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사의 현장] 길음종합사회복지관

불상없는, 그러나 가장 영험있는 도량

2009-06-07     사기순

“다시 정열이 확 솟아 올라요. 시간도 없으면서 괜한 일(자비행 실천하는 불광 보문부 활성화)을 또 벌여 놓은 건 아닌지 가끔 회의도 가졌어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복지관을 들러 보고 제원 스님 말씀을 듣고 보니 말할 수 없는 정열이 솟구칩니다.”

성북구 길음 3동 905번지, 차가 겨우 들어갈 만한 좁다란 오르막길을 돌고 돌아 만난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은 강력한 힘을 뿜어내는 불도량이었다. 취재에 동행했던 여러 보살님과 거사님이 불자로서 새롭게 태어나 복지불사에의 옹골찬 원력을 다지게 했으니 이보다 더 영험있는 도량이 어디 있으랴.

그저 내 자식 내 남편만 잘 되길 비는 보살 대신에 나와 남 구별하지 않고 봉사하는 살아있는 관세음보살의 상주처인 복지관이야말로 이 시대 최고의 불도량이 아닌가. 이름에서도 복복(福)자가 크게 들어있는 이곳에서 복을 지으면 그 즉시에 큰복 받을 것 같은 예감, 알량한 중생심을 누르며 기자 또한 복짓는 불사에 마음을 보탰다.

스님이 공들여 기업이 후원한 첫 불교복지관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은 현대적인 감각으로 알뜰살뜰 규모있게 지어져 있다. 총면적 4625평 지하1층의 강당과 노인 복지실.보건의료실, 지상1층의 어린이집(탁아실.유아원).식당, 2층의 상담실.사무실.프로그램실, 3층의 독서실.컴퓨터실, 문화예술실 그리고 옥상엔 휴게실과 야외공연장이 설치된 복지관을 둘러보면서 취재진은 환희심으로 한마음이 됐다.

세련된 모습으로 편안하게 설계되 건물 뿐만 아니라 하나하나 세세하게 정성을 쏟은 내부 시설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하기야 처음부터 끝까지 정성으로 이류어진 복지관 불사가 아니던가.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은 제원 스님(관장)이 공들여 서울시가 땅을 빌려 주고 코오롱 기업이 총공사비 12억을 들여 건물 지어 주고 스님이 1억 들여 내부 시설하고 위탁운영하는 모범적인 케이스 아주 이상적인 유형의 길음종합사회복지관 건립의 그 값진 사연을 들어 보았다. “스님이 아무리 거룩한 모습을 하고 다녀도 사람들이 알아주질 않는 겁니다. 자기 절 신도들만 공경하는 스님, 불자들만 공경하는 부처님 이런 현실이 얼마나 안타깝습니까?

불고가 대접을 못받는 이유중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회복지 분야에 취약한 면도 큰 몫을 차지하고 있지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복지사는 부처님이요, 그 부처님 따르는 불자 또한 복지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는 한동안 복지사업에 소홀했었다. 그 인과는 그대로 오늘의 현실속에 나타나고 있다.

“불교가 사회를 위해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고 항변하는데 적절히 답할 말이 없다. 아무리 고귀한 진리의 말씀이라해도 생활 속에 실천되지 않는 한, 현대인들의 지친 삶을 직접적으로 달래주지 않는 한 공염불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데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세세생생 복전이 될 복지관을 지어 많은 사람들에게 착한 일을 권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 음덕으로 바른 삶을 가꿔 나갈 수 있는 싱그런 생활의 뜰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복지관 지을 땅을 빌리기 위해 서울시의 십여 군데 구청장을 만나 보았지요. 이왕 하려면 우선 당장 복지관이 필요한 곳이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저소득층 밀집지역인 이곳을 택했습니다.”

서울시로부터 가까스로 230평 땅을 빌리고 나서 종단적 차원으로 복지관을 지으려 했더니 종단 예산이 없어 땅을 반납할 지경이었다. 그야말로 산너머 산이었다. 제원 스님은 복지관 불사를 끝내 이루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기도를 했다. “기도를 하던 중에 불현듯 코오롱 기업 회장님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3개월여 주선 끝에 회장님을 만날 수 이었고 만남이 있은 뒤로 한 달 뒤에야 건물을 지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습니다.”

복지관을 설립해서 이 사회를 밝히는데 보탬이 되지 않겠느냐는 스님의 마음이 짜장면 회장으로 통하는 분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 마음의 착한 움직임이 바로 이 사회를 맑히는 힘, 세상을 정화하는 원동력이 아니던가. 그래서부처님께서도 일찍이 “스스로 한마음 청정하면 국토가 청정하다”고 이르셨다.

그러한 사연으로 이뤄진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은 ‘91년 3월부터 (주)코오롱측의 지원 아래 공사를 시작했다. 착공 일년만인 지난 3월 31일에 개관되어 오늘까지 이 지역사회의 복지향상을 위해 탄탄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

포교당 10개 짓는 것보다 낫다.

서울시 어디나 거의 비슷하겠지만, 길음좀합사회복지관이 좌우보초로 교회를 모시고 있는 단편적인 모습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지역은 타종교의 텃밭이나 다름없었다. 지역주민들이 스님이 들어 온다고 해서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을 설득시키느라 참 애 많이 썼습니다. '종교를 하기 위해 오는 것이 아니다. 또 종교란 우리의 바른 삶을 위해 있는 것이지 우리가 종교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다‘고 얘기하며 이해를 시켰지요.”

그릇된 편견과 종교적 아집속에서 사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다. 그들은 자신의 틀에 갇혀 스스로를 구속하고 타인을, 타종교를 배타한다. 그런 사람들이 도심속에서 불법(拂法)을 전하는 포교당에 찾아들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복지관은 다르다. 독서실이 있으니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은 복지관에 와야 하고 휴식공간이 갖춰져 있으니 복지관은 종교색이 없으니 아무런 부담없이 찾아 드는 보금자리로서 더 많은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다. 포교당 10개 세우는 것보다 더 나은 포교효과를 누릴 수 있는 복지관 불사에 이제사 눈뜬 것이 실로 안타까울 뿐이다.

“인사를 안하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근데 디스코 파티를 한번 열어줬더니 그 뒤부터 힘차게 인사를 하는 겁니다. 어설프게 합장까지 하면서요.”라는 스님의 한마디는 복지관이 불상은 없지만 가장 영험있는 불도량임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복지불사 근본도량을 잘 가꿔야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은 이 지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불도량이요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의 보람터이다. 복지관이 문을 연 지 5개월 여 동안 스님과 직원, 마을 주민들, 후원회원, 봉사요원들이 한마음 되어 모두가 행복한 삶의 뜨락을 가꿔가고 있다.

성북지역 주민의 복지 증진과 지역복지사업을 시작한 길음종합사회복지관은 청평어린이집 개관을 시발로 하여 가정, 노인, 아동, 청소년, 및 기타 복지사업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실시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에 무료 침술[장수침구봉사회]을 실시하고 있으며 무료 수지침은 매월초 3일간 실시된다. 무의탁 노인들게 후원결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매월 1회 노인들게 효도 관광을 시켜드린다.

8월 29일에는 ‘준 리 씨 초청 도덕성 회복운동’을 벌여복지원이 궁극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사회의식을 바꾸는 것임을 열어 보였다. 한편 11월에는 ‘복지기금 마련을 위한 자선 디너쇼’를 마련할 예정이다. 기금 마련이 되어 있지 않고 스님이 동분서주하여 운영하다 보니 보다 좋은 프로그램이 있어도 구체화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불자들이 자원 봉사하고후원해서 적극적인 관심을 보일 때 바로 이 복지관은 불도량이 될 것입니다.”

현재 관장 스님과 20여명의 직원, 몇몇 봉사요원, 후원회원은 간절한 마음으로 복지관을 일구어나가고 있다. 하지만 여러 모로 어려운 점이 많다. 그중에서도 인적자원과 재정은 말할 수 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한국불교의 미래를 책임질 포교에 단단한 한 몫을 하고 있는 복지관.불자들의 말없는 선행의 빛이 모이고 모일 때 복지관은 이 시대 최고의 불도량으로 굳건히 자리잡을 것이다.

그러나 불자들이 외면할 때 이 복지관은 타종교인들의 좋은 전도무대가 될 것이다. 언제까지나 불교가 현실과 동떨어진 종교라는 소리를 듣고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아니 그것보다도 복지불사를 통해 이 세계가 한 송이 꽃, 보살이 장엄하는 불국토임을 너나 없이 깨닫게 해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