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出家)

부처님의 八相法門

2009-06-18     관리자


유성출가상(喩城出家相)

1.부왕(父王)과의 대화
싯다르타 태자는 출가할 결심을 아버지인 슛도다아나 왕에게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하였다. 태자는 태자비와 함께 부왕을 찾아가 출가할 뜻을 말씀드렸다. 왕과 태자비는 올것이 왔구나 생각하였다. 두사람의 가슴은 치미는 슬픔 때문에 꽉 메이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할수 없었다. 태자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하였다. 그러한 그들을 보는 태자의 가슴도 슬픔으로 메어졌다. 그는 그를 더없이 사랑하는 아버지와 아내를 버리려 하고 있는것이다. 태자인들 그들의 극진한 사랑과 은혜의 고마움을 모를 까닭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보다 큰 보람을 찾기 위해 그들의 사랑과 은혜를 잠시 잊고자 하는 것이다. 태자는 연약해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였다. 이윽고 왕은 입을 열었다. “싯다아르타,제가 출가하려는데는 그럴만한 충분한 까닭이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와 이 나라와 석가족의 장래도 생각해야 한다. 더욱 야쇼오다아라 태자비와 라아훌라의 장래는 어찌 되겠느냐. 나는 하루라도 빨리 왕위를 물려 주고 편안한 여생을 지내고 싶다. 생각을 돌이켜 다오. 출가이외의 네 모든 소원을 들어주겠다.”“아바마마,소자가 원하는 것은 제왕의 권력도 아니며,풀잎에 맺힌 이슬같은 인생의 부귀영화나 관능의 쾌락이 아닙니다. 꿈결같이 한 세상을 지내면 적막한 묘지의 한낱 무덤만을 남길 인생은, 결코 사랑하여 집착할것이 못되옵니다. 진실로 소자가 바라는 것은 생과 늙음과 병과 죽음을 해탈하는 것이며, 나고 죽는 일이 없는 열반과 생사의 고통을 여윈 무위(無爲)의 안락함과, 거짓된 나를 버리고 진실한 나를 찾아 번뇌가 없는 깨끗한 진리의 세계에 사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그들로 하여금 끝내는 열반을 얻게 할뿐만 아니라, 부모와 친척이 모두 부처님 회상(會上)에 모이기를 소자는 진심으로 바랍니다.”왕의 얼굴은 실망과 분노로 일그러졌다. 자기로서는 도저히 이루어 줄 수 없는 것들이었다. 태자의 진지한 태도에 눌려 화를 낼 수도 없었다. “오,싯다아르타여,그런무리한 이야기가 어디 있느냐” 왕은 자신의 무력함을 한탄할 뿐이었다. 그는 태자의 출가를 도저히 막을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왕은 힘없이 자리에서일어나 방을 나가고 말았다. 왕의 축처진 어깨,굽은 등,힘없는 걸음걸이가 태자의마음에 측은한 생각을 갖게 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왕의 그러한 모습에서 태자 자신의 미래를 보았으며, 늙음과병과 죽음을 보았다. 오히려 태자의 결심을 굳히는데 도움을 주었다. 태자는 태자비의 손을 꼭쥐고 나란히 태자궁으로 돌아왔다.태자비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태자는 손안에 든 태자비의 작은 손을 통하여 아내 야쇼오다아라의 생각을 남김없이 알수 있었다. 그러나 태자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슬픔으로 떠는 그녀에게 말을 해서, 봇물이 터지듯 그녀의 슬픔이 자기에게로 쏱아져 들것을 알기 때문이다. 태자는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다. 침묵할 뿐이었다.

2.야쇼오다아라의꿈
한동안, 영원한 봄날과 같이 화기에 차고 평화로왔던 태자의 궁전에는 이제 차고 쓸쓸한 바람이 불고 침울한 공기가 무겁게 내리눌렀다.태자비 야쇼오다아라는 라아훌라의 탄생을 기뻐하였다. 그런데 라아훌라로 해서 태자의 출가를 막을 수 있으리라는 한가닥 희망마저 사라져 가고 있었다. 희망에 부풀었던 때는 짧았으며, 다가올 이별의 슬픔만이 그녀의 전부였다. 천진난만한 귀여운 라아훌라를 보아도 이제는 즐겁지가 않았다.눈물만이 흘렀다.이귀여운 아이도 언젠가는 태자처럼 내곁을 떠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갑자기 엄습하였다.이별,이별....사랑하는사람들과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은 그녀에게 무한한 두려움을 느끼게 하였다. 그두려움의 깊고 어두운 수렁으로 빠져 들듯이 그녀는 잠 속에 빠졌다. 천지가 진동하고,제석천의깃발이 찢어져 땅에 뒹굴고,하늘의 별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렸다. 놀란 태자비가 뜰에 나가자, 마부 챤다카가 커다란 일산을 들고 나가는데 어느새 태자비의 머리털은 깍이어 없어지고,몸에 걸친 영락과 보배구슬이 냇물에 떨어져 흘러가고 있었다. 그것을 주으려고 물위에 허리를 굽힌 태자비는 자기몸에서 옷이 저절로 벗겨지는 것을 보았다. 자기의 알몸이 물에 비쳤다. 부끄러워주위를 살피는데, 앉은 자리가 땅속으로 꺼지며 손발이 떨어져 나가 공중에 떠다니고,그녀가 누웠던 침대는 네다리가 꺽어져 주저않았다. 온갖 보배로 된산은 무너지고 궁전뜰의 나무들은 바람에 날리고 찢어졌으며,밝은 해와 달은 빛을 잃고 궁전에 있던 등불도 지키는 신장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진동하고,카필라 성은 변하여 광야가 되었다. 꽃과 과일은 말라 떨어지고, 성을 지키는 순사들은 어디론가 달아나고 없었다. 태자비 야쇼오다아라는 소스라쳐 잠에서 깨어났다. 이틑날, 태자비는 태자에게 꿈이야기를 하였다. 흉몽이고 불길한 징조라고 태자비는 생각하였으므로 이야기하는 것을 망설였지만,불안하여 결국 이야기를 하였다. 태자는 태자비의 꿈이 자기의 출가에 관한 꿈임을 알았다. 태자는 “꿈이란 본래가 허황된것이므로 마음쓸 것이 못된다”고 태자비를 위로하였으나 그 꿈의 여러 가지는 자기의 출가와 장래 태자비는 물론,카필라 성의 장래까지를 예언하고 있다고 그는 생각하였다.태자비가 가여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태자비가 가여웠다. 출가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그녀를 즐겁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날 밤,태자는 부왕이 마련한 잔치를 마다하지 않았다. 태자비와 함께 나란히 앉아 맛 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무희들의 춤과 노래를 즐겼다. 그러나 마음속은 조금도 기쁘거나 즐겁지가 않았다.무용과 음악에 능숙한 무희들은 천녀(天女)와 같이 꾸미고,갖가지 악기를 들고 와서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하여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가진 교태를 부렸으나 그는 이미 마음이 번뇌를 벗어났기 때문에 그러한 것에 마음이 끌리지 않았다. 다만 태자비를 위해 즐거운 척 할뿐이었다. 이윽고 태자는 긴 의자에 기대어 살포시 잠이 들었다. 태자비는 침전에 혼자 들었다. 잠든 태자를 깨우는 것이 미안하였기에 때문이다.무희들은 서로 말하였다.“우리는 저 이를 위하여 노래하고 춤을 추는데 저이가 잠이 들었으니,우리가 노래하고 춤을 춘들 무슨소용이 있겠는가.”하고,그녀들도 그대로 쓰러져 방안에 향기로운 등불만이 고요히 타고 있었다. 얼마뒤에 태자는 잠을 깨었다. 그는 가부좌하고 앉아서 무희들이 악기를 버려둔 채 여기저기 널려 자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어떤 여자는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고 자고 있었고,어떤여자는 사지를 내던지듯이 활개를 펴고 하늘을 향해 누워서 자고 있었다.얼굴의 지분은 지워져 얼룩졌고,이를 갈며 코를 골고 잠꼬대를 하며자고 있었다. 어떤 여자는 옷이헤쳐져 있어,속살이 다 드러난 추한 모습이었다. 그 정경은 보기 좋은 것이 못되었다.태자는 여자들의 추한 모습을 보자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은 강렬한 충동을 받았다. 아름답게 꾸며진 제석천의 궁전과도 같은 태자의 큰 누각도 온갖 해골들이 사방에 어지러히 뒹굴고 있는 묘지처럼 보였다. 이세계가 마치 불붙은 집처럼 느껴졌다. “참으로 저주스럽고 비참하구나.”라고 태자는 혼자서 말하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3.왕성(王城)을 떠나다
“지금이야말로 위대한 가출을 단행다지 않으면 안된다.”밝은 달이 낮과 같이 밝았다. 태자는 맑은 바깥 공기를 심호흡하고서,허공에 대고 힘주어 말하였다.태자는 마부 챤타카를 불렀다.챤타카는 졸리는 눈을 비비며 태자 앞에 나타났다.“태자마마,나는 오늘 위대한 출가를 단행하려 한다. 어서 말을 준비하여라.”챤타카는 힘 세고 날랜 말칸타카의 등에 튼튼히 매어서 태자에게로 끌고왔다. 칸타카는 태자 앞에서 두 발을 높이 들어 한 소리 크게 울었다. 그 소리른 성안에 두루 퍼졌을 것이지만, 하늘 사람들은 그 소리를 막아 사람들이 듣지 못하도록 하였다. 태자는 칸타카를 챤타카에게 맡기고 잠시 태자비의 침전에 들렀다. 성을 떠나기 전에 태자비와 아기를 한번 보고 싶었던 것이다. 침전에는 향기로운 향불이 조용히 타고 있었다. 아기는 어머니의 팔을 베고 평화롭게 잠들어 있었다. 태자는 태자비는 얼굴에 슬픔과 괴로움이 섞여 있었으나 고요하고 달콤한 깊은 잠겨 있었다. 태자는 아기를 안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그러나 억제하고 생각하였다. ‘내가 아내의 팔을 제치고 아이를 안아 울린다면, 저들이 잠을 깰 지도 모른다.그렇게 되면 이번 걸음에 방해가 될것이다.부처가 된 뒤에 돌아와 이들을 만나자.’ 태자는 아쉬운 마음을 누르며 말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태자는 말의 깃을 어루만지며 말하였다“칸타카야,너는 이밤 안으로 나를 저 멀리 숲으로 데려가 다오. 그렇게 하면 나는 너의덕으로 부처가 되어 인간과 하늘 세계에 있는 중생들을 다 구제할 수있을 것이다.”태자는 말 잔등에 올랐다. 칸타카는 마치 태자의 속마음을 안듯이 발소리를 죽이고 재빠르게 움직였다. 태자는 성문이 닫혀있으며 어떻게 하나 걱정이었다. 부왕은 태자의 출가를 막기위하여 밤낮으로 성문을 굳게 지키도록 엄하게 명령하였으므로,성문마다 군사슬이 지키고있을 것이었다. 성문으로 나갈수가 없으면 성벽을 넘어라도 나가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태자가 성을 나가려고 하는 이밤에, 깨어 있는 사람은 성 안에 그들 말고는 한사람도 없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