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능률 죄와 부합의 사회

권두수상

2007-05-09     관리자

오늘날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운 지경에 처해있고, 그로 인해 사회가 매우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상황을 한마디로 꼭 집어 표현해본다면 아마 부합(負合)의 사회(社會)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부(負)란 수학에서 마이너스(-) 부호를 뜻한다.

따라서 부합의 사회란 합(合)하면 마이너스가 되는 사회, 즉 전체적으로 볼 때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큰 사회를 뜻하는 말이 된다. 물론 우리가 건설 하고자 하는 바람직한 사회는 이러한 부합의 사회가 아니라 손해보다는 이익이 훨씬 더 커 합하면 프러스(+)가 되는 정합(正合)의 사회이다.

우리 사회가 부합의 사회로 된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으나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원천적인 이유를 꼽는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비능률 죄' 를 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능률 죄란 한마디로 사람들이 경제원칙을 지키지 않음으로 해서 사회를 비능률적이게 하는 죄이다.

따라서 부합의 사회를 탈피하여 정합의 사회로 가기 위하여는 비능률 죄를 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하여는 먼저 경제원칙이란 무엇인가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원칙이란 쉽게 이야기해서 살림을 알뜰하게 하기 위해 지켜야하는 원칙을 말한다. 살림을 알뜰하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수 있는데 이를 한 사람의 소비자가 청바지를 한 벌 구입하는 것으로 설명해보자.  먼저 청바지 구입에 쓸 수 있는 돈이 예컨대 20,000원으로 정해져 있다면 정신이 올바른 사람은 그 20,000원을 가지고 가장 좋은 청바지를 한 벌 사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즉 정상적인 사람은 주어진 비용으로 가장 좋은 청바지를 구입하여 최대만족을 얻고자 하는데 이를 '최대만족의 법칙' 이라고 한다.

한편 갖고 싶어하는 청바지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는 경우에 정상적인 사람은 그러한 청바지를 되도록이면 싸게 사고자 갖은 노력을 다할 것이다. 즉 정상적인 사람은 누구나 주어진 만족을 얻기 위하여 최소비용을 들이고자 노력하는데 이를 '최소비용의 원칙' 이라고 한다. 이러한 최소비용의 원칙과 앞에서 설명한 최대만족의 법칙을 합치면 그것이 바로 '경제원칙' 이 된다. 즉 '최소비용으로 최대만족을 얻고자 하는 것' 이 곧 경제원칙인 것이다.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들은 이러한 경제원칙을 알든 모르든간에 이미 그것을 지키며 생활하고 있다. 가정주부가 장바구니를 들고 찬거리를 사고자할 때 되도록이면 싸게 사고자 시장의 구석구석을 누비는 것도 바로 이러한 경제원칙에 입각한 행위이다. 먼길을 가고자 할 때 되도록이면 지름길로 가고자 하는 것 또한 경제원칙에 입각한 행위이다. 이와 같이 경제원칙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람이면 누구나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생활인의 속성인 것이다.

이러한 경제원칙을 구성원 모두가 지키는 사회는 능률적인 사회가 된다. 즉 구성원 개개인이 알뜰한 살림을 하면 자연히 한 사회 전체적으로도 알뜰한 살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무시되는 사회에 있어서는 도처에 비능률이 누적되어 있어 관공서, 회사, 백화점 등에서는 물론 심지어는 길거리에서도 짜증스럽고 낭비가 많은 일들이 무수히 일어난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폴 사무엘슨 (P. A. Samuelson)' 은 경제원칙을 무시함으로써 귀중한 재화나 용역을 낭비하거나 오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비능률 죄' 를 짓는 것이라고 하였다. 법을 위반한 사람은 그를 체포, 구금하거나 재판하는 데 귀중한 국가 예산을 쓰도록 함으로써 비능률 죄를 짓는 것이고, 호화소비를 일삼는 일부 고소득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위화감을 주고 또 낭비적 소비풍조를 자극 한다는 점에서 비능률 죄인이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정책담당자는 귀중한 국가예산을 낭비하고 있기 때문에 비능률 죄인이다. 날림공사를 일삼는 건설업체도 건축자재를 비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비능률 죄인이다. 입으로만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정치인, 세상을 현혹시키는 사이비 종교인, 불공정한 방법으로 폭리를 위하는 기업인, 급행료를 받는 공무원,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사람, 거리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사람, 부동산 투기꾼, 사재기를 하는 가정주부... 모두 비능률 죄인들이다.

이렇게 법적, 윤리적 또는 종교적 계율을 어기게 되는 것은 경제적 측면으로 볼 때 모두 비능률 죄를 짓는 결과가 된다. 경제원칙이 무시되어 국민들 대부분이 비능률 죄를 범하면 사회전체적으로 비능률이 누적되기 때문에 그 사회는 부합의 사회가 된다. 피서지에서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면 당사자는 잠시 편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서 오염된 강과 산과 바다를 원상복귀 시키는 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또한 육교를 건너는 것이 불편해 차도를 가로지르면 당사자는 잠시 편하다. 그러나 그로 인해 교통사고라도 나게되면 그 일대에 차가 밀려 수많은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는 채 고통을 당하게 된다. 바로 한두 사람이 잠시 편하자고 저지른 비능률 죄가 이익보다는 비용이 킅 부합의 사회를 만드는 대표적인 경우들인데 이와 같은 예는 우리들 일상생활에 부지기수로 많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엄청난 부합의 사회로 전락해 있다. 따라서 우리 사회를 구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들이 비능률 죄를 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비능률 죄를 짓지 않으려면 누구나 경제원칙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실천에 옮겨야 하는데 이때 특히 남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 되어야 한다.

여기서 남을 해치지 않는다는 것은 공정한 자유경쟁을 의미하고 경제원칙을 실천한다는 것은 분수를 알아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구성원 각자가 공정한 자유경쟁하에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한다면 그 사회는 아주 능률적인 사회가 되는 것이다.

즉 구성원 모두가 각자 남을 해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를 얻고자 노력한다면 개인의 이익이 극대화될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개인의 이익을 합친 것이 곧 사회전체의 이익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전체의 이익도 자연히 극대화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평범하지만 그러나 매우 중대한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사회 또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따로 특별한 공헌을 하고자 하기 이전에 우리는 먼저 비능률 죄를 범하지 않으려는 평범한 노력을 해야 되겠다는 것이다.

나라경제가 어렵다고 해서 비관할 것도 없을뿐만 아니라 따로 특별한 일을 벌여 무리를 할 필요도 없다. 국민 모두가 각자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묵묵히 자기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면서 과소비를 하지 않고 사재기를 하지 않으며 교통법규를 위반하지 않는 등 비능률 죄를 짓지 않으면 그것으로 사회가 능률적으로 되어 나라경제도 바로 서게 되는 것이다.


노영기: 중앙대학교 경제학과와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현재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있으며 저서 [현대 경제학원론]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