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시 센터에서의 생활과 수행

세계의 수행처 / 미얀마 마하시 수행센터 2

2009-05-26     관리자
세계는 하나로 열려 있다. 수행법 또한 어느 것 하나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출가자는 물론 일반 재가불자들을 위해 열려 있는 세계의 수행처들을 안내하면서, 다양한 불교수행법을 소개하는 이 난에는 지난 1월호부터 미얀마의 대표적인 수행처인 파욱선원과 쉐우민센터를 일묵 스님과 주기원 선생님이 소개해주셨다. 지난 호부터 일창 스님이 마하시 센터를 2회에 걸쳐 소개해주시고 계시며, 이어서 인도, 태국, 티벳, 중국, 일본 그리고 미국과 유럽에 있는 수행처들을 안내해갈 예정이다. <편집자 주>

▲ 내국인 수행홀

마하시. 센터에서의. 생활.

새벽 3시, 곳곳에서 종소리, 나무통 치는 소리가 들린다. 기상을 알리는 소리다. 정신이 들자마자 ‘깸, 깸’ 하며 알아차린다. 그 이후로 일어나는 것, 화장실 가는 것 등 움직임 하나하나를 2층 법당으로 올라가기까지 알아차리려 노력한다. 물론 처음부터 다 관찰되는 것은 아니다. 사야도들은 할 수 있는 것만큼 알아차리면 된다고 지도한다.
법당에 올라가 부처님께 삼배를 드리고(수행자들이 아침에 함께 예불하는 시간은 없다), 경행을 한다. 물론 모기의 압박 때문에 경행(천천히 걷기)을 오래 하지 못하고, 좌선을 하기 위해 바로 모기장 안으로 들어가는 수행자도 많다. 하지만 마하시 수행방법에서 경행 수행을 먼저 충분히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5시까지 좌선을 하면, 다시 종소리가 들린다. 조용히 모기장에서 나와, 공양하기 전 줄서는 곳으로 ‘오른발, 왼발’ 하며 알아차리면서 간다. 공양할 때는 다른 센터와 달리 많은 수행자가 동시에 밥을 먹기 때문에, 혼자서만 천천히 먹을 수가 없다. 평소대로 먹되 동작들을 알아차리며 먹으라고 지도한다.
공양 후 숙소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휴식을 할 때도 물론 할 수 있는 만큼 알아차려야 한다. 만약에 피곤해서 잠깐 눕는다면, 누우려는 의도를 ‘누우려 함’이라고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해서 ‘누움’, ‘닿음’, ‘부름’, ‘꺼짐’ 등으로 알아차려야 한다.
이후로 6시부터 9시까지 좌선-행선-좌선을 엄격히 지키며 수행하는 이도 있지만, 현재 마하시 센터에서는 다른 센터에 비해 약간 자율적으로 행하는 편이다. 단점이 될 수도 있고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수행의 빠른 향상을 위해서는 경행 1시간, 좌선 1시간을 엄수하며 수행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건강상의 문제나 처음 수행을 접하는 이들의 경우, 이러한 융통성도 조금 도움이 되는 듯하다.
9시에 목욕을 하고, 10시 조금 지나서 점심공양을 한다. 이후 약간의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경행-좌선-경행-좌선 수행을 한다. 낮의 뜨거움에 온 몸에서 땀은 흐르지만, 어찌할 수 없다. 수행하러 왔기 때문에 ‘더움, 더움’ 혹은 ‘흐름, 흐름’ 하며 알아차릴 뿐이다.
오후 5시,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에 주스라도 있으면 한 잔 마신다. 그렇지 않으면 방으로 돌아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경행-좌선-경행-좌선 수행을 하면 9시 종소리가 들린다.
일과표에는 방에서도 11시까지 경행-좌선 수행을 하라고 되어있으나 필수사항은 아니다. 수행이 많이 진전된 이거나, 또 열심히 정진하는 수행자들의 방에는 늦은 시간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잘 때는 마찬가지로 ‘누우려 함’, ‘누움’, ‘닿음’, ‘부름’, ‘꺼짐’ 등을 관찰하다 잠이 든다. 오후불식이 처음이면 배고픔도 많이 느낀다. ‘배고픔’, ‘배고픔’ 하며 알아차리거나, 한국에서 가져온 비상식량을 살짝 개봉하기도 한다.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오후 3시부터 인터뷰가 진행된다. 수행의 진척, 의문점 등을 사야도에게 보고하고 점검받는다. 현재 우 자틸라 사야도와 우 와사와 사야도가 반년씩 지도하고 있는데, 다년간 수많은 수행자들을 지도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잘 지도해주고 있다. 지난 호에도 말했듯이 계속해서 필자가 언급하고 있는 ‘원조의 맛’은 수행자 스스로의 수행을 통해서도 맛볼 수 있지만, 바로 이 인터뷰에서 수행자들 각각의 경험에 맞춰 능숙하게 지도하는 사야도들을 통해서도 맛볼 수 있다.
매주 일요일 오후 4시에는 모든 남녀 외국인들이 모여 법문을 듣는다. 사야도들의 법문은 영어, 일본어, 한국어 등으로 잘 번역되어 있다. 영어로 먼저 읽으면, 그 구절을 한국어로 읽고, 일본어로 읽는다. 필자가 있을 때는 태국인들도 있어서, 영어-한국어-일본어-태국어로 읽혀지는 진풍경도 있었다. 법문이 끝나면, 사야도에게 질문을 할 수 있다. 한국수행자들이 특히 질문을 잘 하는데, 사야도가 자상하게 잘 대답해준다.
이러한 생활은 마하시 계통의 다른 센터들도 크게 별 차이는 없다. 단지 마하시 센터가 약간 자율적이라는 점이 다른 곳과 차이 난다. 느슨해질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진정 마하시 사야도의 발자취를 느끼면서 마하시 방법의 ‘원조의 맛’을 보고 싶은 수행자라면, 혹은 그 맛을 본 수행자라면 다시 마하시 센터로 와서 수행할 것이다.
▲ 경행대

이것이. 마하시. 수행법이다.

마하시 사야도의 스승이 밍군 제따완 사야도라고 지난 호에 소개했었다. 그 밍군 제따완 사야도의 스승이 우 민수따 사야도이고, 그 분의 스승이 띨롱 사야도이다. 띨롱 사야도는 삼장[경·율·론]에 능통한 분이었다는데, 도반인 우 케마 사야도의 자극을 받아 수행에 전념하였다고 한다. 많은 스님들이 띨롱 사야도에게 그 수행법을 책으로 써 주길 간청하였으나, “사후에 이 책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해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라며 책으로 남기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 수행전통이 밍군 제따완 사야도에게 이어졌다. “갈 때는 ‘감’ 하며 알아차리고, 서 있을 때는 ‘섬’ 하며 알아차려라.”라며, 이렇게 네 가지 자세(行住座臥)에서 명칭을 붙이며 사념처[四念處, 네 가지(身受心法) 마음 챙기는 공부] 수행을 지도했다고 한다. 그 밍군 제따완 사야도에게 가서 마하시 사야도가 수행하였고, 현재 ‘마하시 수행법’이라고 하는 것이 전해지게 된 것이다.
마하시 수행법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즉, ‘여섯 문(눈, 귀, 코, 혀, 몸, 마음)에서 일어나는 분명한 대상은 무엇이든 알아차려라. 어떻게? 마음속으로 명칭을 붙이면서. 왜? 알아차리지 못하면 탐욕이나 성냄, 어리석음이 생겨나므로.’이다. 하지만 처음 수행하는 이들이 여섯 문에서 일어나는 분명한 대상을 모두 관찰하기에는 힘들다. 또한 분명한 대상이 없을 때에는 대상을 찾아다니기도 하여 마음이 산란해진다. 그래서 우선 좌선할 때는 숨을 들이쉴 때 ‘부름’, 내쉴 때 ‘꺼짐’ 하며 배의 움직임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경행할 때는 ‘오른발, 왼발’, ‘듦, 놓음’ 하며 다리의 움직임과 뻣뻣함 등을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렇다고 계속해서 배의 움직임이나 다리의 움직임만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더 분명한 대상(즉 가려움 등의 분명한 느낌, 떠오르는 생각, 들리는 소리 등)이 나타나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가려움’, ‘생각’, ‘들림’ 하면서 알아차려야 한다.
이것이 마하시 수행법이다. 물론 지혜의 향상에 따라서 인터뷰를 통해 자세한 지도를 받아야 하겠지만, 기본 수행법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원칙은 단순하고 담백하다. 하지만 수행하면 수행할수록 그 오묘함이 묻어나오며, 위빠사나 지혜가 계발된다. ‘원조의 맛’을 느끼는 것이다.
경전 어디에도 ‘부름’, ‘꺼짐’ 하며 배의 움직임을 알아차리도록 한 구절은 없다. 이러한 이유로 초기에는 많은 이들이 마하시 수행법을 비판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마하시 사야도의 많은 법문집들 곳곳에는 경전과 주석서를 바탕으로 마하시 수행법의 근거를 자세히 밝히고 있다. 또한 아비담마(對法, 勝法)와 연기법을 상세하게 배우지 않고도 위빠사나 수행이 가능하고, 사마타 수행을 하지 않고 순수 위빠사나 수행으로도 위빠사나 지혜가 생길 수 있다는 근거를 많은 법문들 속에서 제시하고 있다. 마하시 사야도가 수행을 처음 지도하기 전 먼저 경전과 주석서, 복주서, 청정도론 등을 바탕으로 『위빠사나 수행법』을 저술한 것도, 수행법에 대한 체계적인 근거를 세우기 위해서일 것이다.
수행법은 다양하다. 그래서 더욱 혼란스럽기도 하다. ‘선택은 신중히, 선택했다면 열심히.’ 미얀마의 어느 큰스님의 말씀이다. 혹시 마하시 수행법이 마음에 든다면, 원조의 맛을 간직하고 있는 마하시 센터에도 한 번 가볼 만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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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창 스님 _ 1996년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해인사 백련암에서 원융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범어사 강원을 졸업하였고 2000년, 2005년 두 차례 미얀마에 머물면서 미얀마어와 빠알리어 등을 공부하고 찬매 센터, 파욱 센터, 마하시 센터 등에서 수행하였다. 현재 진주 녹원정사에서 초기불교에 대해 정기적으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국마하시선원에서 지내며, 위빠사나를 지도하고 있는 우 또다나 스님의 통역을 도와드리고 있다. E-mail : nibbaan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