판이 퍽이나 인상적이다. 금강경을 후불탱화 대신 모셔 놓은 법당에선 잔잔한 법열이 흘러 나왔다. 넓은 교육관의 서가에 꽂힌 책들에선 상큼한 책내음과 신선한 생명력이 넘쳐나고 있다.

이 시대 가장 고통 받는 현장을 찾아서

포교당을 열고 나서 하루도 쉬임없이 정진을 하고 있는 벽암스님은 이렇게 말문을 여셨다.
“부처님의 자비광명은 항상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따라서 불법을 전하는 데는 가난한 이나 부자가 따로 없어야겠지요. 하지만 아무래도 부처님의 가르침이 가장 시급하게 요청되는 곳은 가난하고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했을 때 노동자들이 생각나더군요. 해서 처음엔 구로공단에 건립하려 했는데 밀리고 밀려서 이곳 광명시로 오게 됐습니다. 이 지역민들의 삶의 문제를 직시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올바른 삶의 방향을 잡아 주며 그들의 고통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천해나갈 생각입니다.”

이 시대의 불행과 고통을 공감하고 그 해소를 위해 이타심을 발하는 마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동체대비의 절절한 아픔 속에서 수행자는 늘 고뇌하였고 동시대인 모두의 행복과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옹골찬 원력을 세웠다. 진실한 수행자를 거울로 삼은 중생들은 또 얼마나 행복한가. 이웃의 불행을 자신의 것처럼 여기는 수행자를 흠모하고 자신도 그렇게 살고자 노력하다 보니 그 뜻에 적극 동참해야겠다는 불자들이 모였다. 그 마음이 하나되어 본격적으로 이웃을 부처님처럼 섬길 도량을 전립하자는 공동원(共同願)을 발했다.

정확하게 90년 5월 10일의 일이다. 그때 결성된 금강정사 건립추진위원회 12명의 힘이 규합되어 1700여명의 불자를 금강정사 불사에 참여시켰고 지난 1월 27일 그 꽃을 활짝 피워냈다. 그 동안의 활동도 활발했다. 90년 5월 19일 법회를 개설하여 월 1회씩 10월까지 6회의 모임을 가졌으며, 6월 19일 철산동의 법우님 가정에서 12명이 철산 1법등을 창등, 매달 한번씩 가정법회를 가졌다. 그 이후로 고척법등(12월 11일) 철산 2법등(12월 19일)이 창등 되었고 지금까지 꾸준한 전법활동을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금강정사 벽암스님과 신도들의 장한 신심이 불사를 시작한 지 만 6개월 만에 광명 지역에 이토록 훌륭한 신불교운동의 산실을 탄생시킨 것이다.

금강정사는 개원이후 주민들의 대단한 호응에 힘입어 의욕적인 전법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일반법회(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청년법회(토요일 오후 6시 30분), 학생법회(토요일 오후 4시), 어린이 법회(일요일 오후 2시) 호법법회(매월 첫째주 수요일 오전 11시) 등의 정기법회를 비롯하여 불자기본교육(2월 25~4월 30일) 제 1기 기초교리강좌(3월 25일~4월 30일) 법주사 성지순례(4월 21일)등을 성황리에 마쳤다. 벽암스님이 부처님의 생애, 불교의 기본교리, 반야심경 등의 내용을 강의한 제 1기 기초교리 강좌는 체계적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히는 시간으로 불자들의 대단한 호응을 받았다. 이번에 80%의 출석률로 수료증을 받은 불자들만 해도 60여명이나 된다.

한편 금강정사의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법등활동이라 할 수 있다. 법의 등불로서 스스로 타오르며 역사를 밝히는 법등의 조직을 통해 실천해나가는 것이야말로 개인적 사회적으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임을 항상 주지시키고 있다. 계속적으로 구역마다 법등이 창등되고 있는 가운데 거사림법등의 창등은 금강정사의 실천계획을 더욱 확고하게 다져 주었다.

“이기주의와 물질만능주의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몰아내는 것과 동시에 어려운 이웃을 자비로써 감쌀 수 있는 진정한 불자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이 포교당의 궁극적인 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법등 모임 때마다 누누이 교육이 되고 있지요. 법등은 생활 공동체, 신앙공동체로서 자신과 가정을 밝히고 이 지역사회를 밝혀 나갈 생동력있는 모임입니다. 초발심자들도 법등모임이 마음속 깊이 새롭게 다가간 모양입니다.”

법의 주인 되어 지역문화의 꽃을 피우리라

금강정사에 걸고 있는 불자들과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금강정사운영의 주체가 되고 있는 주지스님을 비롯한 25명의 법등임원들과 실무진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심사숙고한다. 실무진이 계획한 것을 법등임원회의에서 검토하고 수정하여 보완 결정한다. 그것을 토대로 실무진은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민주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결과, 가장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조심스레 앞으로의 계획을 밝힌다.

“설립전부터 불교의 사회적 역할에 보다 충실할 것을 서원했습니다. 구체적인 사업을 통해서 정법을 실현해야겠지요.
첫째, 이지역은 맞벌이 부부가 많습니다. 자연 어린아이를 돌볼 탁아소가 현저하게 부족한 형편이지요. 그래 처음엔 무료탁아소를 상정했었는데 자칫하면 부작용을 낳을까봐 가장 저렴한 돈을 받고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돌볼 탁아소를 운영할 계획입니다.

둘째, 법당 자체가 이 지역의 문화적 역할을 하겠지만, 문화 교육 공간을 확보하여 종교를 초월해서 드나들며 여러 문화적인 혜택을 지역 주민에게 나눠줄 생각입니다. 주부를 위한 다양한 문화강좌를 마련하는 방안이나 중고생을 위한 문화공간으로도 개방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셋째, 이 지역 주민의 입장이 돼서 지역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입니다. 「금강법보」에 지역주민의 의식을 일깨우는 글을 싣는 것도 그러한 일 중의 한 방법이 되겠지요. 소비자 운동이나 환경오염문제 등에 관한 것도 서서히 실천해 나갈 생각입니다."

지역사회에 공헌할 장학사업, 탁아사업, 사회복지사업에 쓰기 위해 호법발원금은 따로 차곡차곡 모아 놓고 있다. 또한 지난 4월 둘째 일요일에는 환경문제연구가인 이추경 선생님을 모시고 강의를 받았는데 신도들의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 이러한 것 역시 금강정사가 계획한 바를 실천하는 소박한 단계이다. 금강정사는 한단계한단계 지칠 줄 모르는 꾸준한 불국정토로 행진을 거듭할 것이다. 광명시가 본래의 ‘빛고을’로 우뚝 설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