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로 여승이 된 부인들

* 영산회상이야기

2009-06-25     관리자

 여인의 출가를 거절하다

 카필라국의 정반왕이 세상을 떠난 뒤로 파티이 황후는 인생의 덧없음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래서 불문에 들어가 수행하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부처님은 부왕의 장례를 치르시고, 아직 니쿠르타 절에 계셨습니다. 파티이 황후는 부처님께 나아가 간청했습니다.

 [ 이 번거로운 속세를 떠나 수행하고 싶습니다. 부디 여인의 출가도 허락해 주십시요.]

 [안됩니다. 여인의 출가를 허락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은 단호하게 거절하셨습니다. 세번 청했으나 세번 다 거절당하자 파티이 황후는 그만 실망하고 물러나왔습니다.

 그런 뒤에 부처님은 생각하신 바가 있어, 그곳을 떠나 바살리국의 중각강당으로 가셨습니다.

 한편 파티이 황후는 궁중으로 돌아와 야수다라비에게 그 사정을 말했습니다.

 [ 아무래도 여인의 출가를 허락하시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여자는 애정이 짙고 집착이 강하며 의뢰심이 많기 때문에 출가 수도를 허락할 수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야수다라비는 굳게 결심한 바가 있었습니다.

 [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우리들 석씨족의 부인들을 모아서 불법을 가르쳐 주고, 출가할 뜻이 있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기다려 한꺼번에 찾아가 청원하면 반드시 여자를 위해 교단을 만들어 주실 것입니다.]

 야수다라비의 얘기를 듣고 파티이 황후는 새로운 결심으로 출가할 부인들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안되어 5백명의 부인들이 모였습니다.

 파티이 황후는 그때서야 부처님이 멀리 바살리 국으로 떠나신 것을 알고 걱정했습니다.

 야수다라비가 얘기했습니다.

 [우리에게 있어 그것이 오히려 잘된 편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도 부처님처럼 왕성을 떠나 먼곳으로 가면, 모든 집착을 떠날 수 있어 진정한 불도의 수행이 되겠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알았소. 도를 구해 어디까지라도 가는 열성만 보이면 부처님도 허락해 주실거라는 말씀이구려!]

 [ 그렇습니다. 그래도 만일 허락을 얻지 못하거든, 우리도 나무 밑이나 돌 위에 앉아 수행을 하십시다.]

 파티이 황후는 5백명 부인들에게 이러한 결의를 말하자 모두 찬성했습니다.

 5백명 부인들의 일행은 멀리 바살리 국으로 구도의 길을 떠났습니다.

 여행에 익숙하지 못한 그녀들은 도중에 갖은 고생을 겪었습니다.

 나무 열매와 풀 뿌리를 먹으며 오직 도를 구한다는 일념으로 먼길을 걸었습니다.

 구도의 길을 떠난 여인들

 20여일이 지나서야 바살리에 도착했습니다. 이튿날 아침에 드디어 절 문앞에 이르렀습니다.

 손님을 맞으러 나온 아난존자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은 뜻밖에도 부처님의 의모(義母)를 비롯해 야수다라비와 여인들, 그리고 낯설은 석씨족의 부인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파티이 황후가 일동을 대표하여 말했습니다.

 [아난 존자여! 우리도 출가하여 도를 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왔습니다. 부디 여인의 출가를 허락해 주시도록 부처님께 잘 말씀드려 주십시요.]

 아난 존자는 그 결심을 칭찬하고, 잠깐 밖에서 기다리게 한 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부처님이시여! 파티이 황후께서 야수다라비를 비롯해 많은 부인들을 데리고, 지금 문 밖에 와 계십니다.

 먼 길을 오면서 갖은 고생을 다 겪었나 봅니다. 오직 부처님의 높은 법을 사모하여 이렇게 왔사옵니다. 부디 저 여인들의 출가를 허락해 주소서.]

 [아난아! 여인의 출가는 함부로 허락할 수 없다. 만일 여인들의 출가를 허락하면, 그것 때문에 우리 교단이 부서질 염려가 있다. 그것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부처님은 딱 잘라 거절하셨습니다.

 이렇게 되자, 아난 존자는 매우 난처해졌습니다.부처님의 거절을 그대로 전할 수도 없고 해서, 부득이 연락하기를 그만두고 정진에 들어가 버렸습니다.

 그 일행은 아난 존자의 회답을 언제까지고 문밖에서 기다릴 수 없어, 거기서 가까운 숲으로 갔습니다. 허락을 얻을 때까지 수행을 할려고 비장한 결심을 했습니다.

 [비구니 동산의 절]

 그때부터 반년이 지나, 벌써 장마철이 되었습니다.

 아난 존자는 다시한번 간청해 보기 위해서 부처님 앞에 엎드렸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여인들도 진실한 뜻으로 출가하여 부지런히 수행을 쌓아가면 진리를 깨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난아! 그대의 말처럼 실로 그렇다. 여자도 진실한 마음으로 열심히 수행하면 반드시 도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도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마음가짐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비구라도 바른 믿음을 갖고 열심히 수행하지 않는다면 도를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아난아! 남자라도 닦지 않으면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여자라도 닦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법이다.] [......?]

 [아난아! 보살도를 닦는데 있어서, 깨달음을 이루는데 있어서 남녀의 구별은 단연코 없다.

 남자니 여자니 하는 것은  범부세계에 있어서의 구별이다. 진실로 지혜를 길러 위없는 법을 배우는데 있어서는 남녀의 구별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이시여! 도를 배우는데 있어서 남녀의 구별이 없다는 의미는 잘 알았습니다. 만일 그러시다면 저렇게 열심히 도를 구하시는 저분들에게는 왜 출가를 허락하시지 않으십니까?]

 [아난아! 일정한 규칙으로써 법을 제한해서는 아니된다. 부처님은 이미 5백명 여인들의 출가를 허락하고 있는 터이다.

 아난아! 저분들이 진심으로 불법을 배우려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기 위해서 오늘에 이르기 까지의 수행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부처님의 이런 말씀을 듣고, 아난 존자는 기쁜 마음으로 숲속으로 달려갔습니다.

 여인들은 모두 선정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녀들은 곧 선정에서 일어나 기쁜 소식을 맞이하였습니다.

 아난 존자는 그 일행을 부처님 앞으로 인도했습니다. 부처님은 그녀들에게 비구니(여자스님) 되기를 허락하시고, 비구니로서 한평생 지켜야 할 계율을 설하셨다.

 부처님의 은혜 속에서 수행자가 된 그들은 부처님의 계율을 잘 지키며 열심히 수행할 것을 깊이 맹세했습니다.

 그 뒤, 바스티국의 나지트왕은 그 영토안에 그들을 위해 절을 지어 주었습니다.

 이것을 부처님은 [비구니 동산의 절]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