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이웃의 건강 지킴이

지혜의 향기 / 나의 사과나무

2009-04-23     관리자

여섯 해 전, 불혹을 넘긴 나이에 새로운 일에 도전하게 되었다. 둘째 녀석을 낳고 10여 년을 계속 전업주부로 살고 있던 나에게는 어쩌면 신선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 아이들이 건강하게 나서 병치레없이 잘 자라고 있었기에 별로 신경을 안 쓴다고는 했지만, 갈수록 먹을거리에 대한 걱정이 많아지던 시절이었던 탓도 무시할 순 없을 것 같다. 또한 그 이전에도 바깥음식에 대해 먹기를 주저하던 나였기에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라 할 만도 하다.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처음엔 그저 친환경 먹을거리에만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에 내 가족만이 아니라 우리 이웃도 모두 함께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의식이 생겨 생협 활동가로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이후 먹을거리뿐 아니라 여성문제, 생태, 환경, 공정무역 등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하며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아이쿱(iCOOP) 생활협동조합’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어느덧 여섯 해가 지났다. 그동안 아이들 키우랴, 남편 내조하랴, 생협 조합원들과 함께하랴,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힘들었지만 또한 신명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어디 힘든 일만 있었으랴. 시간이 지나며 우리 아이들은 이제 책임감 있는 청소년으로 자랐고, 남편은 든든한 후원자로 내게 힘을 주었으며, 아이쿱 강서생협은 지난 2월 제5차 정기총회를 치루어낼 만큼 지역사회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렸다. 조합원들과의 산지체험, 활동가 수련회 등 많은 행사 준비로 힘들었지만 성공리에 마쳤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6년간의 즐거웠던 일, 힘들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처음부터 전적으로 생협을 신뢰했던 건 아니었지만 이제는 우리 네 식구 모두 온통 생협에 매달려 먹고 마시며 삶을 영위하고 있다. 광우병, 멜라민, 식품첨가물 사태 등 연이어 터지는 먹을거리 파동에도 우리 가족은 별탈없이 생활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미 오랜 시간 동안 생협과 함께했기에 먹을거리 안전성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는 편이다.
하지만 집을 떠나 바깥생활을 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먹게 되는 학교급식과 직장에서 먹게 되는 점심식사 등이 문제다. 이런 경우에도 나름 신경을 써서 찾아먹게 되지만 한계는 있는 법이다. 이럴 땐 참으로 난감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도시락 싸주기였다.
광우병 사태로 인해 딸애가 먼저 요구해서 딸과 남편에게 도시락을 싸주기 시작했다. 직영급식을 해서 조금은 안심이 되는 아들아이는 학교급식을 그대로 먹게 했고, 대신에 내가 학교운영위원으로 활동을 하며 질 좋은 급식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딸애는 이제 도시락에도 물릴 때가 되었는지 아니면 먹을거리의 심각성이 덜해져서인지 다시 급식을 먹기로 했단다. 원하는 대로 해주면서도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한 것을 나도 어쩌지 못한다. 하지만 그동안 나와 생협을 믿고 잘 따라와 준 가족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
아이쿱 생협은 우리 가족에게 있어서 한 그루의 사과나무이다. 험난한 먹을거리 전쟁터에 내몰지 않게 굳건히 지켜주었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게다가 열매까지 실하게 맺었다. 나로 인해 생협을 알게 되어 안전한 먹을거리로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지인들이 바로 그 열매가 아닐까 싶다. 생협이라는 사과나무에 더 많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들 모두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쿱생협연합회(www.icoop.or.kr)는 전국 70개의 지역 생협으로 이루어진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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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숙 _ 두 아이를 둔 주부로서 6년 전 가족의 건강을 위해 생협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아이쿱 강서생활협동조합’ 이사로 활동하며, 이웃과 사회에 식품안전과 친환경급식에 대한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