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을 천하게 팔아먹지 마라

禪의 古典

2009-05-13     관리자

          1 도가 급하다

 고암선사가 운거산(雲居山)에 머물어 있을 때의 일이다. 몇몇 납자들이 모여 앉아 남의 허물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타일렀다。『사실이 그런 것이 아니다。출가 수도하는 사람에게 있어 급한 것은 오직 도를 얻는 것 뿐이다。몸을 닦는다는 것은 첫째 남과 더불어 화합하는 것이니 어찌 마음에 사랑이나 미운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서 남의 행동을 논할 수 있으랴。』

 그가 납자를 제접하는데 자세하고 간곡하기가 이러하였다。

 선사가 처음 운거산으로 임명을 받아도 나아가지 않으니 불안(佛眼) 선사가 편지를 보내며 이렇게 권하였다。

 『운거산은 강좌(江左)에서 첫째 가는 큰 절입니다。능히 많은 대중을 거느리고 도를 닦을 수 있는 곳이니 너무 사양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이에 선사가 말하였다。

 『총림이 생긴 이래 오늘날에 이르도록 학자로서 그런 명분 때문에 옳은 절개를 허물은 적이 참으로 많습니다。』 불감선사는 이 말을 듣고 이르기를 『참으로 고암의 거취는 납자들이 미칠바가 아니다』하였다。

          2 好長老를 보는 法

 설당(雪堂) 도행(道行)화상이 천복사(薦福寺)에 계실 때의 일이다。 하루는 안거 중에 한 납자가 찾아오니 화상이 물었다。

 『어디서 오셨습니까?』『복주(福州)에서 왔습니다 。』『오는 도중 훌륭한 장노(長老)를 만나적이 있습니까?』납자가 말하였다。

 『얼마전 신주(信州) 땅을 지나 왔습니다. 박산사(博山寺)의 주지인 오본(悟本) 화상은 아직 뵙지는 못하였어도 훌륭하신 장노라고 알고 있습니다。』『어떻게 그 분이 훌륭한 줄 알았오?』 납자가 대답하였다。

 『절에 들어가는 길이 잘 닦여 있었고 사찰의 여러 건물들이 정연하게 보수되어 있었으며 법당에는 향등이 끊이지 아니하고 조석으로 종소리나 북소리가 또한 분명하였습니다。두 때의 죽과 밥이 정결하였으며 대중들이 길가는 사람들 봄에 예절이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보아 그 절의 주지 화상이 훌륭한 장노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이에 설당 화상이 웃으며 말하였다。『오본이 원래로 훌륭한 사람이요。 그리고 당신도 또한 안목이 있오。』

 설당화상은 곧 군주(郡主)인 오공(吳公) 부명(傅明)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이 중이 하는 말이 저 옛날 범연령(范延齡)이 장희안(張希顔)을 천거하였을 때와 매우 흡사합니다。그리고 때에 현사였던 장충정공(張忠定公)과 비교하여 못 하지 않습니다。나는 이미 나이가 많았으니 바라건대 오본을 청하여 주지를 삼아주시요。반드시 총림이 크게 성할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군주 오공은 크게 기뻐하여 그날로 오본화상을 천복사로 옮기게 하였다。

          3 등상을 만들 때

 설당선사가 말하였다.

 『영원선사는 즐겨 납자들과 친하게 지냈다。한번은 말하기를 「옛사람이 이렇게 말한 것이 있다。흙이나 나무로 사람 형상을 만들려는 사람은 그 귀와 코를 먼저 크게 하여야 하고 입과 눈은 처음에 적게 하여야 한다。」

 이 말은 비록 작은 듯 하지만 이것으로 큰 것을 비유한 것이다。대개 흙이나 나무로 사람 형상을 만들 때 귀와 코가 처음에 적은데 입과 눈을 크게 하려 하면 나중에 고치고자 하여도 되지 않는다。귀와 코가 컸을 때는 적게 고치면 된다。입과 눈이 적을 때도 크게 하면 된다。공부하는 사람도 이일을 당하여서 취하고 버리는 것을 또한 마땅히 이렇게 하여야 한다。

 대개 하루에 일을 당하여 세 번 생각하는 것을 싫어하지 않으면 마땅히 곧고 후덕한 사람이라 할 것이다』하였다。

          4 욕하는 뜻

 설당선사가 말하였다。

 『사심(死心) 선사가 운암(雲巖)에 있을 때에 찾아오는 학자를 자주 꾸짖고 욕하였다。그래서 대개 납자들이 멀리서 소문만 듣고도 물러갔다。그때 방시자(方侍者)가 말하였다。「대개 선지식이 되면 불조의 도를 행하여 인간과 천상사람에게 호령하는 것이니 마땅히 학자를 보기를 친자식과 같이 하여야 하지 않습니까。지금 스님께서는 자비를 베풀고 따뜻한 은혜를 내려 가르치지 아니하고 만약 학자를 원수같이 보고 욕을 하시니 이것이 어찌 선지식의 용심이라 하겠습니까?」 사심선사는 이 말을 듣고 주장자를 들고 쫓아가며 말하였다。「너의 소견이 이 모양이니 뒷날 권세가에게 아첨하고 부호에게 드러붙어 불법을 천하게 팔아먹고 귀먹은 세속사람들을 속일 것이 틀림없다。나는 차마 그 꼴을 볼 수 없다。어찌 나에게 딴 뜻이 있으랴。네가 부끄러움을 알고 허물고 고쳐 내 말 잊지 않아서 뒷날 좋은 사람 되기만 바랄 뿐이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