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들의 뇌가 더 행복하다

연중특별대담 / 변화의 키워드로 본 우리 불교

2009-07-02     관리자

21세기 과학의 프런티어로 지칭되는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뇌과학은 뇌의 신비를 하나하나 밝혀내며 인간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있다. 뇌과학과 불교의 만남에 물꼬를 튼 달라이 라마는 ‘인간의 마음조차도 뇌 작용의 결과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뇌과학자들의 관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오히려 ‘마음이 뇌를 변화시킬 수는 없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 질문은 뇌과학자들에게 불교의 명상 수행이 뇌의 어떤 부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주는지 연구를 하게 했고, ‘뇌 가소성’이라는 개념으로 ‘마음이 뇌를 변화시킨다’는 긍정적인 해답을 이끌어냈다. 이에 불교와 뇌과학의 관계를 조명해보며 불교 수행이 심신치료와 행복한 삶을 위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사회 : 류지호 (월간 「불광」 주간)
대담 : 미산 스님 (백운암 상도선원 선원장· 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 교수) 
          장현갑 (마인드플러스 스트레스 대처연구소 소장)

미산 스님 _ 1972년 백양사에서 출가한 이래 봉암사와 백양사 운문선원 등에서 간화선 수행을 하였으며, 인도와 미얀마에서 초기불교 선수행을 했다.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선학과를 졸업한 후, 빨리어와 산스크리트어 문헌을 연구하여 인도 뿌나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영국 옥스포드대학교 동양학부에서 ‘남방불교의 찰나설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미국 하버드대학교 세계종교연구소 선임연구원과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부장을 역임하였다. 현재 중앙승가대학교 포교사회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종단 내외의 각종 학술활동에 주력하고 있고, 백운암 상도선원(서울 동작구 상도동 숭실대학교 인근)의 선원장으로서 도심사찰에 적합한 21세기형 사찰운영시스템과 신행생활의 바른 정립을 위하여 매진하고 있다.

장현갑 _ 1942년에 경북 칠곡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와 한국심리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영남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통합의학과 외래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명상과 의학의 접목을 시도한 ‘통합의학’의 연구와 보급에 앞장서고 있으며, 현재 ‘마인드플러스 스트레스 대처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그동안의 뛰어난 업적들을 인정받아 세계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 후(Marquis Who’s Who)』 5개 분야에 등재되었고, 2006년에는 미국인명협회(ABI)로부터 ‘500인의 영향력 있는 인물’로 선정되었다. 또한 영국국제인명센터(IBC)로부터 ‘100대 교육자’에 선정되었고 ‘명예의 전당(Hall of Fame)’에 영구 헌정되었다.


불교와 뇌과학의 만남

류지호 ▷ 현대를 과학의 시대라고 합니다. 서양의 기독교 같은 경우는 전통적으로 과학과 갈등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불교는 뇌과학, 심리학, 천문학 등이 발달하면서 불교의 가르침이 과학적으로 증명되며 서로 우호적인 관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과학과 불교가 만나면서, 과학의 진전 성과에 따라 불교의 우수성이 드러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오늘은 뇌과학과 심리학을 통해 마음의 문제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뇌가 마음을 지배한다는 것이 과학 쪽의 주장이었는데, 요즘은 마음이 오히려 뇌를 바꿀 수 있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마음 공부, 명상, 선 등 불교 수행이 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장현갑 ▷ 저는 생리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우리 마음이나 행동을 이해하려면 뇌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뇌를 생리적·약리적으로 이해하는 훈련을 받고 연구를 하다 보니, 우연찮게 과학적으로 업적도 많이 얻게 되었어요. 초반기에 뉴로 사이언스(Neuroscience: 뇌신경과학)를 연구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감정, 뇌과학 등 오늘날 대중적으로 쓰이는 말들이 거의 없을 때였어요. 그 시대는 심리학이 과학으로 가는 문턱에 있어, 동물에게 전기를 자극하거나 외과적 수술로 뇌를 떼어냈을 때 정서적 동기, 기억력 등의 변화가 어떻게 되는가를 추적하며 연구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심리학을 과학으로 공부하면 뭔가 우리 마음과 행동을 이해하는 문제들이 풀릴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일방적으로 뇌를 건드리거나 자극하는 식으로 행동과 의식의 변화를 주목해서 연구했는데, 그렇게 해봐야 인간의 마음을 역동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도정신치료 입문』을 펴낸 이동식 박사님께 분석을 받았지요. 많은 지도를 받으면서 불교 명상과 선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선(禪)의 정신 생리학적인 면, 즉 ‘명상과 같은 심리적 훈련을 하면 뇌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신체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하는 관심이 시작되었어요. 달라이 라마로부터 촉발된 이런 역발상의 관점이 요즘에 와서 많은 관심을 이끌어내며, 연구 활동도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미산 스님 ▷ 불교와 과학이 만날 수 있는 통로가 굉장히 많다는 생각을 해요. 뇌과학뿐 아니라, 천문학, 생태학 등 함께 공감대를 형성하며 대화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현대 심리학이나 뇌과학과 관련하여, 전통적으로 불교는 마음에 대한 연구를 부처님 당시 때부터 깊이 있게 했어요. 상좌부불교에서는 마음을 89가지 마음, 더 세분화 하면 121가지 마음으로 분류하고, 어떤 사물을 볼 때 어떤 마음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체계적으로 정리를 해놨어요. 우리의 마음 중에는 선심과 악심이 있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립적 마음, 성자의 마음 등 여러 가지 마음이 있는데, 과연 마음의 속성은 무엇이며 어떤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가로 분석해 내는 거죠. 그 목적은 어떤 마음이 일어날 때 그에 대한 집착을 놓게 하려는 데 있죠. 그런 점에서 마음의 문제를 현대의 과학을 비롯한 새롭게 발견되는 여러 가지 정보들과 같이 비교해서 보면 굉장히 흥미있는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장현갑 ▷ 불교와 뇌과학이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가의 접점은 달라이 라마와 과학자들의 만남에서 비롯됩니다. 1987년 10월 다람살라에서 열린 ‘마음과 생명 연구회’의 제1차 학회에서 달라이 라마 스님은 과학자들과 만나 1주일간 인지과학과 불교에 대해 대화를 나눕니다. 첫 번째 모임의 대화 결과가 ‘과학과 불교의 부드러운 만남’이라는 의미로 『Gentle Bridge』(부드러운 교량)라는 책으로 나옵니다. 이후 마음과 생명 연구회는 매년 달라이 라마와 정기적인 대담을 나누어 오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달라이 라마와 마음의 과학에 관한 대화’가 출간되고, 세 번째 나온 책이 아주 유명한데 『Healing Emotions』(감정의 치유)라는 책이에요. 이 책은 불교가 가장 이상으로 삼는 이고득락(離苦得樂), 즉 오늘날 스트레스라는 삶의 고해에 빠져있는 중생의 고통을 여의고 즐거운 세계로 가는 길잡이 역할을 합니다. ‘힐링 이모션’의 주제들은 ‘과연 마음이 몸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가’, ‘뇌와 면역계와 마음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등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정신(psycho)-신경(neuro)-내분비(endocrine)-면역학(immunology)이라는 하나의 새로운 과학으로 탄생하고, 불교에서 던진 ‘마음이 어떻게 면역계와 암까지 치료할 수 있느냐?’를 설명해 줄 수 있는 단서가 여기서 나오게 됩니다. 의학에서 굉장히 중요한 거죠.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 마음챙김에 기반한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을 활용해 암치료에 관한 논문들이 막 나오는데, 이것들에 근거가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가 행복한 삶, 웰빙(wellbeing)이라는 것입니다. ‘웰빙을 위해서는 어떻게 감정 조절을 할 것인가?’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면 웰빙이 없다는 것을 논제로 삼았구요. 의료 방면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라는 실용적인 문제들을 토의 주제로 삼았어요. 그 후에는 ‘수면과 꿈과 죽음’이라는 것이 그 다음 컨퍼런스에서 나왔구요. 다음에 마지막에 나온 책이 『Train your mind Change your brain』(네 마음을 훈련하라, 그러면 네 뇌가 바뀔 것이다)라는 책입니다. 그리고 2005년에 불교가 과학자에게 각인되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 벌어집니다. 달라이 라마가 국제 신경과학회에서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강연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것이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켰죠. 보통 굉장히 뛰어난 신경과학자 아니면 강연을 못하는데, 달라이 라마가 새로운 인식 세계를 연 것입니다.

미산 스님 ▷ 당시 저도 관심이 있어서 인터넷에서 찾아 봤는데, 그것이 세계의 빅뉴스로서 안티 사이트가 생겼어요. 어떻게 해서 승려가 세계적인 신경과학회에서 강연을 하느냐는 거죠. 그것은 특히 타종교 사람들에게는 기분 나쁜 일이에요. 그들이 안티 사이트를 만들어서 비난을 많이 했는데, 크게 호응을 받지 못했어요. 그만큼 명상과 뇌과학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는 거예요.

장현갑 ▷ 불교와 과학의 만남은 명상을 심리치료 영역에 연결시켜 보자는 관심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970년대 들어오면 소외 문제, 스트레스 문제가 극성을 부리게 되고, 심리적인 불안과 신체적인 스트레스 관련 질병이 많아집니다. 일각에서는 병원 환자의 80% 이상을 스트레스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거든요. 스트레스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전통적인 의학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압박감이 오게 됩니다. 그리하여 1975년에 허버트 벤슨이 하버드대학에서 사마타를 활용하여 이완 반응이라는 치료를 합니다. 만트라 명상을 활용하기 시작하는 거죠. 벤슨이 『Relaxation Response』(이완 반응)라는 책을 출판했는데, 38판에 40만부가 팔렸죠. 이 사람이 현대 의학의 구세주라는 말이죠. 현대 의학이 돌파하지 못한 것을 명상법을 써서 스트레스 관련 질병을 치료했습니다. 벤슨이 하버드에서 달라이 라마를 처음 초청하여 특별 강연도 열게 하고, 과학 탐사대를 조직하여 다람살라로 가서 명상을 통한 신체의 변화들을 실험합니다. 이로 인해 마음이 신체의 종속적인 지배를 받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실제적인 것이고 신체의 변화는 종속적이라고 볼 수 있는 단초가 벤슨에게서 만들어지게 된 거죠. 그리고 또 서양이 동양의 정신에 관심을 갖게 된 사건이 일어나는데, 바로 미국의 월남전 패배입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절대 질 수 없는데, 왜 졌느냐 하는 거죠. 이러한 의문에서 출발해 동양의 정신과 불교를 공부하는 계기가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대니얼 골먼, 카밧진, 데이비슨 등이 동양에 관한 정보를 서양에 옮기게 됩니다. 특히 카밧진은 1979년에 숭산 스님에게 사사를 받았다고 합니다. 위빠사나를 현대화시켜 8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1979년부터 명상 치료를 시작합니다.

미산 스님 ▷ 영국에도 보니까 명상 치료 프로그램 많이 보급되어 있더라구요. 영국 보건성 지원을 받아 마크 윌리엄스라는 사람이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서양은 검증되지 않으면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안 하는데, 이는 명상 치료가 실질적인 효과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명상 치료 프로그램의 활성화

류지호 ▷ 서양에서는 명상 치료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근래 우리나라에도 명상치유학회, 불교심리치료학회 등이 설립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장현갑 ▷ 거의 태동하고 있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제가 ‘K-MBSR(한국형 MBSR)’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강남성모병원에서 2005년부터 작년까지 했어요.

류지호 ▷ 동국대 병원에서 세계적으로 특화해서 하면 좋을 것 같은데요?

미산 스님 ▷ 동국대 불교대학에서 10~20년 전에 앞을 내다보고 시작을 했다면, 지금쯤은 세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큰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애석한 점이 하나 더 있는데, 동국대에 아직도 심리학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장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한국형 MBSR’은 카밧진의 MBSR과 달라진 점이 있나요?

장현갑 ▷ 2005년에 가톨릭의대에서 저에게 통합 의학 교실을 같이 만들자고 해서 미국의 여러 대학, 예컨대 애리조나, 듀크, 하버드, 펜실베이니아 등 여러 대학의 모델을 참고했죠. 그런데 한국 사정에 맞는 것을 찾아 들여오려고 하는데, 여러 문제가 생깁니다. 프로그램이 특허와 관련이 있어 비싼 돈을 주고 사와야 하는 거죠. 그래서 굳이 서양식을 따라할 것이 아니라, 기존 프로그램을 참조해서 한국식으로 만든 것이 K-MBSR입니다. 완벽한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불교, 심리학, 의학을 알아야 하는데, 그 준비가 쉽지 않지요. 준비가 철저하지 못하면 활용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미산 스님 ▷ 외국의 프로그램은 우리에게 잘 맞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미 문화적으로 수행에 익숙해져 있거든요. 불교가 오랫동안 이 땅에 있어왔기 때문에 시원찮게 해서는 안 먹혀 들어가요. 틱낫한 스님의 플럼빌리지 수행센터도 서양 사람들에게는 감동적인데,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지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장현갑 ▷ 사마타, 자비명상, 요가 등을 적절하게 활용해 K-MBSR을 만들어, 500여 명에게 적용하여 검증을 했습니다. 매주 3시간씩 8주 코스로 진행했는데, 그 효과가 아주 드라마틱하게 나오더라구요. 우울, 불안, 공포, 강박, 적개심 등의 부정적인 정서가 급격하게 떨어진 상태로 8개월간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만 타종교인들은 프로그램에 불교적 요소가 많다고 거부감을 느낍니다. 종교적 편견이 참 무서운 거예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고 하지 않아 효과가 좀 떨어집니다.


마음이 뇌를 변화시킬 수 있고 행복한 삶으로 이끈다


류지호 ▷ 불교에서는 예로부터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해서 마음을 중요시해왔습니다. 그런데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마음이라는 것이 뇌의 작용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하는데, 최근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장현갑 ▷ 20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뇌의 가소성(뇌의 변화 가능성)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가설이었어요. 뇌 기능이 멈추면 의식도 사라진다고 믿어왔습니다. 하지만 달라이 라마는 거꾸로 ‘마음이 뇌의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지 않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됩니다. 마음을 수련하면 뇌에 영향을 미쳐 변화를 일으키지 않겠느냐는 것이죠. 이러한 의문은 21세기 들어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사실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재활의학 같은 경우, 과거에 중추 신경계는 한번 손상되면 절대 복구가 안 되는 것이 정설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틀렸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어요. 어릴 때 손상받은 뇌세포는 상당히 회복이 됩니다.

미산 스님 ▷ 삼성서울병원의 나덕렬 교수가 쓴 『앞쪽형 인간』이라는 책을 보니까, 앞쪽형 인간이 되어야 치매가 걸릴 확률이 낮아지고 설사 늙어서 치매가 걸리더라도 예쁜 치매가 걸린다고 합니다. 전두엽 쪽은 이성적·논리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불교에서 하는 명상 방법들이 전두엽을 발달시키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답니다.

장현갑 ▷ 치매 발생의 중요 요인의 하나가 스트레스입니다. 노인이 되면 소외가 오고 외로워지면서 기억을 관장하는 해마의 치상핵이 손상을 당해요. 이파리가 떨어진 앙상한 가지의 상태와 같아서,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해요. 인도의 명상가이면서 의사인 칼샤(미국치매예방재단 총재)는 명상을 하면 스트레스를 잊기 때문에, 반드시 명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미산 스님 ▷ 불교적 관점에서 일체유심조라고 쉽게 이야기하는데,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게 마음에 의해서 형성된다는 측면보다 더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마음과 물질의 관계성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마음이라고 했을 때, 초기불교나 유식불교에서는 마음 자체만 이야기하지 않거든요. 마음을 둘러싼 심리적 요소들을 이야기하면서 물질 세계와 어떻게 관계성을 맺고 있는가가 중요한 요소입니다. 실제적으로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에너지의 장이 바뀌고 물질 세계가 바뀌는 거죠. 뇌와 마음의 문제도 서로 연관 관계 속에서 쌍방으로 봐야 합니다. 뇌가 마음을 지배한다고 보는 것도 단견이고, 마음이 뇌를 전적으로 지배한다고 이야기 하는 것도 어폐가 있는 거죠. 마음과 뇌가 서로 영향을 미치며 물질적 변화를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장현갑 ▷ 뇌든 마음이든 각각 균형이 잡혀 있어야 서로 건강한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뇌의 편도체에서 감정을 조절해주듯, 불교 수행도 자기 조절의 역할을 합니다. 알아차림으로 마음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요즘 초등학생 아이들의 약 30%가 ADHD(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라고 합니다. 주변 관계 속에서 참을 줄 알고 욕망을 조절해야 하는데, 주의 집중이 안 되어 과잉 활동만 한다는 것이죠.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책을 보면, 4살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하나씩 주고 지금 당장 먹어도 좋지만 15분 후에 먹으면 하나 더 준다고 하여 실험을 합니다. 그리고 15년간 지켜본 결과 15분 후에 먹은 아이들이 아주 건강하게 성장을 합니다. 욕망을 조절하게 해주는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불교 수행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욕망을 알아차림 하며 자기 조절을 해나가는 거예요. 그러므로 아이들에게도 불교 교육을 해야 하는 거죠.

미산 스님 ▷ 초기불교뿐 아니라 대승불교도 관조의 힘을 키우는 것이 수행의 핵심이죠. 경험하는 자아는 뭔가를 집착하는 상태인데,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집착해서 좋으면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싫으면 밖으로 밀어내려고 합니다. 좋아하는 감정, 싫어하는 감정 속에는 집착이라는 심리 현상이 공존하는 거죠. 이러한 현상을 대상화해서 바라보며 늘 마음을 안으로 돌이켜 의식하는 자아가 깨어 있는 상태로 있어야 합니다. 어느 것에 집착하는 순간 고통 속에 빠지고, 어떤 것도 영원불멸하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한 수행을 통해 스트레스도 없어지고 집착심도 놓아집니다. 그러므로 명상을 하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불교와 과학의 상호보완적인 관계

류지호 ▷ 뇌와 마음은 일방의 관계이기보다 쌍방의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인 것 같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전통적으로 인정되어온 경전의 가르침이더라도, 과학에 의해 완벽하게 잘못된 것이라고 검증이 된다면 가르치길 포기해야 한다고 극단적으로 말을 했어요. 그만큼 과학에 열려있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불교와 과학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미산 스님 ▷ 불교와 과학이 같다고 전제하면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고 봅니다. 과학에서는 눈에 보이는 실증적인 데이터가 입증되지 않으면 받아들여지지 않죠. 그러나 불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도 이야기하잖아요. 깨달은 사람이 체험을 통해 그 세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와 과학은 선을 그을 수 있거든요. 과학에서 증명한 데이터는 그 조건이나 한계가 달라지면 결과도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불교를 전적으로 과학에 대입하여 바라보면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인정하고 항상 열려 있는 입장에서 대화해나간다면, 서로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류지호 ▷ 불교와 과학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은 문제가 있는 것을 파헤치고 정상화하는 노력을 하지만, 불교는 고(苦)를 뛰어넘어서 절대 경지의 깨달음으로 가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삼는 것 같습니다.

미산 스님 ▷ 불교가 최상층의 경지에 너무 초점을 맞춰서 이야기하다 보니까, 현실의 구체적인 삶을 도외시하고 추상화되는 문제가 있어요. 그런 문제는 달라이 라마처럼 과학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함으로써 도움을 받아야 해요. 반면에 과학이 현실에 안주하려고 했을 때, 불교는 과학 쪽에 더 깊고 넓은 영역을 제공해주면 상호 보완이 될 것입니다.

장현갑 ▷ 불교와 과학이 거리를 좁혀가려면, 불교가 과학자들에게 한계를 인식시켜주고 새로운 주제를 제시해줘야 합니다. ‘물질의 세계를 건드려서 정신 세계에 일어나는 것만을 보려고 하지 말고, 수행을 통해 뇌구조에 일어나는 변화를 보라’는 달라이 라마의 역발상으로 인해 뇌과학은 상당히 진보되었습니다. 이렇듯 불교의 좋은 메시지들을 능동적으로 찾아서 과학에 제공해야 합니다.

미산 스님 ▷ 불교도 과학적으로 풀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참선 수행을 지도하더라도 ‘그냥 하면 돼’라는 식으로 가르치면 현대인들은 절대 공감하지 않습니다. 참선을 하면 왜 변화가 일어나고 어떻게 지속되는지, 합리적·이성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불교 수행을 하면 심신을 치료할 수 있다

류지호 ▷ 불교적인 수행법이 뇌에 좋은 영향을 끼친다고 하는데, 과학적으로 증명된 구체적인 사례가 있습니까?

장현갑 ▷ 위스콘신 대학의 데이비슨 교수가 175명의 티벳 승려들의 뇌를 fMRI 촬영해 봤더니, 보통 사람과 확연하게 다른 모습이 나타납니다. 좌반구 전두엽의 지배율이 높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지켜보며, 달라이 라마가 ‘불교 수행을 해서 일어난 변화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래서 불교수행을 전혀 모르는 어느 생명과학 회사의 스트레스가 많은 연구원들을 대상을 실험을 해봅니다. 그들에게 8주 동안 MBSR을 했는데 놀라운 결과가 나옵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전에는 우반구가 좌반구에 비해 더 우세하였고, 우울, 불안, 초조, 짜증의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나타났는데, 8주 후에 보니 좌반구가 우반구에 비해 더 우세하여졌으며 동시에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감정으로 바뀐 거예요. 이처럼 8주 동안의 짧은 불교 수행이 뇌를 바꿀 수 있는가에 대한 근사치에 가까운 답이 나온 것입니다.

미산 스님 ▷ 그 이전에 펜실베이니아 연구팀에서 티벳 수행자 8명과 기도를 많이 하시는 수녀님 4명을 초청해서 두뇌를 단층 촬영했습니다. 이 분들은 보통 30~40분간만 집중하면 시공을 초월하는 경험을 공통적으로 한다는데, 단층 촬영을 해보니 비슷한 부위가 반응을 보이는 결과가 나와서 책으로 출판된 것을 보았습니다.

장현갑 ▷ 벤슨이 시크교 수행자들을 상대로 실험을 한 예도 있습니다. 이 분들에게 통찰과 직관이 일어날 때 일산화질소가 뿜어져나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일산화질소가 나오면서 혈관이 열리고, 전반적으로 뇌는 평온하지만 주의 집중과 자율 신경계를 담당하는 부분은 활성화 되더라는 것입니다. 그런 증거들은 정신적 각성은 높아지고 신진대사는 낮은 상태에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신진대사가 이완되어 있다는 것은 안정되고 평온한 상태를 의미하며, 그 때 알아차림이 성성하면 일산화질소가 나온다는 거죠. 일산화질소는 건강에 엄청나게 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류지호 ▷ 명상이 심신치료에 활용되면서 심신의학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분야의 발전 방향은 어떻습니까?

장현갑 ▷ 벤슨이 서양의학에 심신의학을 만들어 내고, 그 영향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심신의학은 현재 의사들에게 대체의학의 최고 핵심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미산 스님 ▷ 아직도 한국은 심신의학을 비과학적으로 보는 게 안타깝습니다. 영국은 잘 받아들여, MBSR은 물론 요가를 통해 몸을 치유하는 경우에도 보험이 지원됩니다.

장현갑 ▷ 보험이 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이 되어 의사들이 저항을 안 한다는 거죠. 그렇지만 한국은 고려가 되지 않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좋은 불교의 전통이 있어 불교 수행을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불교를 활용해 여건을 마련해가야 합니다. 동국대 불교대학과 병원에서 사회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불교 수행 프로그램을 통해 암환자, 요통환자 등을 위한 교실을 열고 전문가를 양성해 내야 합니다. 이상구 박사가 뉴스타트 운동을 펼쳐서 상당히 주목을 받았는데, 이것은 우리 불교에서 이미 익숙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이라 별로 새삼스러울 것이 없습니다. 요즘에 인성교육이 안 된다고 하는데, 서양식 교육으로 개인주의로만 가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고 집단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안 되고 있는 거예요. 이러한 문제는 불교가 나서야 바꿀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교육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는 거죠. 제가 보기에 불교가 할 일이 많은데, 아직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신비주의로 가면 지식정보화시대에 맞지 않습니다. 아직도 옛날 당나라 시대, 신라 시대 고승 이야기만 계속 해요. 그렇게 해서 어떻게 젊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겠습니까?

미산 스님 ▷ 현실적인 이야기와 결부하면 훨씬 더 이해가 쉽고 설득력이 있을 텐데, 거두절미하고 옛날 이야기만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앞으로 젊은 스님부터 이런 분야를 공부해서 불교의 강점들을 현대적인 언어로, 추상적인 것을 구체적인 언어로 풀어서 눈높이 교육을 해야 정말로 살아있는 불교가 될 것입니다.

류지호 ▷ 실제로 불교가 얼마나 과학적인 종교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대담을 통하여 많이 전파되고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일부에서는 불교를 가장 미신적인 종교라고 매도하기도 하는데, 그런 사람들을 탓하기보다는 우리에게 더 많은 책임이 있고 해야 할 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오늘 ‘불교와 뇌과학의 만남’을 주제로 두 분이 대화를 나누는 그 자체로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