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메시지가 담긴 두부소박이

적문 스님의 사찰음식 이야기 4

2007-04-30     관리자

자! 이번호에는 사찰음식의 조리철학을 살펴보자.
스님들이 강원에서 배우는 『치문경훈(緇門警訓)』「귀경문(龜鏡文)」에서 장려자각 선사는 이렇게 말한다.
“육미(六味)가 부정(不精)하고 삼덕(三德)이 불급(不給)이면 비전좌 소이 봉중야(非典座 所以 奉衆也)오.”
대중스님들의 음식조리를 담당하는 전좌(典座) 소임자는 먼저 육미[쓴맛(苦), 단맛(甘), 짠맛(鹹), 싱거운 맛(淡), 신맛(酸), 매운 맛(辛)]를 정결(精潔)하게 하는 것을 염두에 두면서 삼덕을 갖추어야 하는데, 첫째는 청정(淸淨)의 조리원칙, 둘째는 유연(柔軟)의 조리원칙, 셋째는 여법(如法)의 조리원칙이다.

아울러 도원(道元) 선사는 『전좌교훈(典座敎訓)』에서 불법승 삼보(三寶)에 올리는 음식물을 직접 조리한다는 사실에 순수하고 기쁜 마음[喜心]을 지녀야 하고, 부모가 자식을 염려하듯이 무한한 애정을 갖고 요리를 해야 하는 어버이의 마음[老心]을 갖추어야 하며, 세 번째는 큰 산과 큰 바다와 같이 치우치지 않고 누구에게나 최선을 다하는 넓은 마음[大心]을 소유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조리철학과 마음가짐으로 음식을 하기에 아무리 패스트푸드가 ①신속함 ②편리함 ③맛의 예측가능성이 뛰어나다는 세 가지 순기능을 강조하고 있지만, ①각종 성인병을 유발시키는 고염식과 고지방의 섭취 ② 비만을 초래하는 짧은 식사시간 ③칼로리는 매우 높지만 필수 비타민과 각종 미네랄이 부족하여 각종 질병과 빠른 노화를 가져온다.
그러나 이보다도 더욱 문제인 것은 이와 같은 식사내용물과 식습관은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에 둔감해지게 한다는 것이다.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지면 감각기관이 둔화되며, 둔화된 감각으로는 우리에게 보이는 사물이나 현상을 섬세하게 느낄 수 없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절편의 담백한 맛, 갖가지 나물이 주는 그 다양하고도 오묘한 맛, 녹차의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연이 우리에게 던져 주는 메시지를 들어도 듣지 못하고 보아도 보지 못하게 되는 것이며 결국에 우주만물은 서로 서로가 연기(緣起)론적 존재라는 부처님의 진리를 깨닫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 바로 패스트푸드와 잘못된 식습관이다.

재 료
두부 1모, 표고버섯 60g, 건다시마 한 조각, 밀가루 1컵, 소금 약간, 후춧가루 약간, 깨소금 1큰술, 물엿 1큰술, 진간장 1작은술

조리법
1. 두부는 너비 4cm, 두께 0.3cm 정도로 썰어서 가볍게 소금간을 해둔다.
2. 말린 표고를 물에 불려 잘게 다져 놓는다.
3. 표고 불린 물에 건다시마 한 조각을 넣고 끓여서 채수물을 만들어 놓는다.
4. 채수물 2큰술에 물엿, 후추가루, 통깨, 간장, 표고를 넣고 졸인다.
5. 밀가루는 물로 걸쭉하게 반죽하여 소금으로 간을 맞춰 튀김옷을 만든다.
6. 두부 위에 준비한 표고버섯을 얹고 또 하나의 두부로 맞엎은 다음 튀김옷을 입혀 160° 고온으로 튀긴다.

메모
상에 낼 때는 튀겨낸 두부를 어슷 썰어 큰 접시에 돌려 담고 중앙에 양념장을 놓아낸다.
요즈음 같은 봄철에는 원추리나 냉이겉절이를 곁들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