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초리는 필요한가?

부모님을 위한 청소년 상담⑫

2009-04-27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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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초리를 되찾겠다는 것이 반드시 체벌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이 아니다. 상처가 날 정도로 대려야 한다는 것은 교육 이전에 폭력에 가
깝다. 매를 때려야 버릇이 고쳐지는 것이 아니다. 단호한 자세, 엄격한
질책, 이것이 요구된다.


붓다와 라훌라
   라훌라는 출가 전 싯다르타의 외아들로서 왕위 계승자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성도 후 가빌라로 돌아오신 붓다의 주장에 따라 출가하여 사미가 되었다. 라훌라는 품성이 온화하였으나 나이 어리고 아직 아버지의 아들로서 자세하는 습성이 남아 있어서 때때로 말썽을 일으켰다. 제자들이나 재가의 불자들이 찾아와, "붓다께서 지금 어디 계신가?"하고 물으면 곧잘 거짓말로 골탕을 먹이곤 하였다. 라훌라에 대한 나쁜 소문이 점차 퍼져갔다.
   어느 날 붓다 석가모니께서 라훌라를 불러 세웠다. 붓다는 라훌라에게 물을 떠오게 하여 자기의 발을 씻게 하였다. 인도에서는 성자의 발을 씻는 것이 크게 영광스러운 일로 관행되고 있었다. 발을 씻긴 다음 붓다께서 말씀하셨다.
   "라훌라야, 너는 이 물을 마실 수가 있느냐?"
   "마실 수 없습니다. 아버님"
   "왜 마실 수 없다고 하느냐?"
   "아버님의 발을 씻어 물이 더러워졌습니다."
   "라훌라야, 너도 또한 이 물과 같다. 물은 본래 깨끗한 것이다. 인간도 또한 마찬가지다. 너는 왕의 손자로서 세속의 영화를 버리고 출가하였으나 수행에는 힘쓰지 않고 계율을 지키지도 않는다. 너는 지금 이 발씻은 물처럼 더럽혀져 있다."
   붓다는 라훌라로 하여금 물을 버리게 하고 말씀하셨다.
   "라훌라야, 너는 이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을 수가 있느냐?"
   "먹을 수 없습니다. 아버님."
   "왜?"
   "그 그릇은 발을 씻어 더럽혀져있기 때문입니다."
   "라훌라야, 너도 또한 이 그릇과 같다. 수행하지 않고 거짓말을 즐겨하여 이 그릇처럼 더럽혀져 있다. 법의 양식을 담을 수 없느니라."
   붓다께서는 말을 마치자 곧 물그릇을 걷어찼다. 그릇은 저만큼 나가 떨어졌다. 라훌라는 놀랍고 두려워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붓다께서 엄숙히 말씀하셨다.
   "라훌라야, 너도 또한 저 물그릇과 같다. 수행하지 않고 계율을 지키지 않아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게 되어 저 물그릇처럼 굴러다니게 될 것이다."
   라훌라는 온몸에 땀을 흘리고 붓다 앞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며 사뢰었다.
   "아버님, 이제부터 굳게 결심하고 수행하여 계율을 지키겠습니다. 거짓말 하지 않으며 한 평범한 수행자로서 겸허하게 공부하겠습니다." <※武者小路實篤/박경훈 역, 「○○의 生○와 思想」(1979, ○○○) P.255~257>

버릇없는 아이들
   거짓말 잘 하는 라훌라, 열심히 수행하지 않으면서 남을 무시하고 방자하게 행동하는 라훌라, 저 라훌라를 바라 보면서, 나는 우리 집 아이들을 생각한다.
   우리 집 아이들도 문제가 많다. 도대체 자기관리를 할 줄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부자리 정리할 줄도 모르고, 밖에 갔다 들어오면서 신발 정리하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옷은 벗어서 아무데나 던져놓고, 양말은 방 구석에서 딩굴고 있다. 저녁에 늦게 들어오는 것도 문제다. 일찍 일찍 들어와서 책도 좀 보고, 부모들과 좀 대화도 나누고 했으면 좋으련만, 회사에 다니는 큰 놈이나, 대학 다니는 둘째, 셋째나 밤 11시 넘어서야 들어오는 것이 다반사다. 그중 한 녀석은 가끔 거짓말도 하다가 들통이 나기도 한다. 담배 피우는 것도 문제다 좁은 아파트 공간에서 세 녀석이 담배를 피워대니까 숨이 막힐 지경이고, 담배 꽁초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서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엄마가 '담배 피우지 말라'고 노래를 불러도 막무가내다.
   학교 아이들은 또 어떤가? 도대체 버릇이 없고 기본적인 생활태도가 몸에 배어있지 않다. 첫째, 아무데서나 휴지를 버린다. 요즘 애들은 어떻게나 군것질을 좋아흐는지, 24시간 먹을 것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 정도는 한참 때의 체력소모를 생각해서 이해할 수 있지만, 먹고 난 휴지나 빈 껍데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것은 도저히 볼 수가 없다. 교실은 아예 쓰레기통이다. 아침에 깨끗하던 교실이 한, 두시간 지나면 온통 휴지로 뒤덮인다. 교실 뒤쪽에 큰 휴지통이 있지만 조금이라도 움직이기가 싫어서 앉은 자리에서 교실 바닥에 버리고, 교실 창턱에 버려운다. 이 아이들은 틀림없이 자기 방, 자기 집에서도 이런 식일 것이다.
   학교 아이들은 또 인사할 줄을 모른다. 선생님과 마주쳐도 빤히 쳐다보면서, 호주머니 손 찔러 넣은 채, 그냥 지나간다.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열통이 터져서 주먹이 불끈 쥐어지고 한다. '선생님'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가물에 콩나듯하고, 저희들끼리는 온갖 망칙한 이름으로 다 부른다. 학교 선생님들이 승용차를 타고오면 상채기 내기 일쑤고, '선생 봉급에 왠 승용차냐'라면서 빈정대기까지한다. 복도 벽, 특히 지하층 벽은 낙서투성이다. '아무개 선생님 사랑해요'정도는 고전적 낙서에 속하고 '아무개 미친놈'이 보통이다. '이런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까?' 하루에도 몇번씩 이런 탄식에 빠지곤 한다. 


회초리를 되찾아야 할 때
   결혼하면 부모님 안모시겠다는 것이 공공연한 세태이고, 돈 안준다고 엄마한테 큰 소리로 대어들고, 학생들이 교수를 잡아놓고 욕하고 구타하는 일까지 벌어지는 세상이다. 이것은 근원적으로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 버릇을 잘 못 길렀기 때문이다. 아니, 잘못된 버릇을 고쳐주지 않고 그냥 바관하고 방치해 두었기 때문이다. 집안에서는 부모님들이 바쁘고 귀찮아서, 또는 지나친 자식사랑 때문에, 버릇나쁜 자녀들을 방관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해야 할 일들을 어머니가 다 해주고 가정부가 다 해준다. 오직 하나, '공부 열심히 해라'는 구실로 아이들의 버릇을 완전히 망쳐놓고 있다.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커서 무엇이 되겠는가? 부모님 은혜를 알겠는가? 부모님 모실 줄을 알겠는가? 이웃과 함께 살 줄을 알겠는가? 중앙선을 넘으면 큰일난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겠는가?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오직 하나, '성적 올려야한다'는 핑계 대문에 생활지도, 인성지도는 포기한지 이미 오래다. 전인교육하겠다고 나섰다가 쫓겨난 교장도 많다. 그런 아이들이 대학에 가고 사회에 나가서 뭣이 되겠는가? 피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의 가치를 알겠는가? 스승의 은혜를 알겠는가? 즐겁게 골프치는 시간에도 수많은 농민들이 뙤약볕 아래서 고통을 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겠는가?
   이제 회초리를 되찾아야 할 때다. 놓아버린 회초리를 되찾아 들고ㅗ, 아버지가 아버지 노릇하고, 스승이 스승 노릇 해야할 때이다.
   회초리를 되찾는다는 것이 반드시 체벌을 해야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상처가 날 정도로 때려야 한다든 것은 교육 이전에 폭력에 가깝다.
   외아들 라훌라를 불러세우고 물그릇을 걷어 차는 부처님. 그는 매를 들지 않았지만 매보다 더 아픈 교훈을 주고 계시는 것이 아닌가. 이제 우리 어른들도 저 부처님같이 버릇 나쁜 우리 아이들을 불러 세우고 엄히 질책하지 않으면 안된다. 더 늦기 전에. 佛光


김재영 서울대 역사과와, 동국대대학원 불교학과를 졸업하였다. 현재, 동덕여고 교사로 재직중이며 「보리」지를 주간하고 있다. 저서에 「365일 부처님과 함께」「룸비니에서 구시나가라까지」「무소의 뿔처럼」「민족정토론」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