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마을 동화] 맑은 마음 맑은 나라

연꽃마을 동화

2009-06-19     광덕 스님

 날에 지주국이라는 나라가 있었습니다.

 임금님도 태자도 매우 착하였으며 천수라는 훌륭한 대신이 있어 나라 일을 맡아보았습니다.  천수대신은 천 사람이 할 일을 혼자 해낼 만큼 부지런하고 재주가 있어서 얻은 이름입니다.  임금님은 천수 대신에게 나라 일을 맡기고 편안히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수대신이 갑자기 죽었습니다.  임금님은 슬프고 또한 나라 일도 걱정이 되어 매일 눈물과 한숨으로 지냈습니다.  하루는 태자가 와서 임금님에게 아뢰기를,

『아바마마, 너무 걱정을 마옵소서.  천수는 죽을 때가 되어 죽은 것을 어떻게 막겠습니까?  나라 일은 천수의 아들을 불러 맡기시면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천수의 아들 원만은 그의 아버지보다도 더 낫습니다.』
 
  임금님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하였습니다.  「나라는 온 백성의 것이다.  덕 있는 사람이 다스리면 모두가 편안해진다.  내가 혼자 다스릴 것이 아니라 어진 사람들에게 나라를 나누어서 다스리게 하면 좋겠다.」
 
 임금님은 원만을 불러 대신으로 삼았습니다. 과연 원만은 아버지 못지 않게 수완이 뛰어났고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대신들이나 그밖에 벼슬을 한 사람들이 모두 원만을 존경하고 따르며 원만을 대천수라고 불렀습니다.  이윽고 임금님은 원만대신을 불러 분부하셨습니다.  

『나는 늙었소. 임금자리는 태자에게 맡기오. 나라는 6대신이 제각기 나누어 다스리도록 하시오.』

 금님은 분부를 마치고 얼마 있다가 돌아가셨습니다. 자비태자는 임금자리에 오르고   대신들은 제각기 나라를 나누어 가졌습니다.  그리고 모두들 대천수 대신의 덕분이라고 칭송하며 기뻐했습니다.  원만대신은 항상 겸손했습니다. 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면

『임금님의 분부를 받들었을 뿐이지 제가 한 일은 없습니다.』 하고 자기를 낮추어 말하였습니다.  6나라 임금님은 각기의 나라 일을 역시 원만대신에게 맡겼으므로 나라는 사실상 원만대신 손으로 다스려졌습니다.  원만대신은 임금님의 간곡한 분부이긴 하지만 나라 일을 혼자서 처리하는 일을 오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지혜와 덕이 부족하므로 보다 높은 덕을 닦는 일이 급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원만대신은 여러 임금의 뜻을 존중하는 뜻에서 몇 년 동안은 나라 일을 열심히 보았습니다.

 이윽고 여러 임금님에게 대신을 그만 하겠다고 사직원을 냈습니다.  그리고 진리를 배우고 닦아서 높은 인격을 갖추는 일에 남은 인생을 바칠 것을 굳게 마음먹었습니다. 

 여러 임금님들은 원만대신의 사직원을 받고 난감했습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거룩한 진리의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을 못 가게 하는 것도 무리한 것으로 알고 마지못해 우선 넉달 동안 휴가를 주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원만대신은 넉달을 1차 기한으로 삼고 열심히 자비한 마음을 닦고 지혜의 길을 닦았습니다.
 
 그러기를 얼마를 지나 원만대신은 하늘에 일찍이 보지 못한 상서로운 불빛이 비쳐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원만대신은 그 불빛이 하늘의 성인이 나타난 서광인 것을 알고 불빛을 향하여 말하였습니다.

『이 상서로운 광명은 누구십니까?  거룩한 광명의 모습, 이 땅에서는 볼 수 없는 상서입니다. 저를 위하여 말씀하소서.』

『마음 맑고 깨끗한 행을 쌓은 하늘사람만이 이를 알아 볼 것이오.  당신은 마음이 맑아 이 상서를 보았오.』

『거룩한이여, 나에게 소원이 있습니다.  나의 소원 들어주소서.  무엇을 배우면 청정한 세계를 얻을 수 있으리까?』

『청정한 나라를 얻고자 하거든, 세간생각 떨어버리고 자비심을 닦으시라.  욕심 없는 맑은 마음이 청정세계의 문을 열리로다.  그대 마음 씩씩하니 오는 세상에 청정국에 태어나리라.』
 
 이 말이 끝나자 하늘의 목소리는 잠잠하였고 하늘을 울리던 풍악소리가 한층 높아지더니 상서로운 빛과 함께 서서히 멀어졌습니다.

 원만대신은 정신이 들었습니다.

『아 ! 나의 정성, 나의 수행을 맑은 나라 성인이 비춰 보시는구나.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지혜 있는 사람이 되고 온 세상 사람들을 이롭게 하자면 욕심을 버려야겠다.  이제 더욱 자비한 마음을 내고 맑은 마음을 닦기 위하여 나라 일에서 자유스러운 몸이 되자.』

 그리고서 여러 임금님에게 대신을 그만두는 것을 허락해 줄 것을 거듭 청하였습니다.   임금님들은 눈물을 흘리며 간곡히 말렸습니다.

『대천수 대신이여,  7년 동안만 참아 주시오. 우리들도 대신과 뜻을 같이 하리다.』

『황송한 말씀이오나 그럴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목숨은 잠시도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진리를 닦는 일을 잠시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용서하여 주소서.』

『정 그렇다면 7개월만이라도 연기하여 주시오.』

『대왕님,  죄송합니다.  하루가 시급합니다.』

『대신이여,  그러시다면 7일 동안만 연기하여 주십시오. 그 사이에 나라를 아들에게 물려 주고 함께 모여 도를 닦읍시다.  당신은 우리나라와 백성의 부모이며 기둥입니다.』
 

 이렇게 해서 결국 7임금님과 원만대신은 도 닦을 길을 떠났습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온 나라 백성들이 크게 감동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먹고 자고 살아가는 것만이 인간살이의 전부인줄 알다가 명예와 재산과 호강을 버리고서도 다시 찾아야 할 큰일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욕심을 버리고 탐심을 버려서 자비한 마음을 닦으며 성스러운 도를 닦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온 나라 백성들이 이렇게 착하고 마음이 맑고 덕스러웠으므로 나라는 오래 오래 평화하고 백성들 생활은 즐겁고 행복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