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견화(杜鵑花) 핀 3월에 우리 곁에 오신 스승님

내 마음의 풍경

2007-03-28     관리자

우리 님 눈부시고 다정해라 햇살처럼 달빛처럼
그림자 볼 수 없고 목소리 없는 때도 청산에 아련하고
두 눈에 역력해라 아아아 우리 님
내 생명 타오르는 태양이여 태양이여.
                                                                       -‘님의 숨결’ 중에서


큰스님! 당신께서 저희들과 사바의 인연을 달리하신 지 어언 8년이 돌아옵니다. 매년 추모식 때마다 마하보디 합창단과 불광 형제들이 당신의 영전에 올리는 이 노래말처럼 당신께서는 불광 형제들과 세상의 뜻있는 불자들의 사표이셨습니다.
오늘도 제자는 법회의 사회를 보면서 당신께서 남기신 보현행자의 서원을 형제들과 함께 환희심으로 수지 독송합니다.
지난 해 3월 31일은 음력으로 삼월삼짇날, 당신의 생신 일이었습니다. 몇 명의 도반들과 함께 찾은 당신께서 주석하셨던 갈매리 보현사, 대웅전에 참배 드리고 봄이 피어오르는 아지랑이 앞세운 뒷산을 오르며, 모처럼 당신의 숨결을 느꼈습니다. 새봄의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두견화가 한껏 꽃망울을 터뜨리고 산기슭 볕 좋은 곳엔 실눈을 뜬 할미꽃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저희들을 반기는데, 저는 그곳에서 생전에 다정하셨던 당신의 자용을 뵈었습니다. 오래 전 이 산을 오르시며 위태한 종단을 걱정하시고 고뇌하시면서 종단의 눈이 되고 대들보가 되신 당신의 위법망구·살신성인의 길과 나아가서는 한국불교 대중포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하신 당신, 어떤 미사여구를 동원한 말로도 당신의 무량한 공덕을 찬탄 드리지 못할 것입니다.
일찍이 교계의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대중포교를 위한 순수불교를 주창하시고 1974년 11월 월간 「불광」을 창간, 문서포교를 시발로 1975년 10월 16일 종로 대각사에서 불광법회 창립, 음악(합창단 결성, 찬불가 작시 및 공연) 포교, 의식포교(의식문의 한글화), 복지봉사포교(군부대, 교도소, 복지원 등), 호법발원, 유치원 개원, 초·중·고 학생법회, 청년법회, 일반대중법회, 인터넷 포교까지 평생 동안 전법의 길을 가신 광덕 큰스님!
당신께서는 이 땅에 오시는 인연 또한 범상치 않으셨습니다. 음력 삼월삼짇날, 예로부터 강남 갔던 제비가 돌아오는 날. 유상곡수(流觴曲水) -굽이굽이 도는 물에 잔을 띄워 그 잔이 자기 앞에 오기 전에 시를 짓는 놀이하는 날- 잡힌 물고기와 짐승을 사다가 살려 보내는 방생회 하는 날 등 자연과 인간이 자비 광명심으로 하나되는 날, 당신께서는 이미 불광(佛光)을 안고 우리 곁에 오셨던 것입니다.
이제 와서 밝히는 것입니다만, 스님과 저의 금생의 인연 또한 예사롭지 않은 것이 스님께서 불광법회를 창립하신 날이 제 생일날이기도 합니다.
또한 제가 불광에 처음 와서 스님께 수계(법명) 받은 청암(靑庵)이라는 법명도 특별한 인연인 듯합니다. 제가 근무하던 직장의 여직원 모임에서 일일찻집을 운영하여 생긴 수익금으로, 서울의 강동구 거여동에 소재한 청암양로원(무의탁노인 할머님 100명 수용 복지원, 지금도 있음)을 위로 방문하여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다음 주에 저희 대원 2법등 식구들과 북한산 흥국사 기도 일정에서 청암양로원 할머님들의 건강과 무병을 일심으로 축원하였는데 놀랍게도 그 일주일 뒤, 수계법회에서 받아든 계첩에서 당신이 주신 이름 청암이라는 법명을 보고 너무도 신기함에 가슴 떨렸던 환희가 있었습니다.
스님,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다시 맞이할 당신의 생신날 당신의 향훈(香熏)이 짙게 배어있고, 더 맑게 풍겨나는 영혼의 향기와 마음의 울림이 그리운 고향처럼 다가오는 갈매리 보현사를 다시 찾을 것입니다.
지난 늦가을(11월 초) 대원2구 법회 형제들과 기도 차 갈매리 보현사를 다시 찾았습니다. 뒷산을 오르는 저희들에게 발밑에 밟히고 구르는 낙엽들조차 ‘마하반야바라밀! 마하반야바라밀!’ 마하반야바라밀!을 합송하는 듯하였습니다.
찬란한 반야의 광명에 축복하고, 온 몸 구석구석마다 빛을 채우고, 온 국토에는 보현보살행원으로 빛을 뿌리라는 평소 당신의 곡진하신 당부가 아니었는지요. 당신께서 비록 육신은 거두셨지만 당신의 가르침은 빛이 되어 오늘도 형제들과 많은 불자들의 가슴을 녹이고 있습니다.
스님! 소리 없이 흘러내리는 눈 녹은 개울물과 산과 들녘에 생명의 기운이 온 누리에 퍼지는 이 봄에, 당신의 생신을 다시 맞는 저희 형제들의 감회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당신께서 일으키신 도심포교의 정법도량 불광사 잠실 법당이 제2의 도약을 위하여, 2005년도에 지홍 회주 스님께서 중창불사를 시작하여 그동안 많은 불자 형제들의 동참으로 머지않아 첫 삽을 뜨게 될 것입니다. 당신의 열반 8주기를 맞는 정해년이야말로 뜻깊은 한 해가 될 것이기에, 저희는 계법을 더욱 새로이 하고 붓다의 가르침을 호지하고 수행정진의 서원을 세워 전법 5서의 행동자가 될 것임을 다짐하면서, 당신을 향한 그리움 가득한 마음을 안고 오늘도 내일도 불광법당을 수호할 것입니다.
스님! 당신이 계셨을 때 세상에서 최고로 행복했던 저희들이었습니다. 이제는 모습으로 뵈올 수 없지만, 이미 빛으로 저희 곁에 와계신 당신과 함께하면서, 불광법당 중창불사에 수희 동참하겠사오며 무한력 바라밀 생명의 보현행자로서 살아가겠습니다.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할지라도 보살의 행원은 다함이 없듯이, 보현행원은 나의 영원한 노래이며, 나의 영원한 생명의 율동이며, 나의 생명의 환희이며, 나의 영원한 생명의 위덕이며, 체온이며, 광휘이며, 그 세계입니다.
나는 이제 불보살님전에 나의 생명 다 바쳐서 서원합니다. 보현행원을 실천하겠습니다. 보현행원으로 보리를 이루겠습니다. 보현행원으로 불국토를 성취하겠습니다. 대자대비 세존이시여, 저희들의 이 서원을 증명하소서.
나무 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