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구경 이야기] 하산의 사연과 삼독심의 돌풍

법구경 이야기

2009-05-26     김영길

부처님 당시 설산에서 수도하던 일곱 비구가 있었다. 그들은 12년이란 세월을 그 곳에서 보냈으나 도대체 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로가 모여 한심한 말들로 따분함을 달래고 있었다.
『도가 무언지 정말 알 수가 없도다. 추위에다 굶주린 이 꼴들이 무엇인가. 평생을 두고 걸식하는 곤욕은 또 어떠하고! 도는커녕 죄만 짓고 빚만 늘려 가는구나. 산중에서 이처럼 애만 쓰다 죽느니 차라리 세상에 나가 결혼하여 가문이나 일으키고 처자식과 더불어 쾌락하게 살아 볼 일이로다. 내생의 일이야 알 바가 무엇이며 누가 알기나 하랴.』

이리하여 일곱 비구는 하산하기로 결정했다. 이때 부처님께서 저들은 보니, 마땅히 득도할 이들인데도 하찮은 일들을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연유로 크게 길을 그르치고 있음이 심히 안타까웠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 산 아래 길목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계시다가 여느 사문인 양하면서 말을 걸었다.
『오랜 세월 도를 닦고 도를 알고자 하던 이들이 어인 일로 산을 떠나시오?』
『도를 알고자 참고 견디어 왔지만 죄업의 뿌리를 뽑을 수 없었답니다. 산중이라 불공도 시주도 없고, 천 날 만 날을 거리로 나가서 밥을 비는 곤욕도 참을 수 없고, 날마다 쪼들리며 도를 구하자니 피곤만 더 할 뿐 도는 아득하여, 이래저래 생각에 지쳐 집으로 간답니다. 장사나 하여 돈이라도 모이면 그때 다시금 도를 닦지요.』
『알겠소. 그만하고 나의 말을 들어 보오. 사람의 목숨은 무상하기 그지없어 조석을 알 수 없기에 뒷날의 행복을 기약하며 수도의 시련들을 감수함이 아니던가. 세속의 생활이란 억겁의 간난이 줄을 잇기에, 잠시 피하여 수도하여 처자권속이 다함께 영락을 도모함이 아니던가.
영락을 위함이요 환난을 피하려 함이 수도이거늘 어찌 어려움을 피하여 고난의 세속으로 되돌아간다는 말이요. 이는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이가 독약을 마시는 격이 아니겠소.
삼계의 일들이 모두가 우비고뇌이니 오로지 계법을 믿어 방일하지 마소서. 정진하여 득도하면, 억겁을 두고 우리를 괴롭혀 온 온갖 고뇌가 일시에 녹아지리라.』

말씀을 마치고 곧게 앉아 고요히 삼매에 드시니 은은한 광채가 일곱 비구를 감싸 흘렀다.
그제서야 비구들은, 스스로운 광명이 저들을 안온히 감싸 여태 느껴 보지 못한 희열이 충만함을 깨닫고는 가만히 정좌한 사문을 다시 보니, 영락없는 세존이시라 다 함께 오체투지하여 법을 청하게 되었다.
이에 부처님은 문득 부처의 존상과 위의를 광명 속에 나투시며 게송으로서 설법하여 주셨다.

죄업을 벗기도 득도하기도
세간에 사는 길도 비구의 걸식도
무엇이나 매한가지 고난의 투성이라.
그런데도 어쩌자고 수도를 않나
정진하여 스스로운 힘을 얻어서
다시는 고해에 빠지지 말아야지
<법구경 제302송>

믿음으로 계행이 청정해지면
청정은 어질고 존경을 얻어
언제 어디서나 공양을 받게 된다.
<법구경 제303송>

흰 눈 덮인 히말라야 봉우리처럼
어진 자의 덕성은 멀리서도 빛나지만
도를 등진 악인들은 눈앞에 있어도
한밤에 쏜 화살처럼 보이지 아니한다.
<법구경 제304송>

한번은 부처님께서 라자그리하로부터 제자들과 함께 사위성으로 갔었다.
그때 사위성에는 「부루나 가섭」이라는 바라문이 오백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국왕과 백성들의 공경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존의 당도로 말미암아 저들의 신심과 공경이 세존에게로 옮아가자 시기심이 발작하여 파사익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국사에게 도를 배워 익혔지만 사문 고오타마는 스승 없이 스스로 정각자라 칭하니 이보다 더 신성을 모독함이 없습니다. 저희들은 석가와 도력을 겨루어 범신의 이름으로 결판을 내릴 것입니다. 누가 대왕의 스승인지를 -』

이에 대왕도 좋은 생각이라 말하고는 부처님께로 가서 말했다.
『부루나 가섭이 세존과 도력을 겨루고자 합니다만 세존께서는 어떠신지요?』
부처님께서 왕의 물음에 잘 된 일이라 하시니, 왕은 성의 동쪽 광장에다 높은 좌대 둘을 설치하였다. 높이가 열 길이요, 온갖 꽃과 칠보 장식을 달고 깃발을 세우고 좌석을 정돈해 두었다. 두 좌대간의 간격은 팔 백여 미터나 되었고 그 주위는 온통 석가와 바라문의 제자들로 메워졌다. 국왕과 대신들과 시민들도 모여 들었다.

먼저 가섭이 제자들과 같이 와서 좌대 위에 올라앉았다. 그때 「반사」라는 귀신왕이 가섭의 오만과 거짓과 시기 질투를 알고는 큰 바람을 일으켜서 가섭의 자리를 뒤집어 버렸다. 좌구가 날고 깃발이 부서지고 찢기며 비바람과 모래자갈이 휘몰아치니 가섭이 혼비백산하는 광경은 눈을 뜨고는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세존은 높은 자리에 앉으신 채 담담한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제자들도 함께 정연할 따름이었다.

대왕과 대신과 대중들은 공경심이 더하여 예배하며 말했다.
『원하오니 신통을 나투시어 삿된 무리를 절복하시고 정도를 밝혀 주소서.』
그러자 세존은 자리에 앉으신 채 하늘로 치솟더니 허공으로부터 대광명을 놓으셨다. 그리고는 몸에서 물불을 뿜으시니 흔적이 없으시다가 어느새 다시 제 자리에 돌아와 앉아 계신다.
이에 천룡 귀신들이 꽃과 향수로 공양를 올리고 세존을 찬탄하는 아우성이 천지를 진동했다.
부처님의 적멸 영락하신 무아자적의 모습과 가섭의 끓어오르는 삼독과 시기 질투의 흥분된 모습이 대립하는 장면을 경에는 더욱 자상히 상징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부루나 가섭은 끝내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고집스레 삼독심에 집착하여 펄펄 뛰며 광태를 부려 가며 제자들을 기만했다.
경에서는 이 부분을 이렇게 마감하고 있다.
부루나 가섭이 오기를 부리며 도주하면서 제자들을 이끌고 강가에 이르러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지금 물속에 뛰어 들어 하늘나라에 태어날 것이로다. 돌아오지 아니하거든 그리 알라.』
이는 부처님의 자비의 비를 맞아 가섭의 삼독심이 불꽃이 스러지는 장면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처님은 가섭에 대하여, 삼독심이 치성하여 거짓으로 「득도했노라」한 죄와, 부처님을 훼방하여 세인의 존경을 얻고자 한두 가지 죄로 지옥고를 받을 것이라 경고하시고는 게송을 설하시었다.

파수꾼을 세워서 안팎을 지키듯이
자신을 지켜서 삼독심을 막아라
행여라도 소홀하면 지옥으로 자멸한다.
<법구경 제315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