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 이래서 기쁘다

특집

2009-05-14     관리자

온 중생의 생일

이동호


음 四월은 가슴 설레어지는 달이다. 또한 가슴 조여짐을 느끼게 하는 달이기도 하다.
인류를, 아니 온갖 중생을 다 제도하시겠다는 원력을 가지고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이 사바세계에 강탄하신 사월 초파일이 들어 있는 달이어서 가슴 설레이고, 한편 만일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강탄하지 않으셨다면 나는 어찌 살았겠는가 하는 생각에 가슴 조여지는 달이다.
부처님이 안 오셨다면 아마도, 공간의 제약을 받으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여 없어져서는 무상한 시간들 속에서, 눈 ․ 귀 ․ 코 ․ 입 ․ 몸의 감각기관에 부림 받는 존재로서 여섯 갈래의 길을 영원히 헤매었을 것이다.
실로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인하여 유한하고 변화무쌍하며 괴로움이 많은 인생살이의 참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어지며, 또한 이 우주 현상계의 참모습, 영원한 진공(眞空)의 세계, 실상의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날,
부처님 오신 날 四월 초파일.
나는 이 날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났다. 이 날이야말로 싣달타 태자님의 생일이고, 석가모니 부처님의 성탄일일 뿐만 아니라 나의 생일이요, 일체 중생의 생일이 되므로 환희심으로 가득 차게 된다. *

이동호1937년生 ․ 전남 보성출생 / 65년 전남대 의과대학졸업 / 70 ․ 의학박사 / 대한 불교 전국 신도회 중앙이사 / 전북지역 법사단법사 ․ 이동호 내과의원장


초파일 공휴일 佛事

용태영


해마다 신록의 훈향과 함께 부처님 오신 날이 무량자비의 광명 속에서 우리들과 뜻 깊은 하루를 같이 하게 된다.
모든 중생이 한 결 같이 이 날을 기리고 기뻐할 터이지만 나는 더욱더 큰 감격을 느낀다.
1973년, 나는 대작불사(大作佛事)를 마침내 전개했다. 서울고등법원 특별부에 제기한 불탄절 공휴권등환인(公休權等確認)의 청구소송을 단행한 것이 그것이다.
그로부터 22개월 -
변론(辯論)회수 12회, 제출한 준비 서면(書面)150여항, 증거자료 수십 종, 동원된 방청인원 2만 여의 열풍 속에서 소송은 우여곡절 끝에 대법원에 계류되었고, 1976년 1월 15일, 정부는 마침내 본인의 소취하(訴取下)와 상환(相換)으로「부처님 오신 날」을 국가공휴일로 지정 공포하는 각의(閣議)를 갖게 된 것이다. 실로 한국 불교 전래 이후 1600여 년 만에 중광중생(重光重生)하는 광복적 쾌사였다. 그간의 물심양면의 희생은 필설로 어찌 다 표언할까만은 이 소송은 국내 8백만 신도와 W ․ F ․ B 일본 지부 및 전일불연등(全日佛連等)의 기구가 지지 성원한 힘도 크다. 그 7년간, 매년 100만명씩의 신도가 증가하여 현재 1400만의 불자를 얻게 되었으니 불과 만 6년 만에 600만을 증가시키는 이적을 낳게 된 것이다. 정녕 불국토가 되고, 국민의 3분의 1이상이 불법에 귀의 한 것을 보게 되었으니 나의 기쁨 무엇으로 다형언할 수 있으랴. *

용태영 1929년생 / 전 수도변호사회장 / 전대원성역연맹 총재 / 현 자유민족당 총재 /전 안민당 대통령후부

그 생 나투신 고마움

양인석


5월 1일(음 4月 8日)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2526년 전 이 날에 히말라야 남쪽 기슭 카피라성의 정반왕과 어머니 마야부인의 태자로 룸비니 동산에서 이 세상에 태어나셨다.
태자는 19살 때 결혼을 하여 궁중에서 이 세상의 모든 영화를 누렸으나 29살 때 장남을 낳았을 때 출가를 결심하였다. 사랑하는 처자, 정든 궁전과 모든 영화를 버리고 출가의 몸이 되어 오로지 고뇌의 근본인 욕망을 버리고, 열반을 구하고자 우루피라의 숲속에 들어가서 6년 동안 고행을 하였다. 살은 찢어지고 뼈가 부서지는 고행 끝에 새벽녘의 샛별을 쳐다보는 순간에 태자는 깨달음을 얻어 성도하였다. 때는 태자가 35살 뙤는 해 12월 8일 이었다.
태자는 몸소 닦은 고행으로 성도하셨고, 성도함으로써 태자가 태어날 때「天上天下 唯我獨尊 이 세상에 가득 찬 고뇌를 없앨 것이다.」라고 외치신 선언을 실천하는 이 세상의 대도사(導師)가 되셨고, 가르침을 펴 나가서 세상을 구원하는 부처님이 되신 것이다. 부처님은 45년간의 교화를 계속하시다가 80살에 이르러 조용히 열반에 드셨다.
태자의 출가, 고행, 성도, 그리고 교화의 덕분으로 우리는 목마를 때 물을, 굶주릴 때 먹을 것을 얻을 수 있으니, 부처님의 드높은 덕과 가르침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고, 부처님 오신 날을 마음으로 축복하면서 기뻐하는 바이다. *

양인석 1909년 漆谷生 / 理博 / 45년 대구여상 교장 / 68년 경북대 문리대학장 / 72년 同대학원장 / 75년 同명예교수 / 대구보현사 불교거사림회장

나날이 부처님 오시는 날

김춘희

부처님 오신 날! 아침 일찍 존경하는 스님과 불자님께 축전(祝電)으로 기쁨을 전한다. 그리고, 그윽한 꽃 내음을 맡으며 창문을 열고, 햇살의 축복 속에서 화장(化粧)이 짙어만 가는 골짜기에로 산행을 재촉한다.
주말이면 언제나 오르내리는 가파른 산길, 늘 한적하였던 이 길, 오늘은 연만하신 초면의 할머님과도 낯설잖게 동행을 하게 되고, 골짜기를 적시는 염불소리에 벌써부터 뛰는 가슴으로 부드러운 향연(香煙)에 취한다.
길가에서 작은 손 살랑이며 반겨주는 들풀들, 법당을 물들이고 요사를 스치면서 쏴하고 웃어주는 솔향기, 이 모든 것들이 언제나 나에게 무언의 청량법어가 되어 다가온다.
부처님은 이렇게 오늘 하루만 오신 것이 아니다. 부처님 법 만난 후로는, 내게는 나날이 부처님 오시는 날, 하루하루를 부처님과 함께 한다. 그리하여 이 나날을 기쁨에 충만하여 보낸다. 내 생명의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말씀, 모두와 함께 하는 생이라는 말씀에 나와 이웃이 차별이 없이 살고, 내가 너요 네가 나임을 믿는다.
부처님은 언제나 내게 오신다. 때로는 이웃집 아주머니의 모습으로, 때로는 지나가는 바람으로, 때로는 아픈 시련으로도 오신다. 내가 알아챌 적도 못 알아챌 적도 있지만, 부처님이 언제나 나와 함께 계심은 확연하다. 그래서 나의 생이 이리도 밝고 활기찬 것이 아닌가. 나는 언제나 부처님을 만나며 부처님과 함께 사는 것이다. *

김춘희 1959년 충남 부여출생 / 부여여고졸 / 부여규암국민학교재직중 ․ 고란사법회회원

영원한 길을 찾은 이 기쁨을

지환 스님 / 마하사

 
부처님이 오심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절대가치가 확정된 것입니다. 인간이 원죄로 얽혀 있는 신의 피조물이 아니라 근원적 존재양상이 불성이요 진리라는 생명의 이법이 만고불변으로 빛나게 된 것입니다. 인간존재의 실상은 육체적 생사에 관계없이 불생불명의 영원한 생명이며, 번뇌 죄고가 본래 없는 청정광명이며, 일체의 속박이 없는 대자유 해탈경계이며, 불안 동요가 없는 적정삼매의 상태이며, 지혜 자비 무한능력을 본래부터 구족하고 있는 공덕 장임을 알게 해 주신 부처님. 어두운 마음에는 어두운 운명이, 희망과 용기와 신념에 찬 적극적이고 밝은 마음에는 환희 가득하고 밝은 운명이 열리는 일체유심조의 도리를 알게 해주신 부처님.
부처님 아니시면, 부처님의 곡진한 자비시현이 아니시면 어찌 우리가 이 같음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 부처님 오심, 부처님 법 만남이 없었더라면 육체와 망상심을 자기로 삼는 미혹과 끝없는 방황에서 벗어나 영원한 삶의 길을 찾을 수 있었겠습니까?
이래서 저는 부처님오심이 한 없이 기쁘고 감사한 것입니다. 이 기쁨, 영원으로 이어지고 이 환희 모든 생명과 함께 하기 위해 저는 세세생생 몸과 마음 다 바쳐 부처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일체 중생이 모두 부처님 진리 안에서 청정 자유 평화 행복을 누릴 수 있도록 이 세계를 불국토화 하는 데 그 모든 일을 다 하고 싶습니다. 이런 원을 갖고 살게 되어 또한 기쁘고 기쁩니다. 저희 속에 항상 계시고 언제나 오시는 부처님. *

빛으로 오시다 

박형모/1957년생 / 시인 / 광주 아미타회 회장

봄볕이 따사롭다. 여느 날처럼 그때 그 산길이 넓지 않아서 좋다. 산길 오두막이 더 없이 정겹다. 말없이 서서 먼 하늘을 바라보면 하늘처럼 너른 마음이 된다.
그름 속에 가리 운 태양이 다시 구름을 헤치고 나온다. 그 광명이 다시 천지 만물을 비춘다.
부처님은 이렇게 태양처럼 오셨다. 밝은 빛이 되어 이 세상 구석구석을 비추어 주신다.
온 중생에게 빛으로 오셨듯이 내게도 부처님은 빛으로 오셨다.
내가 고통 속에 빠져 몸부림 칠 그때에 부처님은 내게 이렇게 빛으로 오셨다. 한 사람과의 헤어짐의 고통을 나 혼자 견디지 못하여 방황하고 있을 때 부처님이 빛으로 오셔 내 벗이 되어 인연법을 가르쳐 주셨던 것이다. 옷자락을 스치는 인연도 몇 생 동안 지은 인연이지만, 한 생을 같이 산 인연도 여름날 소나기처럼 잠깐 스치는 짧은 인연이기도 하다는 말씀.
인연법의 묘한 도리로 오묘한 부처님 법으로 내 고통은 사라졌다.
이제 나는 나를 돌아보며 산다. 내게 맺힌 인연들을 어떻게 성숙시키고 있는가 - 그리고 불법 맺은 이 인연을 더욱 소중히 성숙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 오늘, 골짜기 흐르는 물속에서도 부처님 법음이 들리는 듯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