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찬 새벽 종소리를 들으시라.

종정 신년사

2009-07-17     관리자
 
장엄한 법당에서 우렁찬 종소리, 새벽 하늘을 진동하니 꿈속을 헤매는 모든 생명들이 일제히 잠을 깹니다. 찬란한 아침 해가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니 빨리 눈을 뜨고 이 종소리를 들으소서.  영원과 무한을 노래하는 이 맑은 종소리는 시방세계에 널리 퍼져서 항상 계속되어 그침이 없습니다.

이 종소리는 천지가 생기기 전이나 없어진 뒤에라도 모든 존재들이 절대임을 알려줍니다.
이 종소리는 아무리 악독한 생명이라도 본디 거룩한 부처임을 알려줍니다. 무서운 호랑이와 온순한 멍멍이는 이 종소리에 발을 맞춰 같이 춤을 춥니다. 독사와 청개구리, 고양이와 생쥐들이  이 종소리에 장단맞춰 함께 즐겁게 뛰놉니다.

피부 색깔과 인종의 구별없이 늙은이․젊은이․아이․어른․남자․여자, 잘 사는 사람 가난한 사람 모두 함께 뭉쳐서 이 종소리를 찬미합니다. 아무리 극한의 대립이라도 이 종소리 한 번 울리니 반목과 갈등은 자취없이 사라지고 깨끗한 본 모습을 도로 찾아 서로서로 얼싸 안고 부모 형제가 됩니다.

이 신비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 나무장승 노래하고 돌사람 달음질합니다. 넓은 우주의 모든 중생들이 이 종소리에 흥겨워서 즐겁게 뛰노니 천당과 극락은 부끄러운 이름입니다. 이 거룩한 종소리를 듣지 못함은 갖가지 욕심들이 두 귀를 막고 있기 때문이니 일시적인 갖가지 욕심을 버리고 이 영원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광대 무변한 우주 속의 우리 지구는 극히 미소하여 먼 곳에서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여기에서 모든 성현․제사․영웅․호걸들이  서로 뽐내니 참으로 우스운 일입니다. 진시황의 6국통일 알렉산드, 나폴레옹의 세계정벌 등은 거품위의 거품이요 허황하기 짝이 없습니다.

자기 욕심에 사로잡혀 분별없이 날뛰는 이들이여! 허망한 꿈 속의 부질없는 욕심을 버리고 이 영원한 이 영원한 종소리를 들으소서. 맑은 하늘 둥근 달빛 속에 쌍쌍이 날아가는 기러기 소리, 우리를 축복하는 평화와 자유의 메아리 우주에 넘쳐 흐릅니다.


                                 佛紀 2531年   元旦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