鐘虛禪師와 韓末의 佛敎 <4>

최근세 불교의 선구자

2009-05-15     관리자

    8  격식에 벗어난 기이한 일화

  일반적으로 경허에게서 크게 저항을 느끼게 되는 것은 격식에 벗어난 괴이한 행동들이다. 그러한 행동들은 한정된 우리 인간들의 윤리관으로 볼 때는 모순투성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편, 인간의 척도(尺度)나 사고를 넘어선 공성(空性)에서 굽어 본다면 그대로가 진리의 현현(現現)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경허가 보여 준 모든 면을 우리는 겸허한 자세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할 때 그 숱한 역행(逆行)이 빚어낸 일화 속에서 경허의 진면목(眞面目)을 발견하게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허의 괴이(怪異)한 일화의 일단을 형편대로 소개하려 한다.

  옛날 달마대사가 혜가, 도육등의 제자를 만난 것처럼 三六세의 경허도 장차 한국 현대 승려로서 특별한 이름을 낼 세명의 제자를 만난다. 눈빛이 반짝이는 만공. 수월. 혜월 등 젊은 대들보였다. 그리하여, 경허는 천장암 일대에서 三O대 후반을 보내며 설법이나 문장을 통해서 제자를 가르치는 것 외에 때로는 뜻밖의 희한한 행동을 하는 일이 있었다.

  어느날 경허는 어린 만공을 데리고 탁발을 나갔다. 그날의 동냥 성적은 매우 좋았다. 쌀자루에는 쌀이 듬뿍 모여 흐뭇했으나 짐은 몹시 무거웠다. 절로 돌아가는 길은 아직 멀었다.

  어린 만공은 길을 걷는 동안 점점 더 쌀자루의 무거움을 느꼈다. 해는 거의 기울었는데 길은 멀고 바랑끈은 더욱 어깨를 죄어 왔다.

  마침 어느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한길 모퉁이 집에로 삽짝문이 열리며 젊은 여자가 물동이를 이고 나왔다. 二O세 가량의 앳된 얼굴이 아주 예쁜 여자였다.

  앞서 가던 경허가 먼저 여자와 마주쳤다. 엇갈려 지나 간다고 생각하는 순간, 경허는 느닷없이 달려 들어 빈 물동이를 인 여자를 와락 껴안았다. 부둥켜 안은 채 입술로 쭉 빨았다.

  『에그머니...』

  여자는 비명을 지르며 물동이를 떨어 뜨렸다. 물동이는 박살이 났고 여자는 어쩔 줄을 모르며  나온 집으로 다시 뛰어 들어 갔다. 집안에서 소동이 일어났다. 소동은 곧 이웃으로 퍼졌다.

  『아니 어디서 요망한 중놈이 ...』

  사람들이 몽둥이고 작대기고 닥치는대로 들고 뛰어 나왔다.

  『저놈 잡아라 !』

  여자의 입을 맞춘 경허는 소동이 일어나자 더 두고 볼 것도 없이 들고 뛰기 시작했다. 쌀을 진 만공은 죄도 없이 다급했다. 어린 만공은 필사적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앞서 뛰어가는 경허의 뒤를 쫓았다.

  몽둥이를 들고 뒤 쫓던 마을 사람들의 추격은 죽을 힘을 다해 달아나는 두 중를 당하지 못 했다. 이윽고 그들은 발길을 돌렸다. 四 ~五O분 만에 경허와 만공은 마을을 멀리 벗어나 절 가까운 길로 접어 들었다.

  그때 경허는 어린 만공에게 말했다.

  『너, 지금도 그 쌀이 무겁더냐?』

  『아이고 스님, 무거운지 어쩐지 정신이 아찔해 어느 새에 달려 왔는지도 모르겠읍니다.』

  『그렇단다. 무겁다는 생각이 있지 않으면 참으로 무겁지가 않은 것이란다. 』

  이렇듯 경허의 일화 중에는 좀 과장된 듯한 여성 관계의 일화도 적지 않다.

  경허가 천장암에 본거를 두고 인접한 바닷가 부석사(浮石寺)에서 여러 제자들과 한여름 더위를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경허는 가끔 혼자 나가 어디인가를 다녀 왔다. 절 아래 마을의 김진사집 딸을 만나러 가는 것이었다.

  경허는 수월. 혜월. 만공 등의 제자들을 공부시키는 한편, 혼자서 그렇게 『아주 얌전한 김진사의 딸』을 보고 [情事]다녔다.

  얼마 후 김진사의 딸은 안흥(당시 태안군, 현재의 서산군) 바닷가의 마을 어느 유복한 집으로 시집을 갔다.

  그리고 한동안이 지난 후 경허의 모습이 부석사에서 사라졌다. 원래 승려는 행운유수(行雲流水)처럼 자유로이 떠돌아 다닌다. 그러므로 경허가 부석사를 떠난 것은 유별나게 괴이한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부석사를 떠난 경허의 발길이 간 것은 산도 절도 아니었다.

  절을 나온 경호는 등저고리 바람의 일꾼 행색으로 몸을 꾸미고 안흥 바닷가의 마을로 찾아 갔다.

  김진사의 딸이 시집간 바로 그 집을 찾아간 것이었다. 그리고 경허는 그 집 머슴이 되어 물도 길어 주고 불도 때주고 여자의 볼기짝도 두드려 주면서 변칙스런 일을 저질렀다.

  갑작스러이 남의 집 머슴이 된 중, 중 출신의 머슴과 주인집 새댁과의 아슬아슬한 정사(情事)가 충청도의 어느 갯마을에서 얼마 동안 이어 갔다.

  머슴과 새댁은 남의 눈을 훔쳐 가며 밀회를 거듭했다.

  그리고 어느 날 새댁의 시어머니가 며느리와 머슴의 환장을 할 정사를 목격했다.

  『아니 이런 요사한 일도 있디야.』

  그러나 시어머니는 당장은 소동을 부리지 않고 그 아들에게 머슴과 며느리의 불륜을 일러 바쳤다.

  김진사의 사위, 경허의 연인의 남편은 동네가 창피하면서도 치가 떨렸다.

  그날 밤, 그는 몇 명의 동네 부랑자를 동원했다. 오라질 머슴을 바닷가 동구밖으로 끌어내어 죽도록 흠씬 두드려 패게 했다.

  『여, 이 천하의 못된 놈의 새끼, 어디 견디어 보어. 』

  우악스러운 부랑자들의 주먹과 발길이 경허의 전신을 향해 무수히 날아 들었다. 경허는 날아 드는 수 없는 매를 온갖 고행(苦行)을 감내하듯 묵묵히 얻어 맞고 또 얻어 맞았다.

  신혼 유부녀와의 통정 끝에 밤의 바닷가에서 부랑자에게 얻어 맞으며 경허는 모진 매를 보림의 고행처럼 달게 받아 들였는지도 모른다.

  쓰러져 뭇매를 맞던 경허는 이윽고 의식을 잃으며 까무라치고 말았다.

  주인집 새댁과 부정을 한 머슴은 그렇게 맞아 죽었다. 그리고 죽은 줄만 알았다. 뭇매를 때린 부랑자들은 축 늘어진 경허의 몸을 아무렇게나 거적에 싸아 우선 바닷가에 있는 생선창고 속에 던져 두었다. 그것은 경허가 머슴을 살던 주인집 창고였다.

  이튿날 아침 일찍 천안의 어상(魚商)들이 물고기를 사기 위해 그곳에 왔다. 어상 중의 한 사람이 생선 창고 속에서 몹시 큰 물고기 한마리가 거적에 싸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무심코 거적을 들춰 보았다.

  『어쿠, 이게 뭐여. 』

  시체였다. 아니, 자세히 보니 아직 시체는 아니었다. 반죽음 상태의 인간이었다.

  어상들은 펄쩍 놀라고 주인은 당황 망조했다.

  『아니 사람을 죽여 처넣어 놓구, 대체 이게 워떻게 된 일여. 워매나 사람을 이렇게 해 죽였어. 곧 관가(官家)에 알려야 겠구먼...』

 주인은 어상들을 붙들고 사정을 했다. 후한 돈을 내놓았다.

  어상들은 급한대로 아직 목숨이 붙어 있는 경허를 떠메고 서산읍으로 나와 치료를 시켰다. 치료를 받은 경허는 그때 지팡이를 짚고 부석사로 돌아 왔는데, 신색이 그릇되고 머리는 길게 자랐다.

  제자들은 모습이 말이 아닌 경허에게 물었다.

  『스님, 어디를 가셨다가 신상이 그토록 안되셔서 돌아 오십니까. 』

  경허는 태연히 대답했다.

  『저기 포변(浦邊 = 갯가)엘 갔더니 바다 바람도 심하고 파도가 심해서 자연 그렇게 되었네.』

  이 밖에 경허의 명성을 듣고 찾아 왔다가 경허의 해박한 지식과 거침없는 말솜씨에 반한 정처사라고 하는 선비가 딸과 아내를 경허에게 받쳐 시봉케 한 일을 비롯해서 문둥병 여자와 한방에서 一주일 간 같이 지낸 얘기 등등 경허의 주변에는 갖가지 변칙스런 괴이한 일화가 많지만 지면상 생략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