寺 刹 巡 禮

보리수 그늘

2009-06-20     관리자

50 이 넘어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서면아내와 함게 [ 사찰 순례 ]라는 것을 해 보리라, 그런 생각을 나는 결혼 초기부터 머리에  담아왔다. 사찰순례라고 해서 뭐 한꺼번에 여러 사찰을 찾아 돌아다니는 그런 것이 아니라, 봄 가을로 한 번씩, 그러니까 1년에 두 번 정도 이름난 古寺를 차례차례 찾아가 보자는 것이다.

말하자면 부부동반의 여행인 셈인데, 그 여행의목적지를 유서깊은 사찰로 해서, 전국의 이름있는 절을 두루 한번씩 찾아가 본다는 것은 매우 뜻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때마다 사진을  찍어서 사찰순례 앨범을 만들어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고, 나중에 좋은 기념물이 될 것이다. 오십을 넘은 지도 어느덧 두어 해 된다. 그런데도 생활에 쫒기느라 선뜻 순례의 걸음을 내딛지 못하다가, 지난 5월이던가, 경주 근처에 있는 처가에 볼 일이 있어 부부가 함께 가게 되어, 그것을 계기로 금년부터 사찰 순례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첫 번째로 경주의 불국사를 찾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처가에 가기 전에 먼저 불국사를 찾아가서 하룻밤을 묵었다. 불국사는 옛날에 몇 차례 가 본 일이 있었는데, 그때와는 아주 딴 절처럼 복원이 되었고 주변의 조경도 판이하게 달라져 있었다. [ 어디가 어딘지 곡 낯선 절에 온 것 같애요 ] 아내도 불국사의 변모에 놀라는 것이었다. 유서깊은 고찰다운 맛은 약간 감소되어 있는 듯 했으나, 아뭏든 예불을 드리고, 하루를 즐기기에는 충분한 그런 관광명소다운 사찰로 탈바꿈해 있었다. 절 정면에 있는 청운교와 백운교, 그리고 그 위의 문루들은 예나 다름없이 우아했고, 대웅전 앞뜰의 다보탑 석가탑 역시 언제 보아도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전에는 볼 수 없던 여러 불전과 회랑 같은 것이 복원되어 있는 것도 장관이었다. 절 박의 여관에서 하룻밤을 묵는데, 아내는, [신혼여해을 온 것 같애요.] 하면서 기분 좋아했다. [신혼여행이 아니라, 은혼여헹이지.]하고 나도 웃었다.

지난 해가 은혼식에 해당되는 결혼 25주년이었으니까 말이다. 지난 해엔 은혼기념으로 온천장엘 갔었는데, 그때도 아내는 무척 즐거워하는 것이었다. 대체로 부인네들은 남편과 함께 여행을 하거나 나들이를 하는 것을 무척 행복한 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아내를 데리고 등산도 하고,영화 구경도 나가고, 때로는 멀리 지방에 거주하는 친구한테 놀러 가기도 한다. 그리고 여름철엔 바다를 찾곤 한다말하자면 아내에 대한 지아비로서의 선심이라고나 할까. 선심인 동시에 자신의 즐거움이기도 한 것이다.

사찰 순례도 결국 마찬가지다. 아내를 기쁘게 해주고, 나 자신이 즐거우면서, 그런 가운데 부처님의 큰 가르침, 큰 미소에 접해 보자는 것이다.

가을에는 순례의 두 번째로 전북에 있는 금산사를 찾아가 볼가 생각하고 있다.  금산사엔 중학생 시절 여름방학에 아버지와 함께 가서 청련암이라는 암자에서 1주일 가량을 지낸 일이 있는 것이다.

소년 시절의 추억을 더듬어서 아내를 데리고 찾아가 보는 것도 매우 즐거운 일이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