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연꽃을 피우기 위해(2)

이러한 생활도 계속될 수는 없었습니다. 정이 들었던 곳을 떠나 타소로 이송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는 법회활동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디에 있어도 마음이 중요하다고 '처처불상 사사불공(處處佛像 事事佛供)' 생각한 저는 불경을 독경하면서 불법대로 살아가고자 노력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이 기회에 내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자는 각오속에서 독방을 신청하여 [법화경] 과 [반야심경] [보현행원품]을 다시 공부하였습니다.

기도로 시작한 하루하루는 저에게 올바른 판단력과 용기를 주었습니다.

또다시 전주교도소로 온 저는 주위에 있는 법우들에게 찬불가 및 독경을 비롯하여 참회발원문을 지어서 아침 저녁으로 독경하게 하였습니다. 광덕 큰스님과 자신 부회장님께서 동국대 불경독후감 응모에 참가하라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국졸이라는 저의 학벌로서 할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습니다.

불교담당이신 이수복 선생님(전주교도소) 과 상의하여 필기도구를 지원받기로 약속을 한 저는 조석일과대로 실천하며 법화경을 삼독(三讀)하고 조용히 원고정리를 하였습니다. 원고 발송 후 지장보살님 앞에서 염불정진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큰스님과 부회장님으로부터 일반부 입상을(1990년 12월 29일) 했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더욱더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말씀과 선물도 보내주셨습니다.

상장과 부상(십만 원)을 받고보니 처음 접하는 기쁨에 저는 울고 말았습니다. 이것은 부처님과 동료 법우님들의 기도 그리고 큰스님과 부회장님 및 불광법우님들의 지극한 기도의 힘이라고 생각한 저는 상금을 돌리기로 하였습니다. 양말을 사서 동료들에게 나눠주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쁨은 잠시요 제가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고도 멀었습니다. 전생과 현생에 죄악을 참회하며 공부(불법)를 계속하는 저에게 지장보살님의 현몽도 있었습니다.

새벽에 조용히 일어나 참선을 하다 잠시 잠이 든 사이 지장보살님이 조용하고도 인자하신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지장보살님을 친견한 저는 100일 기도를 시작했습니다. 이 100일 기도는 자신 부회장님의 지도로 참다운 저의 모습을 찾아보는 아주 귀중한 기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은 죄가 무거운 저는 또 다시 이별의 아픔을 맞보아야 했습니다. 자식을 이곳에 가두고 눈물로서 살아오시던 아버님과 저에게 월간 [불광] 과 [수선회보]를 보내주시던 서울 경일국민학교 박종천 교장 선생님의 별세소식은 이별의 아픔을 주었습니다. 은혜를 알면 갚아야 하는 것이 인간인데도 저는 두 분이 가시는 그 길에 참석하지 못하고 염주와 목탁을 손에 들고서 두 분의 왕생극락을 기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8년 동안 많은 고통과 슬픔과 기쁨을 맛보면서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와 방법을 배웠습니다. 특히 인연법에 의한 선인선과 악인악과의 인과를 배웠습니다. 저녁에 지는 해는 아침이면 반드시 떠오르더군요. 탐욕 때문에 육신을 좁은 1.4평짜리 공간에 가둔 채 세상과 담을 쌓고 눈물의 나날을 보내야 했던 제가 이제는 가야할 길을 찾고 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제가 가야할 길은 죄를 참회하고 이웃과 모든 분들에게 행복을 기도하며 보다 새로운 길을 가야한다는 것과 이곳 동료들에게 불법을 전하는 것이라는 것도 배웠으며 불법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도 저의 가슴속 깊이 담고 있답니다.

이곳에는 현재 천주교, 개신교, 불교 등 3대 종교가 정기집회를 통하여 신앙심을 키우고 있으며, 숫자적으로는 개신교가 단연 우세하고 풍부한 전도방법이 있습니다. 그에 비해 불교 신자는 비록 적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불법을 배우고 실천하며 출소 후 올바른 길을 가는 법우님들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따뜻한 말씀 한마디와 한 권의 불서가 이곳에 있는 저희들에게는 심성(心性)을 밝게 깨치는 좋은 감로수가 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죄인을 수용하는 곳이라 하지만 새로운 사람으로 교화(敎化)하여 사회로 돌려보내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곳 직원들의 손길과 온정만 가지고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심성을 밝게하는 전법이 더욱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천주교와 개신교는 운동장 한쪽에 예수상과 성모마리아상을 기증하여 24시간 신앙생활을 강조하며 신앙인으로 살아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불교는 관세음보살님상이 모셔져 있는 곳은 대전교도소 한 곳 뿐입니다. 외롭고 슬프고 답답한 마음을 새롭게 다스리도록 해주시는 관세음보살님의 상이 각 교도소마다 있어 그곳에서 독경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저 또한 방안에서 하지 못하던 염불을 운동시간을 이용하여 잔디 위에서 계신 관세음보살님을 바라보며 백팔배를 드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오늘도 저는 불자님이 보내주신 월간 [불광]과 불서를 보며 그 말씀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못난 죄인을 따뜻하게 대하여 주시는 광덕 큰스님과 자신 부회장님께 감사의 삼배를 드리면서 법보시를 하여주시는 모두 법우님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범부중생에게 불법을 지도하여주신 돈연 스님(송광사), 원종 스님(달성군 동명사), 석혜명 스님(홍제동 능인사), 금오 원장님(잠실 신농백초한의원), 이규범 사장님(월간 불교사)께 은혜의 삼배를 드리며, 이러한 글을 쓰도록 해주신 당소 소장님과 보안과장님 교무과장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도 그늘진 이곳에서 불법을 전하며 법회를 위하여 바쁘신 날들을 보내고 계신 박 선생님과 김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여 보면서 조용히 두 손을 모아 모든 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부처님께 기원드립니다. 이러한 온정과 사랑(법보시)의 은덕으로 못나고 흉악한(강도) 저에게도 불심(佛心)이 심어졌습니다.

그리고 내일의 연꽃을 피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인과도 받아들이고 기도로서 한 평생을 살아가도록 저를 성숙시켜 주신 여러 불보살님과 불자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모든 이들이 성불하여 불국정토 이루어지길 기원드리며 저의 참회 발원문을 실어봅니다.

거룩하고자비하신부처님

오늘도 중생들을 구제하시고자 처처에서 수고하시는 부처님

미혹의 때를 벗고서 삼독심(탐 . 진 . 치)을 지우고자 두 손 모아 참회하며 발원하는 중생의 소리를 들어주십시오

저 인드라 그물로써 지옥고에서 눈물 흘리는 중생을 섭수하여 주옵소서.

당신의 품 안에서 살겠다고 두 손 모아 합장 발원하는 중생을 용서 하시고 법대로 살아가도록 격려와 용기를 주시고 진정으로 참회하는 저의 죄악을 지워주시며 한줄기 연꽃처럼 새꽃을 피울 수 있도록 중생의 미혹을 벗겨 주옵소서.

일심으로 참회하며 지극발원하는 중생의 참회를 받아 주옵소서

당신의 법대로 살아가고자 발원하며 항시 용기와 힘을 주시며 자비로서 감싸 주시는 부처님께 발원드리옵니다.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나무 마하반야바라밀.

* 이 글은 지난 1991년 12월호 '독자의 난'에 실렸던 글의 나머지 부분을 이번에는 '보현행자의 목소리' 난에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필자 손경익 씨는 현재 목포교도소에 수감중인 불자입니다. -편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