死後영혼과 그 구원

특집

2009-06-15     관리자

─ 우란분(盂蘭盆)절─

 음력 7월 15일은 4월 15일부터 시작된 하안거(夏安居)가 끝나는 해제일(解制日)이다.  이날은 또 먼저 가신 조상님들을 위하여 천도해주는 우란분절(ullambana)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불교에서는 이날은 조상들의 영혼을 천도하고 대중들이 하안거 동안 승려로서 또는 불자로서 어떤 잘못을 범했다면 솔직히 잘못을 대중들에게 고백하고 또 참회하여 마음으로 부터 죄과를 청정히 하며 스스로 희열을 갖는 자자일(自恣日)이기도 하다.  그러기 때문에 이날을 큰 명절로 삼아오고 있는데 여기에서는 제목에서 말하는 우란분절에 대한 유래를 살펴보고 다음에 사후의 영혼이 과연 구제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간단히 살펴보기로 한다.

    1 우란분절의 유래
  먼저 우란분(盂蘭盆)이란 말은 오람바노(烏籃婆拏)라고도 하는데 이는 범어인 Ullambana의 서로 다른 번역이다. 이를 의역하면 도현(倒縣)의 뜻이 있다.  도현이란 말은 거꾸로 매달아 고통을 주고 고문한다는 뜻이 있다.  즉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이 지옥이나 아귀(餓鬼)도에 태어나면 도현의 고통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란분을 달리 의역하면 구도현(救倒縣)이라 하는데 악도에 떨어진 중생의 고통을 구호(救護)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흔히 호칭하고 있는 우란분절은 악도중생의 고통을 구호한다는 뜻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란분절의 기원과 내용은 어디에 있는가를 살펴 보기로 한다.  그것은 여러 경전 가운데 우란분경(盂蘭盆經)이 있는데 이 우란분경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전에 의하면 부처님 당시에 목련(目蓮)이라는 부처님의 제자가 있었다.  목련존자는 부처님의 십대제자(十大弟子)중에 들어 있을 만큼 수행력이 뛰어나고 도력이 높았다.  그는 수행을 잘 하여 번뇌와 악업이 소멸하면 초능력적인 가능성이 나타나는 육신통(六神通) 가운데의 신족통(神足通)을 증득하였다.  목련존자(目蓮尊者)의 속세의 이름은 채숙(采菽)이라 하였고, 부친은 부사(富娑)라 칭하였으며, 어머니는 청제부인(靑提夫人)이라 칭하였다.  그의 부친은  많은 재산을 남기고 젊어서 사망하였는데 그 재산은 날로 줄어들어 할 수 없이 목련존자는 상업에 종사하기로 하였다.  먼저 재산을 삼등분 하여 하나는 자신의 상업자금으로 하고 또 하나는 어머니의 생활비로 쓰도록 하였으며,  또 하나는 돌아가신 부친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5백명의 스님을 청하여 염불과 기도를 드리고 또 제사를 지내는데 쓰도록 할당하였다.  그러나 장사를 갔다와 보니 어머니는 스님을 청하여 부친의 명복을 빌기보다는 날마다 주연상을 차려놓고 개, 돼지, 소 등을 잡는 등 살생을 많이 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출가 후에도 어머니는 속세에서 죄를 많이 지었으므로 틀림없이 지옥이나 아귀도 등 악도에 떨어져서 극심한 고통을 받고 계실 것을 생각하면서 어머니를 위하여 항상 기도를 드려 주었다.

  이와 같이 효도심이 깊은 목련존자는 남다를 신통력을 증득한 후에도 그 신통력을 발휘하여 어머니가 어디에 계시는지 살펴보았으나 끝내 발견하지 못하였다.  그리하여 목련은 부처님의 도움을 청하기로 하고 부처님전에 공손히 예를 올리고 어머니를 구제해 주실 것을 애원하였다.  부처님은 그의 효심을 칭찬하시고 신통력으로 삼계(三界) 육도(六道)를 두루 살피신 결과 청제부인이 무간지옥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을 발견하시고 목련존자에게도 이를 확인시키셨다.  목련존자는 『어머님을 어떻게 해야 구제할 수 있겠습니까?』하고 그 방법을 물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7월 15일이면 스님들의 자자일(自恣日)에 여러 가지 음식과 백 가지 맛(白味)과 다섯 가지 과실과 향촉과 평상과 좌구와 와구(臥具) 등을 대덕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려라. 그렇게 하면 현재의 부모는 물론 칠세(七世)의 부모와 조상까지도 지옥과 아귀도의 고통을 면할 것이니라.』라고 하셨다.  부처님은 또 말하시기를

  『국왕과 태자와 대신과 만백성(萬民)들이 현재 생존하시는 부모와 과거의 칠세부모(七世父母)에게 효도하고자 한다면 7월 15일(음력)과 자자일(自恣日)에 시방(시방(十方)의 자자승(自恣僧)에게 백미(百味)의 음식을 공양하고 시주하면 현재의 부모님은 백년의 수명을 더 살고 병이 없으며 동시에 칠세의 부모님도 아귀(餓鬼)의 고통을 면하게 될 것이며 인천(人天)의 선도(善道)에 출생하게 될 것이다. 』라고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은 목련존자는 결국 신통력을 발휘하여 백방으로 노력하고 또 부모를 위하여 공양을 올린 결과 어머님을 천국으로 인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상과 같이 우란분절은 목련경에 의하여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인도의 속설에는 옛적부터 후계자를 잇지 못하면 죽은 후에는 악처(惡妻)에 타락한다고 믿어 왔었다. 이러한 재래의 사상도 우란분절의 사상에 약간의 영향이 있었지 않았는가 하는 학설도 있지만 그러나 확실한 것은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란분경이 출현함으로써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효도사상과 조상숭배의 사상은 인도에서 중국으로 전해져서 남북조시대의 양무제(梁武帝)가 대동(大同) 4년(538년)에 동태시(同泰寺)에서 처음으로 시작하였다고 한다. (佛祖統紀 37) 그리고 우리나라는 신라 법흥왕시대에 시작하였다고도 전한다.

  이와 같이 전해온 우란분절은 7월 15일에 행해져 내려오고 있는데 이를 백중(伯仲, 白衆)날이라 이름하고 또 백종(百種, 百踵, 魄從)날이라고도 한다. 백중 또는 백종의 뜻은 대중에게 고백한다는 뜻과 어머니 등 부모의 영혼을 깨우쳐 준다〔魄縱〕는 뜻이 있으며,  농부들이 농사를 거의 다 짓고 발을 깨끗이 씻는다(白踵)는 뜻이 있다.  이와 같이 7월 15일은 불교적 행사로부터 민속적인 행사로까지 발전하여 조상 대대로 먼저 돌아가신 영혼을 천도하는 명절로 여겨왔다.  그리고 이날이 되면 누구나 절에 가서 천도제를 지내주고 마을에서는 여러 가지 과실을 차려 놓고 가족끼리 먹기도 하는 민속이 있어온 것은 백미(百味)의 과실과 음식을 올리고 천도제를 올리는 우란분절의 갖가지 행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2 사후 영혼의 구원
  불가에는 우란분절을 비롯한 여러 가지 천도의식이 있다.  현존하는 자손들이 돌아가신 친부모의 영혼을 위하여 초칠일제(初七日齊)와 사십구제(四十九齊)를 지내주는 의식과 그 밖에 예수제(豫修齊)와 수륙제(水陸齊)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예수제는 글자그대로 미리 닦아서 현세의 복덕은 물론 사후에도 극락세계에 태어나도록 하는 의식이다.  이는 내세관의 극치라고 볼 수 있는데 그만큼 내세를 확신시키는 행사라 하겠다.  다음으로 수륙제는 바다와 육지에서 사망한 영혼들을 위하여 현재 자손들이 있는 영혼은 물론, 자손들이 없는 영혼들까지도 천도해 주는 의식이다.  그 밖의 불가에서는 아침저녁으로 부처님께 예불할 때와 불공을 드릴  때 그리고 천도식을 행할 때 각종의 의식에서 자손이 있는 고혼(有主孤魂)과 자손이 없는 고혼(無主孤魂) 등을 위하여 축원을 해 준다.

  이와 같이 각종 의식에서 이미 사망한 영혼을 위하여 축원하고 천도제를 지내고 있는데 과연 그들 영혼이 천도가 될 것인가? 이에 대한 의문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 봤을 것이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천도된다는 확신을 갖고 의식을 올려주고 있다.

  여러 경전과 논전에서는 사후에 영혼이 있음을 확인하고 삼계와 육도(六道)의 윤회설을 설하고 있다.  다만 문제되는 것은 사후에 언제 어떻게 내생의 몸을 받게 되느냐에 대하여 여러 이설이 많다.  이는 주로 소승불교의 대비바사론(大毘婆裟論)과 구사론(俱舍論) 등에 나타나 있다. 다시 말하면 죽음〔死有〕에서 태어나기〔生有〕까지의 중간 영혼[中有]에 대하여 많이 토론하고 있다.

  비바사론에 의하면 세우존자(世友尊者)는 사람이 사망하면 일주일 이내에 영혼은 반드시 내생의 몸을 받는다 하였고,  설마달다존자(設磨達多尊者)는 사람이 사망하면 일주일,  이 주일 내지 49일(7․7일)까지는 육도 가운데 내생의 몸을 받는다고 하였다.  그러나 여타의 대덕스님은 영혼의 생시를 일정하게 정할 수 없다고 한다.  이들 대덕(大德)은 인연을 속히 만나면 곧 출생할 수 있으나 생연(生緣)을 만나지 못하면 한없이 우주공간에 외로운 고혼으로서 남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상과 같은 학설 가운데에 가장 유력시 되었던 것은 49일 설로서 그것은 비바사론을 이어서 구사론, 유가사지론(瑜伽師地論)에 나타나고 또 신라의 둔윤법사(遁倫法師)가 지은 유가론(瑜伽論)에도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49일설의 뒷받침은 경전으로는 지장경(地藏經)을 들 수 있다. 아무튼 이러한 학설에 의하여 사십구제(四十九齊)등을 지내주는 유래가 된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49일이 넘어도 천도제를 지내주는 것은 중유기간이 일정하지 않다(大德設日比無定限․․․․․  故中有身住無定限)는 학설에 의하여 실행된 것 같다.  그런데  영혼이 어떻게 천도되어 지는가에 대하여는 여러 설이 있는데 그 가운데 영혼에게는 거리에 관계없이 보고들을 수 있는 천안(天眼)을 갖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업력에 따라 그 내용은 다르다.  그러므로 이들 영혼에 대하여 진리를 깨닫게 하는 염불과 독경을 많이 해주면 즉시 지혜로움이 나타남과 동시에 과거의 나쁜 업력이 소멸될 수 있는 확률이 많다고 한다.  업력의 성질을 보면 악업(惡業)은 영혼을 무지하게 만들고 나쁜 곳으로 인도하며, 선업(善業)은 영혼을 지혜롭게 하여 선도(善道)에 올바로 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오묘한 진리가 가득한 염불과 독경소리를 들려주면 즉시 자각하여 선성을 회복하며 동시에 선도에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설사 내생의 몸을 받은 중생이라 할지라도 목련존자가 무간지옥의 어머니를 천도하듯이 염불과 독경을 해주면 능히 감응이 되어 발심(發心)케 하고 악업을 소멸케 해 주며 선도에 인도하는  부사의(不思議)한 공덕이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이러한 천도사상에 입각하여 조석으로 염불해 주고 천도의식을 거행하여 온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