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들의 꿈

특집 · 꿈을 가꾼다

2009-05-14     관리자

『아버지 어머니 학교 다녀 오겠습니다.』

 크고, 작은, 가늘고, 굵은, 다섯 아이의 음성이 내 귀를 스치고 나면 나의 하루도 또 시작이 된다.

 찾아 온 친구들과 방에서 두런두런 하는 소리에 문을 열고 들여다 보면, 큰 일을 들키기나 한 듯 뚝ㅡ말문을 닫는 고 3짜리 큰 녀석.

 가라는 공대는 외면 하고 궂이 가겠다는 곳이 예능 계통이란다.

 나는 내가 걸어 온 길이, 나의 부모의 뜻을 거역하고 택했던 지금의 길이 한스럽고 억울해 내 자식에게는 극구 말려 보지만 막무가내다.

 FM 음악 소리가 좀 큰 것같아 문을 열고 들여다 보면 영어 책을 펼쳐 놓고 단어 외우는 중 3짜리 둘째 외동딸, 무슨 공부를 음악을 틀어 놓고 하느냐는 나를 이상하다는 듯 올려다 보는 것이 내가 벌써 구식 세대에 속해 버린 서글픔 마저 느끼게 한다.

 새벽에 눈을 뜨면서부터 야구 빳따를 휘두르는 중 2짜리 세쨌 놈.

 한번 해 보겠다는 것이다

 유명한 야구 선수가 돼보겠다는 것이다. 도시락은 매일 두 개, 책 가방은 숫제 던져 버리고 운동구 백에 책을 꾸겨 넣고는 학교에서 돌아 오는 시간이 해가 지고도 한참 후에야……

 동화책이란 동화책은 사그리 읽어 사정없이 해치워 버리는 국민학교 4학년 네쨌 놈,

 누가 뭐래도 한번 책을 잡으면 끝장을 봐야 책을 놓는다.

 TV 만화를 심각하게 들여다 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국민학교 1학년 짜리 막내.

  다 보고 나면 『어이 챙피해 되게 울리네』하면서 멋적게 씩ㅡ익 웃는다.

 똑 같은 자식이지만 어쩌면 제각기 이렇게 딴판인지 모르 겠다.

 내 어린 시절 어머니는 의사가 되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꼭 의과를 가라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중학모자 꾸겨 쥐고 변두리 3류 극장을 기웃 거렸다.

 케리 쿠퍼가 그렇게 하느님 같았고, 잉그릿드 버그만이 그렇게 여왕같았다.

 꿈을 꿔도 케리 쿠퍼……

 결구 지금의 나는……

 나 자신이 생각하는 나는 정말 보잘것 없는, 해서는 안 되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자식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일장연설을 해본다.

 너희들은 아버지의 말을 한 번 쯤 들어 다오.

 큰 놈 공대, 둘째 의대, 세째는 어디를 네째는 뭐를 다섯째는 어떤 것을……

 그러나 결국은 나 혼자의 생각일 뿐

 애들 나름대로의 징조가 내가 생각하고 원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런가 보다.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저희들이 사는 것이니까, 저희들 나름대로 저희들 생각대로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서글프다. 이렇게 저렇게 요놈들이 해줬으면, 따라줬으면 좋으련만 천만의 말씀이다. 나에게는 나의 꿈이 있었고, 아이들에겐 아이들의 꿈이 있다.

 그러나 나의 꿈은 과거 완료형이 됐고 이제 있는 것은 현재 진행형의 아이들의 꿈이 있을 뿐이다.

 이들의 꿈을 위해, 이들의 꿈을 어려움 없이 이뤄주기 위해 지금의 나는 존재하고 또 그래서 오늘의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