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마하시 수행센터
세계의 수행처 / 미얀마 마하시 수행센터 1
2009-04-23 관리자
원조의 맛을 찾기까지
1999년 하안거 결제 중이었다. 출가 전부터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상기가 올 정도로 열심이었던 수행법이 뿌리째 흔들렸다. 바로 『청정도론』이라는, 상좌부 불교의 수행체계를 설명한 책 때문이었다. 읽으면 읽을수록 당시 하고 있던 수행법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게 되었다. 결국 반년을 더 갈등하다가 어느 스님의 소개로 무작정 미얀마에 갔다. 율장과 미얀마어 등을 공부하면서 6개월 정도를 지내고, 한 달 정도 위빠사나 수행을 경험하고서 7개월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범어사 강원에서 이력을 마친 후, 도반과 함께 다시 미얀마로 갔다. 도반의 강력한 권유로 우선 파욱 센터에 가서 수행을 하기로 하였다. 3~4개월, 수행이 그런대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마하시 사야도의 『위빠사나 수행법』에 설명되어 있는 내용과 약간 다른 점이 발견된 것이다. 고민 끝에, 해제와 함께 5개월 정도의 파욱 생활을 뒤로 하고, 같이 갔던 도반과 함께 마하시 센터로 갔다. 하지만 마하시 센터에서도 확실한 수행방법을 선택하지 못한 채 9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때로는 파욱에서 수행하였던 호흡관찰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마하시 센터에서 수행하였던 위빠사나 수행도 하면서 1년 반 정도를 보냈다. 수행에 있어서 ‘수행법에 대한 확신’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확신이 부족해서인지 수행도 나아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7년 8월, 미얀마 스님인 우 또다나 스님과 함께 살게 되었다. 스님은 미얀마 법사 자격도 있으시고, 마하시 센터에서 위빠사나 수행도 하셨던 분으로 이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그 후로 1년 반, 곁에서 법문과 인터뷰를 통역하면서, 또한 형 동생처럼 평소에 나누는 대화를 통해 마하시 수행방법에서 ‘원조의 맛’을 느꼈다. 화려하고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담백하면서도 수행할수록 오묘함이 묻어나오는, 그러한 맛을….
마침 2009년 2월, 한 달 동안 마하시 센터에 머물다 막 돌아왔는데, 원고청탁을 받고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따끈따끈한 ‘원조의 맛’이 독자 여러분들에게도 전달되었으면 한다.
교학과 수행, 계율에 철저했던 마하시 사야도
마하시 사야도는 사소한 계율도 아주 철저히 지켰다고 한다. 10년간 시자로 사야도를 모셨던 스님의 글에 의하면 사야도는 오후불식에 관계되어 아침 해돋이 시간을 아주 철저히 하였다고 하며, 돈에 관한 계율도 매우 엄격하게 지켰으며, 어느 곳에 가든지 비구 필수품을 항상 챙겼다고 한다. 누군가 출가에 대해서 묻자, “비구 227계를 철저히 잘 지킬 수 있으면 출가해서 수행하는 것이 좋다.”라고 말한 것도 사야도의 계율관을 잘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사야도가 인도에 갔을 때, 그곳 교수 한 사람이 갑자기 다음과 같이 물었다고 한다. “스님은 스스로 깨달으시고 수행을 지도하십니까? 깨닫지 못하고서 수행을 지도하십니까?” 그러자 사야도는 전혀 흔들림 없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내가 깨달았다고 말해도 당신이 믿지 못하면 아무런 이익이 없고, 내가 깨닫지 못했다고 하면 내가 했던 수행이 쓸모없는 것이 되니, 그것에 대해서는 대답할 수가 없소.”
6차 결집의 질문자 역할을 한 것, 그리고 수많은 저서와 법문에서 경•율•논과 그 주석서, 복주서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한 것뿐 아니라 실제 수행과도 완벽하게 결합한 내용을 보면 사야도의 교학이나 수행의 정도를 조금이나마 가늠할 수 있다.
이러한 공덕을 갖춘 마하시 사야도는 입적하고 없지만, 제자들이 곳곳의 센터에서 사야도의 수행방법을 고스란히 이어서 지도하고 있다.
수행의 전통이 살아있는 원조집, 마하시 센터
앞에서도 말했듯이 1949년 마하시 사야도를 모시고 처음 시작된 이 센터는 2만5천여 평의 대지에 수행법당을 비롯한 숙소, 공양간 등 100여 채의 건물로 된 큰 선원이다. 공항에서 약 30분, 시내에서 2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어, 숲 속 조용한 수행처를 찾는 이들에게는 다소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센터에 들어가 수행을 시작하게 되면, 그러한 단점을 보충해 주는 많은 장점들이 있다.
외국인 남성 수행자가 머물 수 있는 숙소는 두 곳인데, 한 곳은 50달러 ‘보시’를 하고 머무는 곳이고(조금 크고, 화장실이 딸려 있으며, 수행하는 건물 1층이어서 편리하다), 한 곳은 이전에 외국인 수행자들이 사용했던 건물로서 약간 작고, 공동 화장실을 사용한다. 수행은 숙소 2층에서 이루어진다. 앞뒤가 트인 양쪽 공간에서 수행할 수도 있고, 중간의 법당에서 수행할 수도 있다. 앞뒤가 트인 양쪽 공간에는 따로 경행대가 마련되어 경행하기에 편리하다.
아무래도 도시인지라 저녁에는 이곳저곳의 확성기 소리가 간간이 들려오기도 한다. 건물로 들어오고 나가는 차 소리도 들린다. 같은 건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화를 하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하시 센터를 찾는 외국인 수행자들이 있다. 내국인들은 말할 것도 없이 꾸준히 많이 와서 수행한다. 왜일까?
우선 마하시 사야도의 자취를 느낄 수 있다. 첫날, 수행을 시작하기 전, 사야도 기념관에 가서 사야도 동상 앞에 무릎 꿇고 앉아, ‘사야도께서 증득하셨던 그 법을 저도 증득하기를…’ 하면서 정성을 다해 삼배를 해보라. 알 수 없는 신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하시 사야도께서 직접 인도에서 가져왔다고 하는 큰 보리수 주위를 가끔은 산책해보라. 까마귀 소리와 그 배설물 때문에 신경이 거슬리기도 하겠지만, 충분히 기분전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옆에서 차가 오가고 시끄러운 행사가 벌어지는데도 조용하게 앉아있는 내국인 여성 수행홀을 가끔씩 본다면, 수행 장소에 대한 불평불만은 사그라들 것이다. 또한 지리적으로 가깝다. 1주일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수행체험을 원한다면, 편하게 와서 수행하고 돌아가기에 좋은 수행센터이다.
무엇보다도 수행방법과 지도가 확실한 점을 들 수 있다. 마하시 사야도께서 지도했던 그대로 수행을 지도받고 법문을 들을 수 있다. 내국인은 매일 인터뷰를 받고 법문을 듣는다. 부러운 점이다. 외국인의 경우에는 일주일에 두 번 인터뷰를 받고 법문은 일요일 오후에 듣는다.
현재는 우 자띨라 사야도와 우 와사와 사야도께서 나누어 지도하는데, 마하시 수행법의 ‘원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지도를 해 준다. 통역하는 사람도 있어 큰 문제는 없다. 자세한 수행방법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소개하겠지만, 미얀마 전국에 두 군데밖에 없는 국립승가대학의 마지막 4학년 과정에, 이 마하시 센터에 와서 수행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여러 가지 내세울 것은 없다. 숲 속도 아니고, 조용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허름한 원조집에서 ‘원조의 맛’이 우러나오듯, 반백 년의 마하시 센터에서 마하시 수행법의 진수가 수행자들을 기다린다.
이상으로 마하시 사야도와 마하시 센터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다음 호에는 마하시 센터의 생활과 수행방법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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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창 스님 _ 1996년 서울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해인사 백련암에서 원융 스님을 은사로 출가하였다. 범어사 강원을 졸업하였고 2000년, 2005년 두 차례 미얀마에 머물면서 미얀마어와 빠알리어 등을 공부하고 찬매 센터, 파욱 센터, 마하시 센터 등에서 수행하였다. 현재 진주 녹원정사에서 초기불교에 대해 정기적으로 강의를 하고 있으며, 한국마하시선원에서 지내며, 위빠사나를 지도하고 있는 우 또다나 스님의 통역을 도와드리고 있다. E-mail : nibbaan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