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교리강좌] 밀교사상(密敎思想)

2009-04-24     해주스님

인도 대승불교 사상을 논함에 있어 한 가지 더 빠뜨릴 수 없는 것으로 밀교(密敎)사상을 들 수 있다. 밀교는 비밀불교(秘密佛敎)의 줄인 말로서 비밀로 설해진 가르침이라는 뜻이니, 현교(顯敎)와 상대적 개념을 지님 말로 간주되어 왔다. 이 밀교는 비밀승(秘密乘. Guhyayana)이라고 번역되었는데 그밖에 밀장, 다라니교, 금강승 등으로도 불렸고, 근래 서양에서는 탄트라불교(tanaric Buddhism)로 부르고 있다.

탄트라불교는 7,8세기경 불교에 인도적인 요소가 가미된 것으로서 오늘날 네팔이나 티베트 등지에서 행해지고 있는 밀교를 위주로 한 말이다. 탄트라는 원래 주술적 신비적 의궤를 가르치는 전적의 총칭으로서, 베다 이래의 인도고대문화도 이어받고 있으나 베다 외의 문화체계도 가지고 있다. 또 탄트라교는 여성에너지인 성력(sakti)숭배가 중심을 이루고 있어 남녀 합일이 교리와 실천의 중심부분을 이루는 그러한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다. 이교적인 이 밀교가 부료의 정통적 지위를 주장하게 된 것은 인도에서『대일경(大日經)』『금강정경(金剛頂經)』등의 경전이 편찬되고 부터이다.

인도에서 밀교가 성립되기까지에는 교학적으로나 교단적으로 매우 복합적인 원인과 배경을 갖고 있다. 밀교교리 또한 다양하고 복잡하며, 관정이나 호마 등 의식도 매우 중요시 되고 있다. 인도 초기 불교에서는 명주(明呪)와 비법(秘法)을 금지시키고 있었다.“세속의 명주 비법은 축생학이다.”「小部」라는 말들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부파불교시대 말엽, 부파간의 대립이 지속되고 불교교단이 이론중심 출가중심의 불교로 흘러가고 있을 때 석본 이래 주춤했던 바라문교가 민간신앙을 흡수하고 불교사상을 모방하여 힌두교로 재정비하였다.

바라문교의 세력 확장은 자연히 불교교단의 약세를 가져왔고 그에 대비하여 불교에서도 바라문교, 힌두교, 민간신앙사상 등을 폭넓게 수용하여 불교적으로 재정립하게 되었으니 이것이 밀교의 출발이었다. 당시 불교도내에서도 주문을 외우고 밀법을 행하는 자가 점점 늘어나게 되자, 수행자가 일신의 보호를 위해 도움이 되는 주법(治毒呪 等)은 행해도 좋다는 선별승인을 하게 되었고 후에는 민간비법과 바라문교의 주법을 모방하여 불교 특유의 진언(眞言)을 창안해냄으로써 밀교 성립의 기반이 조성되었던 것이다. 제천사상이나 관음신앙을 위시한 보살사상 등도 모두가 이러한 영향 속에서 불교가 수용했거나 창안한 사상들이었다. 그리하여 새로 전개된 대승 불교 속에서 점차로 무르익어 간 밀교적 기운으로 드디어 대일경과 금강정경 같은 밀교경전이 7세기경에 성립되었으니 이는 밀교의 역사에서 하나의 획기적 분수령을 이루었다. 이후 이 두 경을 기반으로 하는 체계적인 불교를 순밀(純密)이라 하고, 그 이전 비조직적이고 단편적인 밀교를 잡밀(雜密)이라 일컬어 왔던 것이다.

오늘날 티베트불교에서 행해지고 있는 비밀의궤나 경전의 분류법에 의하면, 소작탄트라, (수)행탄트라, 유가탄트라, 무상유가탄트라로 밀교가 분류되고 있다. 잡밀의 경전 의궤가 바로 이 소작탄트라에 해당하며 대일경은 행탄트라, 금강정경은 이후에 성립 발달한 경전 의궤를 무상유가탄트라라 일컫고 있다. 또한 이들 경전의 성립사적인 순서를 고려하면 7세기경 성립한 대일경 금강정경 등에 의거한 정통밀교라 하고, 그 이전을 초기 밀교, 이후를 후기 밀교로 보기도 한다. 휘 밀교는 8세기 인도에서 설립한 탄트리즘의 전개와 함께 성립한 밀교로서 소위 탄트라불교로 발전하게 되면서 금강승 구생승 시륜승의 삼대유파를 형성하게 되었다. 아무튼 근래에 와서 이처럼 특수한 성적 요가의 색체를 띤 탄트라 또는 탄트리즘이라는 용어가 밀교의 모든 경궤(經軌)를 가리키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것은 이미 8세기에서 14세기에 걸쳐 인도나 티베트에서 탄트라밀교가 행해지고 있었음을 말해준다고 하겠다. (14세기 경 티베트에서는 계율, 현교, 밀교의 겸수를 강조하는 불교개혁이 단행되었고 그 불교계를 지도한 종까빠의 후계자 달라이라마로 불려졌다. 현재는 제 14대 달라이라마가 인도 망명중 이다.) 최근 널리 사용하고 있는 가장 표준적 분류법은 역시 인도 티베트 등 모든 불교 권에 걸친 밀교를 포함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되는, 밀교를 초기(6세기이전) 중기(7세기 경) 후기(8세기 이후)의 세시기로 나누어 설명하는 역사적 분류법이다. 초기 밀교는 주로 석가여래가 설법하시는 형식을 취하고, 다라니를 외는 것이 중심이며, 제액초복(除厄招福)의 현세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고, 만다라는 아직 완성되어 있지 않았다. 이에 비해 정통밀교에 속하는 중기 밀교는 비로자나불인 대일여래를 중심에 모신 만다라가 완성되어 밀교적 세계의 축도가 되었다.

만다라(曼茶羅, Mandala)란 보다 시각적이고 육감적이며 상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밀교교리와 사상을 전개 시킨 것으로서 부처님께서 깨달으시는 세계〔悟境〕를 말한 것인데, 그 의미를 전향하여 수행의 도량 또는 불보살 등 제존을 봉안하는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다. 또 대일경사상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은 태장계만다라이고 금강정경 사상은 금강계만다라로 체계화 되었다. 태장계만다라는 중생에게 원래 갖추어져 있는 맑고 깨끗한 본성인 정보리심을 나타낸 것으로 이법신(理法身) 또는 이만다라(理曼茶羅)라 한다. 금강계만다라는 중생이 아직 깨닫지 못한 무명의 상태에서 그 본성인 보리심을 깨달아가는 수행의 공덕을 나타낸 것으로서 이를 지법신(智法神) 혹은 지만다라라고도 한다.

그런데 이 이법신과 지법신은 서로 다른 별개의 것이 아니라 본래 불이(不二)의 관계에 있다. 그것은 본체가 서로 같기 때문이니, 일체법은 자성이 없어서 본래 무생이고 불생이며 공이다. 즉 밀교에서는 유공불생의 의미를 지닌 아자(阿字)를 교의의 근본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아자체대설(阿字體大說)이다. 이 아자를 기본으로 후에 6대연기(六大緣起)설도 형성되었다. 모든 존재를 구성하는 본체를 6대(六大: 地水火風空織)로 파악하고 6대 자체에 각기 다른 나머지 5대를 갈무리 하고 있어 6대는 무진연기의 세계를 전개하게 되는 것이다. 밀교에서는 이러한 아자나 6대 체대에서 생성된 모든 존재의 모습(相)을 다시 4종의 만다라로 표현하고 있다.

즉 대만다라(Mahamanadala), 삼마야(samaya)만다라, 갈마(karma)만다라, 법(옴금)만다라 등 4종 만다라로 법의 실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 4종 만다라는 종교적 의미와 함께 철저한 현실긍정의 철학적 의미도 담고 있다. 회화 조각 등으로 표현된 불보살상과 상호의 덕성을 말하는 대만다라는 바로 6대로 구성된 우주와 인생의 전체적인 모습이다. 삼마야만다라는 불보살만이 가지고 있는 물건(物件)과 수인(手印)의 특성을 말하는데, 이는 각 개체들의 독립된 모습을 의미한다. 갈마만다라란 불보살이 중생 구제를 위하여 행하는 일체의 활동을 의미하는데 모든 존재의 변화나 작용과 다른 것이 아니다. 그리고 법만다라는 불보살의 명칭과 가르침의 내용을 뜻하는 것으로, 독립된 각 개체의 명칭이나 문자 음성 언어 등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이처럼 일체의 존재는 모두 4만의 모습이 아님이 없다. 일체 만상이 다 6대 법신의 당체인 까닭이다.

단지 중생들의 무지에 의해 그러한 진리를 깨닫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갖가지 불행과 악을 자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밀교에서는 중생으로 하여금 6대(體)로 구성된 동체와 4만(相)의 세계를 깨닫고 체득케 하기 위하여 그 실천 수행의 방법으로서 삼밀작용(用)을 교설하고 있다. 삼밀가지(三密加持) 또는 삼말상응을 통해 성불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다. 중생의 삼업을 밀교에서는 삼밀이라 하며, 가지나 상응이라는 말은 힘이 합하여져 동화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삼밀에도 불(佛)의 삼밀과 중생의 삼밀이 있으며 중생삼밀은 다시 유상(有相)삼밀과 무상(無相)삼밀의 작용이 있다. 몸으로는 불보살의 행위인 결인(結印)을 하고 입으로는 진언(眞言)을 염송하고 마음으로는 언제나 부처님과 같이 삼마지(samadhi)에 들어서 본존인 법신대일여래의 덕성을 생각케 한다.

이를 중생의 유상삼밀이라 한다. 밀교의 수행자가 이렇게 유상삼밀을 행하는 동안 대일여래의 삼밀과 덕성의 위신력이 수행자의 신심이 부처님의 삼밀과 가지하게 된다. 부처님의 신밀(身密)과 의밀이 서로 감응하여 결국은 중생과 법신이 일여하게 된다. 이러한 경지를 가지성불(加持成佛)이라고 한다. 중생이 삼밀가지의 수행을 닦아 일단 가지성불을 하고 나면 이제는 따로 결인과 특수한 진언의 지송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 일체의 행위가 결인 아님이 없고 모든 언어와 음성아 그대로 지언이요, 일체 마음이 그대로 삼마지이니 이러한 경지의 삼밀작용을 무상삼밀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깨달은 자의 삼밀상에 우주만유의 덕상이 모두 갖추어져서 우주법계의 대아를 이루게 된다. 바로 이러한 육신성불을 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후기 밀교시대로 가면 성(性)을 통한 요가의 실천을 주장하는 좌도밀교(左道密敎)가 나타나게 된다. 인도불교의 최후에 나타난 거시 바로 좌도밀교였던 것이다. 초기 금강정경의 사상( 道密敎)이 반약공을 여성적 원리로 하고 방편을 남성적 원리로 하여 이것을 형이상학적으로 조화 실천하려고 한 것과는 달리, 이 두원리를 몸으로써 체험하려는 시도가 일어났다. 세계와 자기를 대우주와 소우주로 보고 이것이 서로 감응하는 것을 육체로 체험하여 깨달음을 성취하는데, 이 때에 행자는 반야로서의 소녀를 필요로 한다. 남녀의 성욕과 본능을 긍정한 것이다. 이를 함께 산다는 뜻으로 구생승이라 한다. 이 구생승은 시륜경을 중심으로 교단을 조직한것이다.

현재 자기가 갖고 있는 보리심의 무한성이 설해지고 그 마음이 곧 부처라고 한다. 따라서 이 몸 그대로가 본초불이요, 시륜불이며, 금강신이다. 금강은 현교에서도 사용하지만 특히 인도의 밀교가들이 즐겨쓰는 용어여서 후기 밀교의 일파인 금강승이 이러한 후기의 비밀불교 전체를 지칭하는 말로도 되었다. 이 사상은 본성청정설이나 여래장사상 등을 이은 것으로 인도 대승불교의 절정에 위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그것이 잘못되어 음란하게 되었던 것이라 하겠다. 이 인도 후기 밀교에서는 불교가 인도교와 모든 면에서 손을 잡게 되었고, 그러다가 점차 인도교와 밀교의 힘의 교체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인도에서 1203년 이슬람교도의 침입으로 비크라마시라 밀교성전이 파멸당하자 불교가 멸망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불교가 그때 멸망했다라기보다 그 이전에 이미 인도인의 정신문화속에 흡수 해체되어 버렸던 것이라 하겠다. 우리 한국도 좌도밀교는 받아 들이지 않았으나 여타의 불교국가와 마찬가지로 밀교가 전래된지 오래이고, 밀교의궤는 불교사상가 신앙의례의 전반에 깊숙이 뿌리박혀 있음을 볼 수 있다. 인도 불교가 소멸되어 가던 그때의 모습은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음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해주스님 
청도 운문사에 출가, 공주 동학사 강원 대교과를 졸업 하였으며, 동국대학교와 동국대학원에서 화엄학을 전공하여 현재는 동국대학교에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