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불교 음악회를 보고

시론

2009-05-26     반영규

올해에는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는 두 가지 색다른 행사가 있었다.
그 하나는 성악가 김화용씨의 「불교 가곡 독창회(1982, 4, 17 국립극장 대극장 - 월간 <음악세계> 주최)」이고 또 하나는 「찬불가 합창 경연대회(1982, 4, 28 세종문화회관 별관 - 불교 청소년 교화연합회 주관」였다.
불교음악을 하는 음악가가 매우 희귀한 터에 중견 성악가가 불교 가곡을 부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준 <음악세계>사와 신심으로써 불교 가곡을 부르는 외로운 성악가 김화용씨에게 불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그리고 서울과 지방의 15개 합창단이 대거 참여하여 마음껏 부처님을 찬양하고 많은 불자들에게 환희와 감동을 안겨 준 참가 합창단에게도 큰 박수와 감사를 드린다.
따라서 이 두 음악행사를 통한 가슴 벅찬 감동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동안 찬불가를 들을 수 있는 소음악회는 여러 번 있었다. 1978년 2월(8번째 붓다의 메아리-흥사단 강당)에 김화용씨가 10여곡의 찬불가를 불러서 찬불가의 참다운 가치를 알게 해 주어 많은 갈채를 받았었고, 각 청년법회의 합창단 학생법회 합창단이 예술제를 통해서 연주한 바 있으며 특히 마하야나 합창단(육군본부), 바라밀다합창단(불광법회), 칠보 어린이합창단(칠보사)은 정기적인 발표회를 통해 높이 평가 받고 있으며 그 수준도 상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이번 두 음악회는 이러한 단일단체의 발표회와는 달리 전 불교인들이 한자리에서 서로의 기량을 겨루면서 부처님을 마음껏 찬탄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아울러, 이제 10여 년이 넘는 연륜을 쌓은 찬불가-넓게는 불교음악이라고 해야 옳겠다 - 를 놓고 면밀히, 그리고 냉철하게 반성해 보고 긴 안목으로 내일의 불교음악을 생각해 볼 계기가 되었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어느 합창단이 우수했고 어느 합창단이 좀 못했다고 따지기 전에 전 불자들이 모여서 한없이 기쁘고 고마운 마음으로 부처님 오신 날을 기리며 부처님께 노래공양을 드리는 잔치자리를 마련한 것은 일찍이 없었던 일인 만큼 앞으로는 전 불자들이 힘을 모아 보다 뜻있는 연례행사라 되도록 힘써야 하리라고 생각된다.
10 수년 전, 정 운문스님이 어린이들에게 부처님의 바른 법을 펴기 위해 불교노래를 지어서 부르게 한 이래 찬불가 100곡 집이 나왔고, 디스크로는 불교 가곡집Ⅰ(김화용노래 ․ 서라벌레코드사), 어린이 찬불가(칠보어린이합창단 ․ 지구레코드사), 찬불가(노성주노래 ․ 서라벌레코드사) 등이 출반되었으며 그밖에 바라밀다합창단의 카세트테이프 등이 나왔으며 지금 경서원에서 신편 찬불가의 발간을 서두르고 있다고 듣고 있다.
또 서창업, 김용호, 정환산, 변규백, 신귀복 등 음악인이 새로운 찬불가를 틈틈이 지어내고 있음을 볼 때, 10년 전 필자가 찬불가를 보급하기 위해 매월 한 곡씩 새로운 찬불가를 지어서 피스(낱장으로 도니 악보)로 만들어 배부할 때만 해도 곡은 있으되 가르칠 사람이 없고, 가르치려 해도 오르간조차 없어서 찬불가가 제대로 구실을 못하여 생각 끝에 개인 녹음실을 빌어서 20여 곡의 찬불가를 녹음(당시의 삼보법회 합창단)한 카세트테이프를 거의 무료로 보급했던 일을 생각하면 금석지감을 금할 길 없다.

이에 이번 두 음악행사를 계기로 해서 오늘 이 시점에서의 불교음악을 재조명해 보고 먼 앞날의 불교음악을 생각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과제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까지는 「그나마 찬불가가 있다」, 「그나마 찬불가를 부르는 합창단이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고맙고 대견해 했으나 이제 그런 자위에 만족해 할 때는 지났다고 본다.
수준급의 음악인을 대거 참여시키고, 젊은 음악인들이 마음 놓고 불교음악에 몰두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수준급 이상의 불교음악이 많이 나와야겠고 수준급 이상의 성악가, 연주단체가 속속 태어나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 있는 불교노래도 재검토되어 지나치게 어렵다든가 노래 말이 너무 치졸하다든가, 교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문제가 있는 곡은 폐기시키고, 훌륭한 곡은 더 많이 불리도록 보급하는 한편 새로운 곡의 수준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율적이건 타율적이건 심의기구의 심의를 거쳐서 알찬 찬불가가 지어지고 불리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또 현재 100여 곡이 넘는 찬불가가 있긴 하나 각종 의식, 행사에 알맞은 노래들이 갖추어져 있지 못하다.
따라서 장중하면서도 부르기 쉬운 갖가지 의식노래가 지어져야겠고 특히 청소년들이 갖가지 행사 때 부를 수 있는 노래 - 예컨대 수련대회 ․ 정진법회 ․ 기도법회 ․ 체육회 ․ 야외법회 ․ 캠핑 ․ 하이킹 ․ 순례법회 등 - 와 아울러 일상생활 가운데 부를 수 있는 노래 - 예컨대 가정의 경조사, 불자들의 경조사 때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 - 도 지어 져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노래 말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점이다.
낱말 하나, 토씨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일단 발표된 뒤에는 좀처럼 고치기 어려우므로 처음부터 신중히 검토되어야 한다. 또 노래곡도 마찬가지다. 지금 있는 찬불가는 대체로 무겁고 어렵다고들 한다. 그렇다고 음악성을 무시한, 대중가요식의 노래가 되어서는 안 되겠다. 순수한 음악성을 지니면서도 많은 사람이 쉬 배워서 부를 수 있는 밝은 노래, 그러면서도 감동을 주는 호소력 있는 곡이라야 한다고 본다.
여기서 순수음악과 대중음악과의 한계와 불교 노래에 얼마만큼 적용시키느냐 하는 어려운 문제가 제기되지만 이는 전문 음악인의 영역인 만큼 전문 음악인에게 맡기되 다만 수수음악만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전에 대중가요를 작곡하는 모씨가 기타반주로 편곡한 찬불가 <둥글고 밝은 빛……>를 붓다의 메아리 때 부른 일이 있었다. 비록 기타반주에 대중 가요식 창법이었지만 강한 호소력이 있어 많은 갈채를 받은 일이 있었고, 역시 붓다의 메아리에서 C양이 S대 재학시절에 샹송창법으로 찬불가를 불러 크게 감동을 준 일도 있었다. 또 최근 어느 예술제에 S대 남학생이 자작곡을 기타반주로 불렀다. 대중가요 스타일의 노래였으나 젊은 층에게 크게 어필했음을 볼 때 순수 찬불가의 계발 보급과 아울러 대중 가요적 불교노래의 계발도 퍽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비전문인이 불교음악을 운위한다는 것은 매우 당돌한 일이긴 하나, 그동안 다소나마 찬불가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바 있어 이번 두 불교음악행사를 보고 느낀 점을 두서없이 적어보았다.
그동안 찬불가를 위해 많은 애를 쓰신 분들께 부처님의 가피가 두루 하시길 빌며, 끝으로 좋은 불교노래의 노랫말과 곡, 그리고 역량 있는 신인의 발굴을 위해 언제든지 발표할 수 있도록 불교 신문이나 불교 잡지가 아낌없이 지면을 할애해 주실 것을 진언한다. 그리하여 지면을 통해 발표된 그 노랫말, 노래곡이 많은 불자들에 의해 공개적인 평가를 받아 좋은 곡이 널리 보급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