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축제, 한국 대표 문화축제로 우뚝 서다

연중특별대담 / 변화의 키워드로 본 우리 불교

2009-05-26     관리자

사회 : 류지호 (월간 「불광」 주간)
대담 : 박상희 (조계종 행사기획단 팀장) 
         김유신 (축제기획 ‘불무’ 대표)

박상희 _ 대한불교조계종 행사기획단 봉축위원회 팀장. 조계사학생회 간사(1979년), 서울지역불교청년단체협의회 총무(1988년), 대한불교청년회 총무국장(1991년)을 지냈다. 1989년부터 봉축행사 준비에 참가하여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 실무위원(1989년~1995년), 조계종 봉축기획단 간사(1996년~2004년)로 일했다.







김유신 _ 불교계 유일의 문화예술기획사인 '축제기획 불무' 대표로서, 현재 한국불교문화정보연구원 이사, 조계종 포교연구위원으로 있다. 2005년 참여불교재가연대가 선정하는 제4회 올해의 재가불자상을 수상하였고, 현재 불교방송(BBS) 라디오에서 ‘문화로 읽는 불교’를 진행하고 있다.







연등축제가 1996년 기존의 제등행렬에서 지금의 참여형 축제로 전환된 후,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코드로 성장하였다. 전국적으로 한 해 1,200여 개의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는데, 그 중 연등축제는 단연 돋보인다. 참여하는 외국인의 숫자는 국제행사 수준을 뛰어넘었고, 외국 방송사들의 취재열기 또한 매년 뜨겁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에 축제 전문가나 이벤트 기획자들이 연등축제의 성공 요인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연등축제의 성과와 과제를 진단하며, 우리 불교에 끼친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지속적인 발전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스스로 준비하고 즐기며 주인공이 되는 축제

류지호 ▷ 연등축제는 최근 한국불교 10여 년의 변화 양상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모습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연등축제의 성공 요인과 앞으로의 과제를 이야기하다 보면, 현재 우리 불교의 변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올해는 연등축제 장소가 동대문운동장이 없어지면서 장충체육관과 동국대학교로 이원화되는데, 먼저 오는 4월 26일 펼쳐지는 연등축제에서 무엇이 바뀌는지 설명을 해주시죠.

박상희 ▷ 말씀하셨듯이, 장소 변경이 가장 큽니다. 동대문운동장처럼 인원을 많이 수용할 수 없는 문제로 인해 장소가 나뉘어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식전행사인 어울림마당은 장충체육관에서 열고, 동국대 운동장에서는 연등법회와 봉축의식을 봉행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연등행렬 출발 장소가 달라지므로, 행렬 합류 문제 등 예년보다 많이 복잡하게 구성됩니다. 그리고 연등행렬이 펼쳐지는 종로거리에 관람석을 확대하여 축제 열기를 한층 북돋울 예정입니다. 그 외의 다른 행사들은 준비하는 팀들이 안정되다 보니, 좀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봉은사 경내에서 열리던 전통등전시회가 지역적으로 확대되어 열립니다. 승과평(조선시대 승과고시가 열렸던 시험장)이었던 지금의 코엑스(COEX) 앞에서 등을 밝히는 점등식을 하고, 이와 연계하여 지역 주민 및 신도들과 함께 연등행렬을 하며 전통등전시회의 참여를 확대하는 식으로 개편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류지호 ▷ 연등축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안정감 있게 부분적으로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변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축제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연등축제의 특징에는 어떤 것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유신 ▷ 연등축제의 가장 큰 특징은 서울의 역사 전통을 가장 잘 발현시키고 있는 민중들의 축제라는 점입니다. 역사적으로 민중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러한 전통을 이어받아 불자들을 중심으로 해서 자발적인 축제로 만들고 있다는 거죠. 축제의 가장 큰 생명력은 자발성입니다. 현재 전국의 230여 개 지방자지 단체에서 1,200여 개의 축제를 하고 있는데, 그 중에 자생적으로 예전의 문화전통을 이어가며 지역적 자기 정체성을 갖고 있는 축제는 3분의 1도 안 됩니다. 이 사실은 지역축제가 인위적인 관 주도형으로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에 반해 연등축제가 갖고 있는 자발성과 600년 가까운 서울의 역사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것은 연등축제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일 것입니다. 그리고 축제가 갖고 있는 오락성과 일탈성도 잘 결합되어 있습니다. 전통에 기반한 한국적인 볼거리들을 잘 보여주고 있는 점도 연등축제만이 지닌 특징의 하나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는 축제 중에 출연진이 가장 많습니다. 동대문운동장에 참여했던 출연진이 3만 명 정도 되거든요. 우리나라 어느 축제를 가든 3만 명이 출연진으로 참여하는 행사는 연등축제밖에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죠. 연등축제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놓고 있는 개방적인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각 절에서 등 하나 들고 오는 사람부터 거리에서 참여하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결국 모든 사람들이 출연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류지호 ▷ 연등축제는 전통과 역사성이 담보되어 있고, 대중들의 자발성에 의해서 동력을 가진 축제이며, 오락성과 일탈성, 누구나 거리에서 쉽게 동참할 수 있는 개방성 등 다양한 특징과 장점을 고루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어떤 특징이 더 있을까요?

박상희 ▷ 내면적인 특징이 있겠죠. 참가자가 중심인 축제로서, 스스로 준비하고 즐기며 주인이 되는 축제입니다.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면 더 화려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서로가 이해하고 조화를 이루며 자신과 조직의 변화 속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습니다. 연등축제는 소박하게 정성을 다하면서 남을 배려하는 공간입니다. 경쟁 즉 시비분별에서 벗어난 진짜 신나는 축제, 마음으로부터 변화를 이끌어내는 내면적인 특징이 다른 축제와 대별되는 것 같아요.

김유신 ▷ 축제라는 것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생명력을 얻습니다.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때, 축제는 생명력을 갖는 것입니다. 불교는 조선왕조 500년 동안 정권에 의해 탄압을 받았어도, 민중들의 지지와 동의를 받을 수 있는 문화적인 코드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민중들의 삶이 힘들 때 부처님은 의지처가 될 수 있는 분이었고, 등을 켠다는 행위 자체에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신의 바람을 소박한 등 하나로 표현했습니다. 양반가 부녀자들도 자발적으로 와서 관등(觀燈) 놀이를 했으며, 집집마다 장대에 등을 달아 놓았습니다.

무엇이 연등축제를 성공으로 이끌었는가

류지호 ▷ 지자체의 축제가 단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의도를 가졌다면, 연등축제는 참가자들이 직접 소박하고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며 삶의 공감대를 형성해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연등축제에 대해 외국인, 전문가, 언론, 불교계 등 각 분야의 평가는 어떤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작년에는 설문조사도 있었다고 들었는데, 설명 좀 해주시죠.

박상희 ▷ 아무래도 외국인의 경우, 우리와는 느끼는 강도가 다릅니다. 가장 한국적인 축제로 연등축제를 꼽고 있습니다. 축제나 행사 전문가들은 연등축제를 크게 키워나가기를 바랍니다. 내면적인 것을 이해 못하는 부분도 있어 아쉽기도 합니다. 민속학 전공자들은 한국의 전통적인 특성을 많이 보여주기를 바랍니다. 일반 언론은 점점 관심을 갖고 자료 요청을 많이 해오고 있어요. 언론 노출도 예전보다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불교계에서는 조직 활성화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각 사찰과 단체들이 연등축제를 준비하면서, 자발성과 신심이 고양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불자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대외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90년대 겪었던 종단의 불미스런 부분들을 내부적으로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대 변화의 흐름에 맞춰 전통적 요소들이 활성화되는 모습에 스님들의 만족도가 높아요. 어느 자료에 따르면, 불자들의 만족도도 74%에 이르고 있습니다.

류지호 ▷ 전체적으로 여러 분야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평가들에 대해 내부적으로는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박상희 ▷ 내면의 변화가 없으면 바깥의 변화도 없습니다.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주인으로서 즐기다보니, 좋은 성과가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축제가 커지고 호응을 받으면 붕 뜨게 될 수도 있는데, 끊임없이 기본과 원칙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중심을 갖고 힘이 실리면, 아직 부족한 다른 문제들은 자연적으로 풀릴 것입니다.

류지호 ▷ 지금까지 실무 담당자의 입장에서 말씀을 들어보았는데요,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면 연등축제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김유신 ▷ 제가 연등축제를 바라보는 위치가 아마 불교계의 입장과 우리 사회 일반의 시각 사이에 놓인 선상의 중간쯤 될 것입니다. 연등축제에 대한 저의 일관된 고민은 ‘연등축제의 주인은 누구일까?’입니다. 연등축제는 현재 불교인의 축제거든요. 등을 들고 참여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불자들입니다만, 불자들만이 연등축제의 주인공은 아니라고 봅니다. 불자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 모두가 연등축제의 주인공이다’ 하는 생각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조선시대에 그렇게 핍박받는 와중에도 연등 놀이는 전국적으로 인산인해를 이뤘습니다. 그런 역사 전통들을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데, 이러한 역동성을 오늘날 무엇으로, 그리고 어떻게 하면 살려낼 수 있을지 생각해 볼 때입니다. 불자들은 신앙적인 측면에서 참여를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신앙 이전의 원초적이고 정서적인 공감대가 있으리라 봅니다. 우리나라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무종교인들도 우호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심지어 종교가 달라도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연등축제에 더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필요합니다. 연등축제가 어려운 과정 속에서 성장해온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를 하더라도, 역사 전통과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볼 때 우리의 연등축제는 풀어야할 것이 많이 남아 있다고 봅니다.

류지호 ▷ 역사 전통을 배경으로 미래지향적인 시각으로 볼 때, 연등축제의 주인이 과연 누구인가에 대한 의문 제기를 해주셨습니다. 1996년 현대적인 연등축제의 기틀이 마련된 이후 13년의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 일반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인가요?

김유신 ▷ 불교의 가르침은 ‘전도 선언’에서 부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안락과 행복을 위해 가는 것입니다. 만약 불교 신도들만을 위한, 그리고 불교를 내세우기 위한 행사로만 연등축제를 한다면 이렇게 축제를 해서는 안 됩니다. 서울시내 한복판을 막고 연등행렬을 하는 이유는 ‘우리 불교 잘났다, 멋있다’를 드러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축제를 바라보고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져야 한다는 겁니다. 50%의 종교가 없는 분들과 이웃 종교인들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때, 비로소 한국을 대표하는 축제라고 이름 받을 수 있다는 거죠. 연등축제에 참여하는 불자들의 희열이나 자부심에 동의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연등축제를 통해 불교를 자랑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불자들만의 축제가 아닌 ‘우리 사회에 무엇을 주었을까’라는 고민을 해보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고민이 연등축제를 준비하고 진행하고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상희 ▷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온 국민의 축제였던 과거의 모습은 사라졌고, 그 전통은 불교 안에서 살아남아 존속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은 불교계의 관례적인 부분과 자기 과시적인 부분이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현재 연등축제는 불자들의 신심을 바탕으로 해서 유지 발전되고 있어요. 사회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서는, 불자들 스스로 하나 되어 화합하는 모습 자체가 주는 메시지가 가장 기본일 것 같아요. 이것이 전제되지 않을 때 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무엇을 준다고 한들 의미가 없을 것 같아요.

김유신 ▷ 연등축제의 대중화에 대해 바라보는 입장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박 팀장님은 우리가 조금 더 내밀하게 준비하며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저의 입장에서는 이제 변화를 시도할 시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볼 때, 평행선이 아닌 똑같은 연장선에 있는데 그 시점을 어디로 볼 것인가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류지호 ▷ 연등축제의 성과가 적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불교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사찰 조직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외의 다른 성과는 무엇이 있을까요?

박상희 ▷ 우선 등 만드는 기술이 발전했습니다. 이로 인해 복식도 바뀌었지요. 한복을 입고 등을 들고 있는 모습을 홍보물로 제작하였더니, 호응이 좋아 잊혀져가는 한복을 한 번 더 입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90년대에는 음악이 뭔지도 모르던 시대였지요. 지금은 한국적인 정서를 담아 대중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로 인해 축제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젊은 층들이 좋아하니 사찰의 분위기도 조금은 밝은 모습으로 바뀌는 것 같아요. 미술적인 측면에서는 불화와 벽화, 단청을 등에 접목하여 색채감이 뛰어난 등이 탄생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쁘고 귀여운 캐릭터 디자인도 개발하여, 아이들이 불교에 흥미와 친근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김유신 ▷ 저는 안과 밖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외적으로는 불교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데 일등공신입니다. 사실 한국불교의 이미지는 근현대 이후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해, 우리 사회에서 상당히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거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준 것은 연등축제입니다. 내적으로는 연등축제를 통해 스님들이나 불자들이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 것입니다. 문화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게끔 연등축제가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현재 활성화되고 있는 산사음악회와 불교 관련 축제들의 시작도 넓게 보면 연등축제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류지호 ▷ 이처럼 연등축제가 많은 성과를 내게 된 요인은 무엇일까요?

박상희 ▷ 철저히 참가자 입장에서 생각했습니다. 참가자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서,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개발한 것이 성과의 핵심이 아닐까 싶습니다. 일반적인 축제는 홍보, 의전, 인원 동원 등에 많은 힘을 기울입니다. 저희는 거꾸로 참가하는 대중이 필요한 것을 조사해서, 머리를 맞대고 재정과 전문성 등 최대한 지원 위주의 정책을 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참가자들 스스로 내면의 변화를 만들어내며 자발성을 갖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김유신 ▷ 성공 요인의 첫 번째는 풍부하고 오랜 기간 동안의 역사 전통에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1994년에 제등행진 구간을 기존의 ‘여의도-조계사’가 아니라 현재의 ‘동대문운동장-조계사’ 구간으로 변경해서, 압축된 프로그램으로 기획하는 결단을 내린 것입니다. 이전에는 제등행진이라고 여의도에서 조계사까지 오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빠져있었고, 행진 거리가 길다보니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었습니다. 행사의 완성도도 떨어졌습니다. 이것을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여 연등행렬 경로를 ‘동대문-종로-조계사’로 압축시킨 것입니다. 세 번째는 행사기획단이라는 실무 기구를 두어, 안정적으로 유지 발전시키며 지금까지 견지해 왔다는 것이 연등축제 발전의 핵심적인 요소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끊임없이 진화하는 연등축제를 위하여

류지호 ▷ 이렇게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그 동안 어려움도 많았고, 부단한 노력도 뒤따랐으리라 봅니다. 지금까지 현장에서 진행해오면서 한계는 무엇이었고, 개선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이 있나요?

박상희 ▷ 불자들이 변화에 굉장히 둔감하다고 할까요? 음악과 율동 작업을 10년 동안 해오고 있는데, 겨우 자리 잡히기 시작한 게 5년 전부터예요. 불교 음악을 하는 층이 얇기 때문에, 발굴해서 만들어야 하니 힘든 점이 많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가 좋은 가사는 못 써요. 불교는 한문 문화가 많고, 대중들의 정서를 쉽게 표현하는 부분에서는 아직도 멀었다 싶어요. 표어를 요즘 용어로 바꾸는 데도 10년 정도가 걸렸어요. 예전에는 한문 번역에서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에 관공서 표어 하듯 하다가, 이제야 조금씩 감각적이고 세련된 표현 위주로 바뀌고 있습니다. 결정되는 과정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다 보니, 대중이 원하는 것을 지도층에서 소화해 내는 데 부족한 점이 많았어요.

김유신 ▷ 저는 과제로 봐야 할 것 같아요. 전 세계 축제들이 비슷한 과정을 겪어 갑니다.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축제 중에 세계적인 규모로 진행되는 어느 축제가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당시 지자체 예산 규모로는 엄청난 투자를 했습니다. 그 당시 시와 도가 주관하는 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축제를 전문적으로 기획하는 팀들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결국은 포스터가 두 종류, 표어도 두 종류가 나옵니다. 전문 기획팀에서 안을 내놓았는데, 공무원 중심으로 구성된 축제추진단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예요. 그러다보니 예전의 불조심 표어와 같은 캐치프레이즈가 나오고, 민방위훈련 안내와 같은 포스터가 나오는 거예요. 결국은 합의가 안 되어 두 종류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연등축제도 축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실무자들이죠. 그들은 축제의 흐름과 변화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것에 반해 축제의 주요한 부분들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계신 분들은 축제의 호흡에서 일정 거리 떨어져 있고, 현장의 역동성을 느끼지 못하다 보니 축제의 에너지를 고양시키지 못하고 반감시키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흔합니다. 매번 봉축 표어를 볼 때마다 제 개인적으로는 숨이 확 막힙니다. ‘어떻게 안 변해도 저렇게 안 변할까. 어떻게 예전에 했던 이야기를 똑같이 반복해도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까.’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지나온 과정을 돌아보면서 그 속에서 내일을 향한 변화의 씨앗들을 찾고자 하지 않으면 좋은 외부여건들에도 불구하고 연등축제의 발전이 더디어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성공한 축제들은 대부분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설기구가 중심이 되어 축제를 이끌어 나갑니다. 이처럼 현재 연등축제의 실무를 준비하고 있는 행사기획단이 독립적인 기구로 나와서 연등축제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더라도 1단계는 직무범위를 연등축제만 국한시키는 수준으로 가다가, 다음 단계에서는 전문기구로 독립시키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연등축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설기구의 전문화와 독립성이 이루어져야 되고, 이를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고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상희 ▷ 그런데 연등축제는 여러 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에, 종단 내 기구였을 때 효율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종단의 여러 기구와 협력할 일이 많고, 각 사찰 및 신행 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 많은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이러한 협력 체제가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동력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연등축제가 사회적으로 더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좀더 효과적으로 집중화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되리라 봅니다.

김유신 ▷ 행사기획단이 현재 조계종 안에 하나의 부서로 되어 있는 부분은 존중하지만, 직무 자체는 1년 내내 연등축제에만 전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서 연등축제의 범위가 확대되면, 말 그대로 종단으로부터 독립해서 연등축제를 전문적으로 전담하는 기능을 해야 합니다.

류지호 ▷ 연등축제를 연구하고 집행하는 행사기획단의 역량이 좀더 전문화되고 강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현재 불교의 문화적 역량들이 연등축제에 총 집결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각 분야의 다양한 노력들이 연등축제에서 시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불교 문화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독립된 상설 기구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구조적인 면에서 제반 여건이 여타 조직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대중적인 요구가 많아지고 저변과 기반을 넓혀야 하는 과제도 있는 현 시점에서, 연등축제의 방향성은 어디에 초점을 맞춰 진행해야 할까요?

김유신 ▷ 연등축제를 좀 더 개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연등축제의 참가자들은 불자 중심인데, 불자만이 중심이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적 거부감이 없는 일반 시민들, 외국인들이 더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지금도 이런 부분을 배려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기대치보다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문을 활짝 열어놓더라도 연등축제가 갖고 있는 현재의 정형성 자체가 훼손될 우려는 전혀 없습니다. 일반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제안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상희 ▷ 조계사 앞에서 이루어지는 불교문화마당 같은 경우는 불자들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시민과 외국인을 위한 행사입니다. 지금 현재 우리의 규모로는 버거울 정도로 급격하게 커지고 있습니다. 현 추세라면 참가하는 사람들의 규모는 넓혀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 대비하여 이미 시동을 걸고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를 토대로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방법은 앞으로 다양하게 점차적으로 넓혀갈 것입니다.

김유신 ▷ 사실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자세히 보면, ‘정말 이 시대에 서울 시민과 외국인이 무엇을 좋아할까’ 해서 심도 있게 고민해서 만든 것은 아닙니다. 지금 현재 조직 가능한 부분, 기존에 했던 것, 참여 가능한 것들 중심으로 되어 있어요. 일반 대중들이 종교적인 거부감 없이 연등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축제 실무자들에 대한 프로그램 소개 방법, 오리엔테이션, 워크샵, 메뉴얼 등 구체적인 교육 및 역량강화 작업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연등행렬에 참여하고 싶은 가족 단위나 단체들을 위해서, 참여의 공간들을 공식적으로 보장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러한 준비와 노력들이 이루어진다면 연등축제 발전에 필요한 굉장히 큰 동력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상희 ▷ 일반 시민들에게도 창을 열어드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공간의 제약이 한계로 작용합니다. 현실적으로 연등행렬의 길이도 고려해야 하구요. 하지만 외국 단체들을 비롯해 참여하기를 바라면, 풀서비스는 못해주더라도 감안해서 참여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유신 ▷ 종로에서 벌어지는 연등축제 이외에 부처님 오신 날에 즈음해서 일선 사찰에서는 각자 자기 지역 주변을 도는 또 하나의 제등행진을 합니다. 연등축제가 개방형 모델을 정착화시켜서 동기부여가 되면, 각 지역의 사찰도 제등행진을 할 때 지역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해 볼 수 있습니다. 사찰의 지역화에 일조할 수 있는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축제의 완성을 향한 변화의 움직임

류지호 ▷ 연등축제에 대한 여러 성과와 과제를 이야기했는데, 중요한 것은 성과는 계승 발전시키고 한계와 과제는 극복하려는 시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중심으로 정리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박상희 ▷ 앞으로도 참가자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역량을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이러한 활동이 지속될 때, 지금 부딪히고 있는 한계나 과제 부분은 자연스럽게 해소되리라 봅니다. 이 모든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축제의 마니아 층인 젊은 친구들의 관심이 커지고 주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측면에서 볼 때, 연등축제는 현재의 한계를 극복하며 더욱 활성화될 것입니다.

김유신 ▷ 연등축제는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역사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중생의 이익과 안락과 행복을 주는 도구로서, 연등축제가 자기 위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놓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절대 불교를 자랑한다거나 내세워서는 안 되고, 사회에 따뜻함을 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거기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연등축제는 단명하게 될 것입니다. 실무적인 측면에서는 행사기획단의 역량을 보다 더 강화할 수 있도록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와 공감할 수 있는 통로와 창구를 마련하고 축제의 틀을 개방해서, 다양한 계층들의 요구나 참여 욕구를 받아 안아야 합니다. 그것을 내재화된 자기 에너지로 삼을 수 있을 때, 연등축제와 불교의 미래가 밝아질 것으로 봅니다.

류지호 ▷ 오늘 대담을 통해 연등축제의 성공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앞으로도 연등축제가 우리 민족의 전통을 이어온 흥겨운 축제의 장으로서, 불교 문화의 발전과 사회의 화합을 위해 좀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두 분 모두 한창 바쁜 시기에 어렵게 시간 내주시고,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