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거부증

부모님을 위한 청소년 상담

2009-05-08     관리자

 "시작이 반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시작이라고 하는 것은 모든 일에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에는 새로운 선생님을 접하게 되고, 새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 등 과거와는 다른 학습 환경을 맞이해야 하기 때문에 학기초일수록 학부모로서는 자녀의 행동에 대한 관심이 더 필요할 때이다. 그렇다고 자녀들에 대해서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

 예를 들면 자가용을 이용해서 학교에 등교를 시켜준다거나, 지나치게 값비싼 학용품과 의복 등을 사준다거나, 다른 학생에게 잘 보이게 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어떤 행위를 하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자녀의 학교 생활에 역기능을 초래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지나친 무관심도 문제 행동을 유발할 수 있지만, 지나친 관심도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느 국민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아침 식사 때만 되면 머리가 아프거나 배가 아프다고 어머니에게 호소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그어머니가 보기엔 외관상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걱정이 된 어머니는 아이와 함께 병원에 가보았으나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러나 하루도 아니고 가끔 나타나는 이 증세에 대해서 그냥 지나쳐 버릴 수가 없어서 자녀를 사랑한 나머지 아프면 학교에 가지 말고 집에서 쉬라고 하였다.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되면서 학생은 학교에 가기 싫으면 배가 아프다는 핑계를 대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우리 아이가 이렇게 아픈데 어떻게 학교를 가느냐 하며, 학생이 학교에 가게 되면 오히려 불안이 더 심해지는 경향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어머니와 자식 사이에 이러한 병적 의존관계가 형성되면서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아도 꾸짖지 않기 때문에 의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학교에 가지 않는 그 자체에 대해서 보상을 해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요즈음과 같은 핵가족제도에서 하나밖에 없는 자녀들의 건강에 대해서 지나치게 예민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나타난 등교 거부현상의 좋은 예이다. 물론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는 경향을 꼭 부모의 잘못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학교의 선생님에 대한 무서움, 회의, 불신이 있다거나, 친구 관계에서 고립되어 있다거나, 시험과 숙제가 주는 부담이 클 때 나타나기도 하고, 요즈음에는 학교 주변환경의 청소년 유해 업소라던가, 폭력 조직이 주는 불안감 때문에 나타나기도 하며 전반적인 사회 병리현상에 대한 도덕적 회의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원인은 가정에서 자녀에 대한 기대 수준이 지나치게 높다거나, 부모의 말과 행동이 모순을 보일 때 나타난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이러한 등교 거부 경향을 나타낸 학생들의 가정환경은 대체적으로 안정된 경제생활을 하는 편이고, 형제의 수가 적은 핵가족일 경우에 심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남학생보다는 여학생들의 경우에 더 많이 나타나며 최근에는 중 · 고등학교의 청소년층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학년이나 학기초, 그리고 장기간 휴식을 취하거나 병에 의한 장기 결석 후에 주로 나타나는 이 등교 거부 현상은 아무런 위협을 주지 않는 특정한 대상에 대해서 불합리하고 지나치게 불안한 마음을 갖는 데서 비롯되는 공포증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증세를 나타내는 학생들은 대개 초기에는 두통, 복통 등의 신체적 증상을 호소하다가 그 다음 단계에서는 어른에게 물건을 던지거나 차거나 때리는 등의 신체적인 폭력과 기구나 식기를 던지고 부수며, 유리창을 파괴하는 등의 폭력을 사용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폭력은 감소되면서 나태한 생활을 하게 되는데, 방안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다거나, 심야에 라디오를 청취하는 등의 주야가 뒤바뀐 생활을 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잘못 되면 등교 거부증과 같은 문제를 야기 시키고 새로운 청소년 비행을 일으킬 수 있다.

 등교 거부 경향의 학생들은 대개 자율성과 자주성이 부족한 것이 특징이다. 그러므로  이들을 치료하는 데는 자주성을 계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할 수 있다. 만약, 시험보는 날이되면 몸이 아파서 결석을 한다거나 소화불량 증세를 나타낸 학생이 있다면 그 학생을 치료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시험을 볼 때에도 온 몸이 편안하고 긴장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 특수한 학과 시간에 불안하고 긴장하는 경향이 있다면 그 학과 수업시간은 물론 그 선생님, 그 교과서를 보고 대할 때에 마음이 편안하도록 함으로써 흥미를 유발시킬 수가 있다. 또한 발표력이 부족한 아이는 발표를 자주 시키는 수업시간이 되면 괜히 정신적으로 긴장되고 흥분되어 공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특정한 장소에 대해서 불안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평소에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 이성간의 모임에 나가게 되면 얼굴이 붉어지고,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거나, 학교에서는 시험을 잘치르는데 장소가 바뀌면 시험을 못보는 경우 등에는 먼저 호흡법을 통해서 몸의 근육을 이완시키고 편안하게 한 다음, 불안이 발생하는 장면을 약한 순서부터 연상케 함으로써 하나 둘 씩 불안이 사라지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이러한 방법을 근육이완 훈련법, 점진적 이완법, 체계적 둔감법이라고 한다. 이는 누구나 조금만 연습하면 가정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면, 자기 방이나 책상에서 조용히 허리를 펴고 앉아서 심호흡을 한다음 마음을 편하게 한 후 마음속으로 오른손, 왼손, 오른발, 왼발 등이 순서대로 편안함을 느끼도록 생각하게 한다.

 어느 정도 몸이 편안해지면 이제 불안이 발생했던 구체적인 사례와 장면을 연상케 하면서 그 때에도 마음이 편안하다고 생각하면서 그 기분을 스스로 느끼도록 하는 방법이다. 즉, 수학 선생님 앞에서도 마음이 편안하다. 영어 시험을 볼 때에도 내 마음이 편안하다. 누구 앞에서 말을 할 때에도 내 마음이 편안하다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반복해서 하루에 10여 분씩 2~3회 정도 실시하게 되면 얼마 안되어 실제로 그와 같은 상황하에서도 마음이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치료방법을 사용하여 학교를 싫어 하는 아이,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 등을 올바로 지도한다면 등교 거부증과 같은 현상은 쉽게 사라질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치료방법은 마음을 고쳐먹게 함으로써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논리에 바탕을 둔 것으로 최면술이나 요가, 명상 등의 방법과 그 내용이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우리 불교인들이 아침 저녁으로 수행하는 참선과 대단히 유사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르므로 현대사회에서 나타난 병리현상을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참선이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우리의 자녀들이 즐겁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자주성을 계발하는 참선을 생활화할 수만 있다면, 학교풍토, 인간관계, 가정환경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나는 학교 공포증, 시험 공포증, 수업 공포증 등으로 인한 등교 거부경향을 사전에 치료할 수가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책임감이 강한 청소년을 육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학년 초 자녀들의 일과표에 가족 참선의 시간이 마련되어, 긍정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스스로 체득케 하고 대화가 있는 화목한 불자 가정을 기대한다.                     佛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