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법구] 나의 서원은 다함이 없어

2007-03-28     관리자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나의 서원은 다함이 없어
생각 생각 상속하고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

- 『화엄경』 「보현행원품」

사람은 평생을 살아가면서 각자의 삶의 진로에 큰 영향을 주시는 스승을 한두 분 꼭 만나게 된다. 나에게는 그러한 삶의 큰 스승 중의 한 분이 광덕(光德) 스님이셨다. 내가 60년대 대학시절 봉은사 명성암에 있던 ‘대학생 수도원’에서 반(半)출가의 생활을 하면서 대학에 다닐 때, 광덕 스님은 봉은사 주지스님이셨다.

매일 매일 광덕 스님은 진실로 몸을 던져 중생수순에 앞장서고 계셨다. 설법하고 면담하고 기도하고 예불하고 항상 너무 바쁘셨다. 그러나 피로하거나 짜증내시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아니했다. 몸도 약하신 분이 어디서 저렇게 큰 힘과 열정이 나오시는지 항상 궁금했다. 그래서 하루는 스님께 “힘드시지 않으십니까? 도대체 어디서 그런 큰 힘이 나오십니까?”라고 여쭈어 보았다. 그 때 스님께서 웃으시면서 화엄경의 보현행원품을 읽어 보라고 하셨다. 그 후 나는 보현행원품을 매일 읽었고 그리고 그 답을 알았다.

보현행자는 10대 서원을 세우고 몸으로 보살행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보현행자가 한 가지 서원을 세울 때마다 그는 “허공계가 다하고 중생계가 다하고 중생의 업이 다하고 중생의 번뇌가 다하여도 나의 이 서원은 다함이 없어 생각 생각 상속하고 끊임이 없되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에 지치거나 싫어하는 생각이 없느니라(念念相續하고 無有間斷하여 身語意業에 無有疲厭이니라).”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왜 광덕 스님은 피로하신 줄 모르시면서 그 많은 보살행을 하실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광덕 스님의 서원이 무엇인지도, 그 서원을 실천하는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도 앞으로 보현행자의 서원과 그의 실천력을 열심히 배우고 익히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루는 주지실로 찾아가서 보현행원품에 나오는 “길을 잃은 자에게 바른 길을 가리키고 어두운 밤중에 광명이 되라(於失道者에 示其正路하고 於暗夜中에 爲作光明하라)”고 하는 말에 대하여 물어본 적이 있다. ‘어떤 것이 바른 길이고 어떻게 하면 광명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스님께서 몇 가지를 나에게 물어보시더니, 자네가 추구하여야 할 ‘바른 길’과 ‘광명’은 ‘우리나라를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사실 60년대 우리나라는 대단히 가난했다. 아프리카의 ‘가나’라는 나라보다도 못 살았다. 당시 나는 법과대학에 다니고 있었지만 국민이 너무 가난하면 사회정의라는 것이 사치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법학 책보다는 경제발전론 책을 더 많이 읽고 있었다. 스님의 말씀은 내 인생에 큰 전기가 되었고 ‘빛과 힘’이 되었다.더 이상의 주저함도 헤맴도 없어졌다.

그 이후 오늘까지 내 삶의 화두는 ‘어떻게 하면 대한민국을 부유하면서도 정의로운 나라, 이웃의 존경을 받는 나라를 만들 것인가, 즉 부민덕국(富民德國)을 만들 것인가’가 되었다. 스님의 큰 은혜에 다시 한 번 108배를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