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이 곧 성공이다

자기계발과 선(禪) / 정성(精誠)

2009-04-23     관리자
누구를 위한 회사인가
명치시대 조각가로서 이름을 떨쳤던 다카무라(高村光雲)는 젊은 시절 당대 최고의 불모(佛母: 불화를 그리거나 불상을 조성하는 사람)로 이름 높던 동운(東雲) 스님의 제자로 들어가기를 원했다. 다카무라가 찾아가 제자로 받아주길 청하자, 스님은 “거기 있는 물통을 가지고 가 저기 우물에서 물 좀 길어오게.” 하고 말했다.
다카무라는 스승의 분부대로 물통을 들고 우물로 갔다. 두레박으로 물을 떠 물통에 채워 넣으면서 기세 좋게 확 쏟아붓자, 물이 물통 입구에서 튀겨나갔다. 이렇게 담은 물을 들고 스님에게 다가가자, 스님은 “너는 자격이 없다. 그만 돌아가라.”고 화를 내는 게 아닌가. 다카무라가 놀라서 “제가 뭘 잘못했습니까? 가르침을 내려주시면 고치겠습니다.” 하고 간청했다. 그러자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불모는 부처님을 조성하는 성스러운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물 긷는 일조차 물이 통 밖으로 튀겨나갈 정도로 정성이 없고 대충 한다면, 이런 신성한 일은 커녕 그 무엇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게다가 물을 하찮게 여긴다면 불상도 하찮게 여길 것이 뻔하다. 모든 일에 마음을 기울여 일하지 않는 사람은 여기서는 필요 없다.”
경책을 받은 다카무라는 진심으로 부끄럽게 여기고 반성하면서 “앞으로는 마음을 바꿔 일체를 부처님과 같이 공경하고 소중히 하겠습니다.” 하고 울면서 애원해 드디어 입문을 허락받았다. 이후 다카무라는 일심으로 정진해 최고의 불모로서 이름을 떨쳤다는 일화가 있다.
이처럼 옛 불모들은 불상을 조성할 때, 한 조각을 팔 때마다 부처님께 삼배를 하면서 조각하곤 했다. 사경(寫經)하는 이들 중에서도 세 번 절하고 나서 한 글자를 쓰는 정성을 보였다. 이러한 지극 정성이 깃든 불상과 경전들이 오늘날 성보(聖寶) 문화재로 살아남아 후손들을 감동시키는 것이다.
‘정성(精誠)’이란 말을 사전에 찾아보면,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이라고 적혀있다. 우리가 흔히 듣고 쓰는 말이지만, 온갖 힘을 다해 진실로 정성을 쏟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눈에 띄지 않는 정성을 얼마나 쏟느냐에 따라 명품이 탄생하고 사람들이 감동한다는 사실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정진하는 자세
실제로 예술 분야는 물론, 비즈니스에서도 ‘정성이 성공의 비결’이란 사실은 경험적으로 검증되고 있다. 시골의 작은 면소재지인 강원도 횡성군 안흥면의 이름을 전국에 알린 ‘안흥찐빵’의 성공비결이 한 예다. 10여 년 전부터 유명해진 안흥찐빵의 원조인 ‘심순녀 안흥찐빵’의 심 사장은 자신의 성공 비결은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다해 만든다’는 노하우가 전부라고 말한다.
찐빵이라는 먹을거리를 제품화하는 데 성공한 공로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발전에도 한몫을 단단히 한 안흥찐빵은 이제 전국이 아닌 세계시장을 무대로 하고 있다. 중국 찐빵에 밀려 수출세가 주춤하자 횡성군이 미국에 ‘안흥찐빵’ 상표를 등록했기 때문이다. 2001년 미국 수출을 시작으로 캐나다, 호주, 독일 등으로 수출을 늘려가고 있는 것은 횡성 지역에서 100% 조달하는 품질 좋은 팥으로 40년 동안 전통방식을 고수해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기 때문이라 한다. 여기에 인공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늘 최고의 맛을 위한 정성을 기울여 왔으니, 마침내 히트 상품이 된 것이다.
안흥찐빵의 사례에서 보듯, 식품산업이나 외식산업에서는 독특한 맛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결같은 ‘정성’이라고 한다. 음식재료를 비롯해 식품을 만드는 요령이나 경영방침도 중요하지만, 정성이 부족하면 고객은 멀어지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경험담이다.
시중의 히트 상품이나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역시, 오랜 정성과 노력 없이 탄생된 것은 없다. 오롯한 정성을 기울인 수작업으로 탄생한 명품들은 유행이 시시각각 변해도 오랫동안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장수 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가 세계적인 명차인 이탈리아 ‘페라리’의 작업공정이다.
한 대에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가격에 생산모델은 단 4가지, 그리고 연간 5000~6000대만 생산하는 페라리는 차 마니아라면 누구나 한번쯤 타보고 싶어 하는 ‘꿈의 차’다. 수작업으로 일일이 만들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그만큼 차는 정교하고 안전하다. F1경주에서 시속 300㎞ 안팎의 엄청난 스피드로 달리다가 차는 산산조각이 나도 사람만은 멀쩡히 살아나오는 경우가 종종 목격될 정도다. 페라리는 사람이 타는 부분은 알루미늄과 다른 물질을 섞어 강도를 높여 사람은 절대 다치지 않게 한다는 철학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하나를 만들어도 정성을 기울여 최고로 만든다는 장인정신 없이는 결코 명품이 될 수 없다.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는 일은 물론 학문이나 예술, 스포츠 분야에서도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초심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정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에 대한 ‘정성스럽고 참된 마음’ 즉 성실(誠實) 없이는 꿈이 이뤄지지 않는다. “노력하는 사람이 반드시 성공하지는 않지만,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노력했다”는 말이 있다. ‘최선을 다한 후 선택(천명)을 기다리라’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명언도 같은 교훈을 전하고 있다.
『정법안장수문기』에는 “불도를 닦는 자는 마음도 몸도 모두 내던지고 오로지 불법(佛法) 속으로 들어가라.”는 법문이 있다. 자기를 잊을 정도로 온몸을 던져야 비로소 깨달음의 문이 열리듯, 세간의 삶 역시 마찬가지다. 깨어있는 마음으로 일과 대상과 하나 되어 전심전력을 다할 때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마련이다.
일본 최고의 경영자로서 은퇴 후 스님이 된 이나모리 가즈오는 『카르마 경영』(서돌)에서 “한 가지 일에 깊이 열중하는 사람,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그 하루하루의 정진을 통해 저절로 영혼이 닦여지고 깊이 있는 인격을 형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노동은 단순히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욕망을 뿌리치고 마음을 갈고 닦으며 인간성을 계발하는 효과를 지닌다는 것이다.
날마다 하는 일에 정성을 다하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삶은 일을 완성하는 동시에 일하는 사람을 완성시키는 의미있는 인생 여정이 되지 않을까. 거기에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자성(自性)을 늘 반조할 수 있다면, 그대로가 깨달음의 삶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