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가 없습니까?

푸른 목소리

2009-05-10     관리자

 고등학교에 다니는 후배 한 명이 찾아와 심각하게 물었다.

 "저, 사실입니까? KBS가 만든 원효대사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이라는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응"

 "왜 불교인들이 그런 영화를 안만들고 타종교에서 만들어야 되죠?"

 "글쎄. 꼭 그런 공식에 얽매일 필요가 있을까. 누구든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면 되니까 소재의 제한이 없잖겠니."

 그런 애매한 대답을 하면서 어느 불자 모임의 뒷풀이 자리에서 들은 말이 기억났다.

 "불교계에는 인재가 없습니다. 뭘 하나 해보려고 해도 일을 맡길 사람이 없어요. 난 여태껏 우리 교계에서 똑부러지게 일 해내는 꼴을 못봤어요."

 취중의 말이라지만 그분의 명성 내지 신심으로 보아 참 뜻밖의 말씀이었다.
 과연 그럴까?
 정말 그럴까?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우리는 부당한 대우를 열심히 받고도 불평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쉬이—.

 "나, 이렇게 맞아서 저렇게 아프고, 저렇게 치여서 이렇게 아프다."는 얘기마저 할 줄을 모른다.

 그러나 이 말에 혹자는 반대하시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아는 쉬운 예를 들어보겠다.

 우리가 현대 사회로 삶을 이전해서 살고부터 전파 즉 TV, 라디오의 권유에 의해서 사고를, 행동을 하는일이 참 많아졌다.

 병원에 가서 '잘 키웠군요'라는 소릴 듣기 위해선 꼭 O O 표 분유를 먹여야 하고, 밥 잘 안 먹고 떼쓰면 걱정없이 O O 표 약을 먹이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으면 O O 표 패션을 입으면 된다는 선전에 감화되어 우리는 얼마나 자주 O O 표 분유와 O O표 약을, O O 표 옷을 사는가.

 이런 엄청난 힘을 가진 전파매체에서 불교를 왜곡시키고 축소시키고 심심풀이 땅콩으로 간주해도 별말이 없음은 무슨 까닭일까?

 얼마 전 KBS 미니 시리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에서 손주를 점지해 달라고 부처님 앞에서 간구를 하는 시어머니의 장면이 있었는데, 그 시어머니 절을 하는 모습은 한마디로 나를 어이 없게 했다.

 엉덩이를 큰절 하듯 마루바닥에 철퍼덕 붙이고 절을 하는 모습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것에서 온 소치였다. 그렇게 많은 인원이 드라마에 관련되어 있는데도 어찌 절 하나 제대로 시키지 못하는지 화가 날 뿐인데도 그것 하나 지적없이 넘어가는 것은 참 신기했다.

 더구나 MBC 창사 특집극 '에미'에서 주인공이 미륵 부처님께 절을 하는 모습이나 미륵 부처님을 대하는 태도는 아무리 주인공의 죄의식을 해소시켜 주는 존재로 인식 되어져도 어쩌면 그렇게, 하다못해 표면적인 외경심마저 없이 그려져 있을까, 참 한심하다. 그러나 우리 누구 하나 그점에 대해 얘길 하지 않는다.

 얘기는 커녕 내가 열을 내어 지껄이면 뭘하러 그런 허상에 마음을 두고 사느냐, 그런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무슨 공부를 하겠느냐는 반문과 질타만 쏟아져 들어온다.

 하지만 방관만 하고 있어도 좋을까? 그건 단연코 아니라고 본다.

 일반 세인들에게 알려진 불교의 모습을 보면 염주 돌리고, 몇마디 경구외고 내자식, 나, 나의 무엇을 위해 넙죽넙죽 절하는 종교 외엔 아무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불교에 입문해 조금이라도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얼마나 엄청난 진리가 내포되어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왜 이런 극심한 차이를 가져야 할까.

 그것은 이 홍보의 홍수시대에 적응할 수 없는 자기 PR방법을 가진 종교였기 때문이다.

 산속 깊은 곳에 있는 아름다움을 현대인들은 모른다. 설령 그 깊은 곳을 찾게 되더라도 포크레인이나 다이나마이트로 잔해만 남긴 채 분해한 상태로 만나기 때문에 아름다움은 전혀 손에 눈에 닿지 않게된다. 그러면 이것을 고스란히는 아니더라도 느끼게 해 주는 방법은 열심히 떠들어서 깨우쳐 주는 것이다.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그렇게 열심히 약장수처럼 떠들면 사람들은 그렇구나, 그렇겠구나 라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들여다본다.

 그렇다고 무조건 악을 바락바락 써가며 떠들자는 얘기는 아니다.

 먼저 재주 좋고 느낌 좋은 주위의 인물들 중에, 신심을 발휘해 자신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잇는 사람들을 골라내어 주는 일을 해야 한다. 물론 자신의 모습도 열심히 성찰하여 보아야 한다. 그래서 그가 목소리를 높일 장소를 알려주고 동참해 주고 가능하다면 백코러스 정도는 기꺼이 되어 주어도 좋다. 해서 그가 세상과 부딪힘에 부끄러움보다는 사명감에 불탈 때 우리는 인재를 하나 얻는 것이다.

 주어진 울안에서 없다고만 해선 안된다. 우리들 속의 그를 믿어주기만 하면 인재는 얼마든지 있다.

 또 하나. 이 인재의 영속을 위해선 어린 새싹들의 교육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종전의 어려운 공부보다는 세상과 호흡하고 세상과 함께 굴러 갈 줄 아는 그런 교육을 시켜야 한다. 이런 교육의 풍토에서 아이들이 자라 진정한 불자가 되었을 때 우리는 문화, 역사, 과학 등의 수많은 분야에 걸쳐 인재를 얻게되고, 그들로 말미암아, 세상의 어둠을 스스로 깨우쳐 모두 함께 선의 길로 걸어가는, 대중을 상대한 깨달음의 종교가 될 것이다.

 나는 상상해 본다.

 그때쯤이면 드라마에 나오는 불자들은 모두 무식하게 윽박지르고 신비나 구복을 좇는 삶의 이탈자가 아닌, 형식을 아는, 삶의 고를 아는 모습들로 그려질 것이다. 그것도 우리 불자들의 손으로.

 그때쯤이면 무당굿과 불교의식과는 구별이 되고, 그때쯤이면 불자들이 "나는 불자입니다."

 소리를 씩씩하게 하면서 자신 속의 부처를 당당하게 외치게 될 것이라고 아마 그때쯤 우리는 인재 인플레 현상에 시달리지 않을까?                   佛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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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명옥 : BBS모니터와 보리모니터 회원으로 있으며 현재는 석왕사 교육부에 근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