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음 앞에 어두움은 없나니

2009-06-27     관리자

오늘은 [금가경오가해] 회양법회가 있는 날이다. 장마철이라 행사 하시는 스님이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우리 부부는 호젓하게 자동차 안에서 예불을 들으면서 도피안사에 도착하였다. 법당 안은 한산하였다.


스님들께 죄송스러운 마음은 나 혼자의 마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웬지 오랜만에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 눈물은 기쁨의 눈물이었구나! 작년 1년을 남편의 병고와 큰아들 재수 속에 참담함을 느끼면서 보광당 부처님 앞에서 남모르게 그 얼마나 많은 눈물을 쏟았던가!

아무도 없는 차가운 법당 안에서 바라밀정근을 하는데 문득 나에게 밝은 기운이 왔다. "난 이젠 울지 않으련다.  밝음 앞에 어두움은 사라진다는 큰스님 말씀 항상 용기를 주시는 말씀 그렇지 나는 밝아야지. 울지 말아야지! 수술실로 옮겨지는 남편의 창백한 모습 차가운 손을 만지면서 전광판을 응시해 보았다.

수술실로 회복실로 병실로 옆방 아주머니는 오전7시 에 들어가서 오후7시 에 나올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못했단다  전광판이 꺼지면 남편이 숨을 거둘까봐 나는 지하 법당으로 와서 108배 예경을 하고 「금강경」 을 읽고 하기를 7번.  

오직 의사 선생님이 대의왕이 되시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성공적으로 수술케 해달라고 일심으로 발원했다.  이제는 가봐야지 오후3시. 정광판은 ‘회복실로 감.’  안도의 숨이 나오면서 허기가 몰렸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 가니 ‘병실로 감’ 이란 푯말과 함께 그이가 막 레카에 실려 나오고 있었다. 나는 이 두렵고 지루한 시간을 부처님께 바치어서 찰나로 바꾸었으니 이 또한 감사가 아니겠는가.  며칠 후 모든 검사와 결과를 보시고 의사 선생님은 "제일 기쁜 건 최선생이야.  아주 성공적이야.  80세까지 살아야지 " 하시면서 병실을 나가신다.

우리 부부는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쏟았고 우리 석이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마치 긴 터널을 지난 뒤 밝음을 맞이한 것 같았다.  47일간의 병실생활도 우리는 기도로 일관하였기에 지루함도 몰랐다.  고통속에서 부처님은 우리에게 크나큰 위안이었고 감사였다.

" 만약 보살이 마음을 법에 머물면서 보시하면 마치 사람이 어둠에 들어감에 곧 보이는 바가 없는 거와 같고 만약 보살이 마음을 법에 머물지 아니하고 보시하면 사람의 눈이 있고 햇빛이 밝게 비침에 가지가지 색을 보는 거와 같으니라."

[금강경] 을 읽으면 왜 좋을까?  그런데 이번 도피안사에서 있었던「금강경오가해」강의를 통해 무비스님은 그 사실을 정확히 일깨워 주셨다.  모든 것을 여윈 상태에서 우리는 밝고 무안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너무 감사합니다. 

오후에는 우리의 우려와는 달리 법당 안이 꽉 채워졌다. 우리는 운 좋게도 무대 바로 두번째에서 도피안사개산과 「금강경오가해」 강의 회향을 기념한 흥겨운 잔치를 구경할 수 있었다. 안비취 씨는 회심곡.,  중앙국악 관현악단의 연주와 한마음이 되어 '보현행원송' 을 힘차게 불렀다.

도솔산의 신장님들은 환희심으로 춤을 추실 것만 같았다. 우리 부처님이 작년의 우리의 고통을 다 보상이라도 해주듯이….  부디 이 도솔산 도피안사,  무수한 보살들의 깨달음의 도량되게 해주소서.        

           나무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