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쳐야 할 일

특집 · 꿈을 가꾼다

2009-05-15     관리자

 인간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꿈을 가꾸머 살아가고 있다고 할 것이다.

 어린이들은 동심의 세계 속에서 소박하면서도 고운 꿈을,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은 『에드벌룬』처럼 부푼 꿈을 장년의 사람들은 보다 현실적인 꿈을 꾸며, 노년의 사람들에게도 황혼녘 붉게 물든 서녘 하늘처럼 아름다운 꿈이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어려서부터 꿈이 많았었다.

 국민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에 『너는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되겠냐』묻는 사람들에게 서슴없이 대답했었다. 『하얀 까운을 입고 신음하는 환자들을 돌보아 주는 인자한 의사가 되겠다』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부푼 꿈을 안고 의과대학에 입학을 했다. 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학습이 시작되기 전 2년 동안의 교양학 공부를 할 무렵 나는 자신이 깊은 늪 속에 빠져 들어가는 것처럼 막막한 꿈 속을 헤매이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존재자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 중인가, 이렇게 살아 가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일인가 등등…….

 『슈바이처』와 같은 의사가 되겠다고 하였던 현실적인 꿈은 이때 부터 엉뚱한 방향의 꿈길로 달려 가고 있었다. 『칸트』『헤겔』『니이체』『키엘케고르』등 철인들의 사상을 더듬기에 바빴다. 그러던 어느날 같은 반 친구에 이끌려 광주 시내에 있는 동광사[지금은 없어졌다]에서 매주 일요 법회의 법사로 계셨던 현공(玄空) 윤 주일 선생님의 설법을 듣게 됐다.

 한 시간 남짓 설법을 듣고 난 나는 지루했던 악몽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만일 그 설법을 듣지 못했던들 지금도 영원히 깨어날 수 없는  그 꿈 속을 헤매고 있을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 때의 감격을 짧게 표현한다면 지루한 장마가 개이고 밝은 햇살이 창문으로 비춰들어 올  때의 환희라고나 할까 초로같은 인생이 취생몽사하며 살 것이 아니라 그 꿈에서 깨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깊은 늪 속에서 헤메이지만 말고 꿈을 가꾸어야 겠다』『고치에서 벗어 나는 애벌레처럼 육도윤회의 쇠사슬을 끊고 대자유인이 되어 미계(迷界)에서 벗어나도록 해야겠다』고 하는 꿈을 갖게 되었다.

 많은 선인(先人)들도 인생이 무엇이며 무엇때문에 사는 것인가에 괴로워 하지 않았던가.

 『톨스토이』도 『니이체』도 『파스칼』도 모두가 인생문제로 고민하다가 떠나 버리지 않았던가 말이다.

 『하이덱커』의 말처럼 이 세상에 살고 있으면 서도 살고 있지 않는 것처럼 살아 가리라 다짐한다. 『낮에는 연마해 온 의술로 육신의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성심껏 봉사하고 밤에는 수 억겁의 긴긴 꿈을 깨기 위해 새로운 꿈을 가꾸리라』고 하는 다짐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렇게 정성을 들여서 가꾸어 온 꿈나무이건만 아직도 얼마 만큼이나 자라나고 있는지 또 앞으로는 얼마 동안이나 더 가꾸어 나가게 될 것인지……다만 이렇게 닦아 나갈 뿐 무어라고 아직 속단할 수는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앞으로도 이어 가꾸어야 할 꿈은 바로 깨쳐야 할 그 꿈길이라고 하는 사실이다. 그리고 주위의 다른 이들까지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