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은 누가 만들었어요

푸른 목소리

2009-07-24     관리자

나의 어렸을 적 꿈은 피아니스트와 유치원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지금 남다른 깨달음과 소명의식으로 어렸을 때 꿈을 이뤄 유치원 교사가 되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많은 보람도 느끼고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을 통하여 나의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아이들은 무한한 가능성과 더불어 무한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지니고 있어서 때로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져 나로 하여금 곤란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루는 유치원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지용이가 초롱초롱한 눈매와 무언가 자신에 넘치는 표정으로 나에게 질문을 던져왔다.

“선생님! 이 세상은 누가 만들었어요?”
“으응 사람들이 만들었지!”
지용이는 의외란 듯이 “그럼 사람들은 누가 만들었어요?”라고 다시 물어왔다.
“그럼 누가 너를 낳아주셨지?”
“우리 엄마 아빠가요!”
“그러면 너의 엄마 아빠는 누가 낳으셨을까?”
“할머니 할아버지가요!”
“그래 그 할머니 할아버지는 또 그 할머니 할아버지의 엄마 아빠가 낳으셨겠구나!”
그리고 그 할머니 할아버지의 엄마 아빠는 또 그 할머니 할아버지의 ……라고 하자,
“그러면 다리는 누가 만들었어요? 건물은 누가 만들었어요? …”라고 질문이 계속 되었다.

“그러면 지용이는 그것들을 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지용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사람들이 만들었어요!”라고 대답하였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나 지용이는 한참 차창 밖을 보다가 “선생님 ! 그러면 저기 저 땅은 누가 만들었어요?”라고 다시 물어왔다.

“ 글쎄! 땅은 맨 처음부터 있었던 거야. 땅은 물, 불, 바람과 함께 처음부터 있었다. 그것들이 모이고 흩어져서 돌도 되고 나무도 되고 꽃도 되고 사람도 되는 것이지. 그리고 그것들이 죽으면 다시 땅과 물, 불, 바람으로 다시 돌아간단다.”
“……”
지용이는 다시 한참 생각하다가 “그러면 땅과 물, 불, 바람은 누가 만들었어요?”
“으응 그것은 처음부터 저절로 있었어!”
“처음부터 저절로 있었다구요?”
지용이는 그것을 이해할 수 없어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며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는 사이에 유치원 버스는 지용이네 집 앞에 멈춰 서서 있었고, 운전기사 아저씨께서는 “지용아! 어서 내려라…”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지용이의 답답해하던 표정을 생각하면서 지용이로부터 아주 큰 화두를 받은 기분이었다. 나는 지용이를 차에서 내려주면서 ‘이세상은 누가 만들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을 어떻게 하면 가능한 한 쉽게 그 아이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라는 과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유치원 현장에 있다보면 우리 유아들로부터 “선생님! 하느님이 더 세요? 부처님이 더 세요?”라는 질문을 흔히 듣게 된다. 우리나라의 종교 현실에서 비롯되는 질문이리라. 이때 “그러면 너는 누가 더 세다고 생각하니?”라고 되물으면 아이들은 하느님이 더 세다느니 부처님이 더 세다드니 하고 대답하게 된다. 하느님이 더 세다는 아이들에게 “왜 너는 하느님이 더 세다고 생각하니?”라고 물으면 전조작기(넓이, 깊이를 고려하지 못하고 높이만을 고려하는 시기)의 전형적인 유형의 대답을 듣게 된다.

“하느님은 저 높은 하늘에 계시니까 더 세죠” “그러면 너는 높은 곳에 있으면 모두가 더 세다고 생각하니?”라고 되묻고 계속해서 “너는 하느님을 누가 만들었다고 생각하니?”라고 물음을 던져 본다. 그러면 아이들은 흔히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러면 부처님은 누가 만들었어요?”라고 되물어 온다.

“으응! 부처님은 부처님의 엄마 아빠가 낳아 주셨단다. 부처님도 처음에는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었어. 부처님의 어릴 때 이름은 고타마 싯달타였었고, 고타마 싯달타는 어려서부터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공부를 많이 하여 부처님이 되셨단다. 너도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공부를 많이 하면 부처님과 같이 될 수 있어ㆍㆍㆍ.” 라는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면 우리 아이들은 흐뭇해하면서 많은 기대로 행복해 하는 것을 보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부처님의 말씀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할까? 흔히 동화나 이야기 나누기를 통한 전달방법이 있는데 유아들은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사물조작을 통하여 더 많이 배우게 된다.
부처님의 진리는 남녀노소, 빈부귀천, 유위무식을 가리지 않고 이해되고 깨우쳐져야 한다. 많이 배웠으면 배운 대로, 못 배웠으면 못 배운
대로, 나이가 드신 분들은 나이 드신 분들대로, 어리면 어린대로 그들의 근기에 맞게 부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우리의 불교계에서는 성인을 위한 불교서적들은 비교적 많이 출판되고 있으며,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한 불교 동화나 기본교리서 또한 어느 정도 시중에 보급된 편이다. 하지만 우리 불교의 미래인 유치원 어린이들을 위한 교재나 교구는 타종교에 비해 너무도 부족한 편이다.


나는 순진무구하고 단순하면서도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유치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현장에 있으면서 그들을 위한 불교 교재 및 교구의 필요성을 누구보다도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물론 불교 유치원 어린이들을 위한 교재 및 교구를 개발하는 일은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닌 나의 일이다. 그러나 시간에 쫓기고 추진력의 부족으로 그날그날 지내게 되고 이번 여름방학에는…이번 겨울방학에는… 라면서 미루어 왔다. 그러나 올 여름방학에는 똘똘한 지용이와 우리 귀여운 제자들을 위해서 새로운 교재 한두개라도 꼭 만들어야겠다.

*김순희 :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와 성신여자대학교 유아교육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동국대 교육대학원을 수료하였다. 현재 청룡유치원교사로 재직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