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비니동산] 초파일 행사를 마치고

독자란

2009-05-26     서명순

 -부처님 오신 날, 무엇보다 보람 된 일은 제등 행렬에 참가하는 일일 것이다. 올 제등 행렬에 참가한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며 내년을 다짐하며 제등행렬에 참가한 이야기를 쓴다.

그때, 여의도 광장은 서녘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고 수많은 불자들로 가득 메워져 축제의 분위기였다. 불광 합창단의 일원인 나는 다른 단원들과 어울려 광장이 떠나갈듯이 소리 높여 찬불가를 불렀다. 우리의 노래에 장단이나 맞추듯이 옆의 중고생들이 딱-딱 목탁을 두드렸다. 옆에서 한 거사님이 행진하다 촛불을 꺼뜨리면 시집을 못 간다고 하였다. 그 소리에 귀가 솔깃해진 내 옆의 언니는 촛대에 초를 단단히 꽂기 위해 여간 정성을 들이는 게 아니었다. 그런 저런 여러 광경들이 나에게는 모두 즐겁게만 느껴졌다. 차츰 차츰 하늘에 별들이 하나, 둘 반짝이기 시작했다. 등에도 불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다. 어둠 깔린 여의도 광장은 등불로 인해 다시 밝아지고 있었다. 하늘에 선 별이, 달이, 땅 위에서선 우리 불자들이 어둠 속에 헤매이는 중생들에게 길을 밝히기 위해 불을 밝히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기쁘고 즐겁기만 한 날에도 나에게는 근심거리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발이 아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내 자신의 인내의 한계를 벗어나면 고무신을 손에 들고라도 끝까지 행하리라 마음먹었다. 처음 얼마간은 그런 대로 참고 걸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아픔은 배가 되어 왔다. 나는 더 이상 아픈 발에 신경을 쓰지 않고 관심을 다른 곳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여러 가지 즐거운 이야기도 하고 큰 소리로 찬불가도 부르고 하였다. 그래서 나는 아픔도 무릎 쓰도 제등행렬을 끝마칠 수 가 있었다.

문득 지난 봄 한라산 등산하던 때가 생각났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하는 옛시조를 중얼거리며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돌산을 올라올라 정상에 올랐을 때의 그 기쁨!

나는 제등행렬을 등산에 비유하고 싶다. 등산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정상에 올랐을 때의 그 기쁨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고진감래(苦盡甘來)」, 평범한 진리이지만 다시 한 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제등행렬을 끝마친 후 나는 불광법회 일행과 함께 조계사에서 불광 잠실 법당까지가 회향하기로 작정했다. 잠실 법당 안에 들어서니 많은 법우들이 와 있었다. 회향 법문으로 광덕스님의 말씀이 계셨다.

「-나의 중심(中心)에 서서, 세계의 중심에 서서, 역사의 중심에 서서, 우주의 중심에 서서, 삶의 중심에 서서-」

끝이 아닌 중심에 서서 살아가자는 스님의 말씀은 내 가슴 깊이 박혔다.

그렇다. 우리들 모두는 중심의 소유자다. 중심에 서서 살아가는 것은 권리인 동시에 의무인 것이다. 원래 무한 능력의 소유자인 우리들, 지금 이 시각부터는 우리 모두는 내 자신의 세계의, 역사의 주체자가 되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부처님 앞에서 맹세했다. 앞으로 나의 인생에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닥친다 하더라도 나는 절대로 절망하지 않겠다고 환경의 노예, 운명의 노예가 아니라 환경의 주인, 운명의 주인이 되어 고난을 이기고 환경을 극복하고 운명을 초월하는 내 인생의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거듭 다짐하였다. * (불광바라밀다 합창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