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성전] 삼계화택 三界火宅을 구한 아버지

2009-06-30     광덕 스님

별안간 장자의 집에 불이 났었다. 삽시간에 불길이 온 집안을 덮었다. 모든 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집 밖으로 뛰어 나오고 있는데 장자의 아들들은 집에 불이 타고 있는지도 모르고 자기들의 놀이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내 아들들이 모두 불에 타죽고 말겠구나. 마땅히 좋은 방편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장자는 생각하고 평소 남달리 장난감을 좋아하는 아이들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장자는 "얘들아 여기 좋은 장난감이 있으니 어서 나와 봐라"하고 소리쳤다. 그때 아이들은 장난감이라는 소리에 신명이 나서 밖으로 뛰어 나왔다. 그리하여 밖으로 뛰어나온 아이들에게 장자는 어떻게 했었는가?

아주 먼 옛날 어느 마을에 큰 장자가 살고 있었다. 장자는 이미 나이 많고 쇠약해졌으나 재산은 한량이 없었다. 토지와 집에 딸린 하인도 많아서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었다. 그 집은 크고 넓었는데 문은 오직 하나가 있어 많은 사람이 출입하였다. 백 명 이백 명도 또는 오백 명도 되었다. 장자가 이 집에 산지도 세월이 오래 흘러 재목은 썩고 담장은 금이 가고 기둥도 좀 먹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별안간 이 집에 불이 났다. 그리고 삽시간에 불길이 온 집안에 퍼졌다. 집안사람들은 앞을 다투어 문밖으로 뛰어 나갔는데 오직 장자의 아들들만은 나갈 줄을 몰랐다. 장자의 아들은 30명이나 되었다. 모든 사람들이 놀래어 문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아들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오직 장난에만 정신 팔며 놀고 있었다. 불이 금방 집을 덮쳐 위험이 급박했는데도 전혀 알지 못한다.

장자는 아들들의 위험을 보고 급히 뛰어 나오라고 소리치지만 아들들은 아예 들은 척을 않는다. 불이 나고 집이 타고 있다하여도 불이어디 있으며 집이 어떻단 말인가? 하면서 동서로 뛰어다니며 놀고만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장자는 생각하였다. <이러다가는 내 아들을 다 타죽이겠구나. 마땅히 묘한 방편을 세워야겠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좋아하니까>하고는 급히 아이들에게 소리쳤다. “얘들아 어서 나와 봐라 여기 좋은 장난감이 있다. 빨리 와서 갖지 않으면 후회한다.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가 문 밖에 있으니 어서 나와 타고 놀아라.” 그때에 아들들은 장난감이라는 말을 듣고 정신이 번뜩 들어 신명을 내어 서로 밀며 닥치며 문 밖으로 뛰어나오니 드디어 불집의 난을 면하게 되었다.

수레는 높고 크고 가지가지 진귀한 보물로 잘 꾸며져 있다. 장자가 이 모두들에게 값진 보배를 나누어 주었던 것은 모두를 평등히 사랑하기 때문이었으며, 치우침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들들이 문 밖에 나와 큰길가 흙바닥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장자는 아들을 구한 기쁨이 대단하였다. 그때 아버지를 본 아이들은 달려와서 양 수레, 사슴 수레, 소 수레를 어서 달라고 졸라대는 것이다. 그때 장자는 아들들에게 똑같이 큰 수레 하나씩을 내어주었다. 그 수레는 높고 크며 가지가지 보화로 꾸몄고 사방에 방울을 달고 번을 달고 진귀한 보물로 잘 치장되었다. 그리고 한 마리의 흰 소가 끄는데 그 소가 또한 뛰어났다. 털빛은 희고 살결은 깨끗하고 형체는 크고 덕스러우며 힘이 대단히 세다. 걸을 때는 반드시 걷는데 빠르기는 바람과 같다. 이런 수레를 아들들에게 주었으니 장자는 실로 보배가 한량이 없었던 것이다. 장자가 어찌하여 양 수레나 사슴 수레같은 작은 수레를 주지 않고 고루 큰 수레를 주었을까? 장자는 어린 것들 모두가 자기의 친자식이며 평등히 사랑하여 치우침이 없었던 것이다.

여기서 장자는 누구이며 아들은 누구일까? 장자는 부처님을 비유하심이고 아들이란 모든 중생을 가리킨다. 부처님은 공덕이 한량없고 무한의 위신력을 가져 자재하시다. 이 부처님 집안에 출입하는 사람은 오백이라고 하였으니 이는 천상과 인간과 지옥과 아귀와 축생 등 오도 중생을 가리킨 말이다. 그 중에 아들이 혹 열 이십 삼십 명이나 된다 하였으니 이는 성문 연각 보살승을 가리킨 말씀이시다. 이들 삼승 사람들은 모두가 색 수 상 행 식 등 오온을 집으로 삼고 있는 것이며 이 오온은 번뇌와 업으로 인하여 세차게 타오르고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바로 아는 사람이라면 어찌 놀라지 않을 것이며 급히 뛰어나오고자 하지 않으랴. 부처님은 이를 아신다.

그러므로 그 아들들로 하여금 속히 삼계의 불집에서 벗어나도록 일깨우시며 또한 인도하시는 것이다. 금방금방 이 몸이 허물어지고 금방금방 이 세계가 변해가는 것을 그것을 모르고 탐착하고 재미있다고 빠져있는 중생들을 온갖 방편을 베풀어서 일깨워 주신다. 범부들은 미하여 이 사실을 모르고 불집에서 놀이에만 정신 팔고 있는 아이들처럼 태연히 있는 것이다. 오욕에 탐착하고 지혜가 없다 마땅히 지옥에 떨어질 것도 알지 못한다. 아버지가 속히 뛰어나오라, 외치지만 귀에 들리지도 않는다. 이 몸둥이가 오온으로 된 것이며 오온은 바로 불붙은 집과 같은 것임을 모르고 있다. 그리고서 불은 무슨 불이며 집은 무슨 집인가? 하고 믿지 않는 것이다. 탐심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 등 이 세 가지 독한 것을 삼독이라 하지만 불 가운데서도 이 불이 참으로 독한 불이다. 삼독의 불이 오온의 집을 또한 안에서 불 지르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인 부처님은 너무나 자비하시고 너무나 지혜로우시다. 아이들이 놀이개를 좋아하는 것처럼 중생들은 소득을 희망한다.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로 불집에서 정신없는 아이들을 달래어 문 밖으로 뛰어나오게 하였으니 이들 수레란 바로 성문과 연각과 보살을 비유한 것이다. 이 삼승은 우선 불집에서 중생들을 끌어내는 데는 족한 것이다. 양 수레나 사슴 수레는 한 사람이나 혹 두 사람을 태울 수는 있는 것이다.

양, 사슴, 소가 끄는 수레는 불집에서 정신없는 아이들을 달래어 문 밖으로 뛰어 나오게 하였으니 이들 수레란 바로 성문과 연각과 보살에 비유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법을 설하시면서 먼저 자기구제 자기해탈의 자그마한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가르침을 펴셨다. 계행을 가지며 보시에 힘써 천상에 나고 또한 삼매를 닦아 사과(四果)를 얻게 하셨다. 이래서 족히 자기만이라도 삼계화택에서 벗어날 길을 얻게 하신 것이다.
이제 불집에서 뛰어나온 아들들이 거리로 나왔을 때 그들은 편안한 땅바닥 위에 앉아 있었다. 장자는 이들 아들에게 고루 큰 수레를 나누어 주었다. 이 수레는 온갖 장엄과 공덕이 가득하고 자재한 위신력을 가진 큰 수레다.
부처님은 이 세간에 아버지이시다. 일체 두려움과 고뇌와 무지를 영영 없이하였고 무량한 대신력과 대지혜력과 대방편력을 갖추시어 항상 일체 중생을 이익하게 하고 그들을 삼계화택에서 건져내심에 쉴 날이 없으신 것이다.

(법화경 비유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