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미술] 서방극락정토 아미타여래

신앙과 미술

2009-04-23     유근자
▲ 그림 1 >> 관경서분변상도의 일부. 비단에 채색, 고려(1312년), 133.3×51.4cm, 일본 大恩寺 소장. 위데휘 왕비가 감옥에 갇히자 석가여래께서 목련 존자와 아난, 제석천, 범천, 사천왕과 함께 왕비에게 법을 설하러 오는 모습이다.

극락(極樂)은 어떤 곳일까?
죽음은 모든 생물이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이 세상에 왔으니 또 저 세상으로 가야 하는 것을 보여주는 이정표이다. 이 세상이 힘들었던 이에게는 저 세상은 좀 더 안락한 곳이기를, 이 세상이 풍요로웠던 이들에게는 저 세상 역시 풍요롭기를 기원하도록 하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어찌 보면 누구나 가야 할 사후의 세계를 미리 설계하고 준비하게 하는 것이 종교일지도 모른다.
서울에서 청주로 이사한 후 가끔씩 이곳에서 구하기 어려운 물건은 대전으로 사러 가곤 한다. 지난 일요일에도 살 것이 있어 대전을 가다가 고속도로에서 만난 봄 햇볕이 너무 좋아, 행선지를 시댁이 있는 지리산 자락의 구례로 바꾸었다. 산수유가 노란빛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는 그곳에는 일흔을 넘긴 시부모님 두 분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신다. 봄이 되었으니 두 분의 손길은 바빠질 것이나 세월 따라 약해진 몸은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다.
그날이 그날 같은 노부부에게 도회지에 사는 자식 내외의 방문은 활기를 불어 넣었음에 틀림없다. 되돌아오는 나에게 시아버님은 “너희가 갑작스레 와서 오늘은 이십 년은 젊어진 것 같다.”고 활짝 웃으셨다. 청주로 오는 차 안에서 ‘아, 오늘은 산수유 가득한 곳에 있는 극락을 다녀왔구나. 온갖 정성으로 키운 파와 찬 기운 속에 겨울을 꿋꿋이 버텨낸 시금치는 극락세계를 다녀온 기념품이구나. 이것으로 음식을 만들어 먹으면 식물 속의 좋은 기운이 나와 남편을 극락으로 이끌어 주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연세든 시부모님께는 자식의 방문이 극락이었고, 도회지의 자식에게는 고향집을 지키고 계시는 부모님을 찾아뵐 수 있다는 사실이 극락이었다.
그럼, 이 세상의 극락에서 저 세상의 극락으로 시선을 옮겨 보자. 사후에 이상 세계인 정토(淨土)에 태어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희망을 주는 메시지이다. 극락(極樂)은 즐거움이 끝이 없는 세계이고, 불교의 왕생(往生)이 약속된 서쪽에 있는 세계가 극락정토이다. 그곳에 계신 분이 바로 아미타여래이다.

 

▲ 그림 2 >> 관경16관변상도, 비단에 채색, 고려, 202×129.8cm, 일본 西福寺 소장. ①日想 ②水想 ③地想 ④樹想 ⑤八功德水想 ⑥總觀想 ⑦華座想 ⑧像想 ⑨偏觀一切色身想 ⑩觀觀世音眞實色身想 ⑪觀大勢至色身想 ⑫普觀想 ⑬雜想觀 ⑭上品三輩 ⑮中品三輩 ?下品三輩


서방극락정토에 계시는 아미타여래는 어떤 분일까?
아미타여래는 무량한 수명을 약속하기 때문에 무량수불(無量壽佛, Amita-yus)이라 하고, 한량없는 빛을 상징하기 때문에 무량광불(無量光佛, Amita-bha)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연유로 아미타여래가 계신 극락세계를 지상에 실현시켜 놓은 곳을 무량수전, 극락전, 아미타전, 미타전 등으로 부른다.
아미타여래의 전생은 법장보살로 부처님이 되기 전 보살로 있을 때 48가지의 큰 원(願)을 세웠는데, 이것을 ‘아미타불의 48가지 큰 서원’이라 한다. 아미타여래에 관한 경전으로는 정토삼부경이라 일컫는 『아미타경』, 『무량수경』, 『관무량수경』 등이 있다. 『아미타경』은 아미타여래의 장엄한 공덕과 염불 수행을 강조하고 있고, 『무량수경』은 아미타여래의 전생 즉 법장비구의 48원과 정토의 장엄과 왕생에 대해서, 『관무량수경』은 정토 수행 방법으로 아미타여래 및 관음보살과 대세지보살, 극락정토의 갖가지 장엄을 마음으로 관(觀)하는 16관법에 대해 설하고 있다.
『관무량수경』은 아미타여래와 관세음보살 그리고 대세지보살의 구체적인 형상에 대해 언급한 경전으로, 아미타여래의 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관무량수경』에서 설하는 16관법은 극락세계의 여러 가지 장면을 16가지로 관상(觀想)하도록 설명한 것으로, 지는 해를 보고 극락세계를 관하는 일상관(日想觀), 극락세계의 대지가 수면이나 얼음처럼 편편함을 관하는 수상관(水想觀)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수행법은 우리나라에서는 통일신라시대에 정토신앙이 유행하면서 널리 행해진 관법인데, 『삼국유사』에는 광덕(廣德)이 이 관법으로 수행을 해서 달빛을 타고 극락에 왕생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관무량수경』의 내용은 고려시대에 이 경을 설한 동기를 표현한 <관경서분변상도(觀經序分變相圖)>와 16가지의 극락세계의 장엄 관상법을 표현한 <관경16관변상도(觀經十六觀變相圖)> 등 불화로도 제작되었다.
<관경서분변상도>는 석가모니부처님 당시 마가다 국의 왕인 빔비사라 왕과 그의 아들 아사세 태자의 비극적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아사세 태자가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아버지를 감옥에 가두어 굶겨 죽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그림 1).
<관경16관변상도>는 빔비사라 왕의 아내이자 아사세 태자의 어머니인 위데휘 왕비가 비극의 갈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영축산에 계신 석가여래께 구원을 요청했고, 부처님은 그녀에게 16가지의 극락세계 장엄을 관상하게 함으로써 정토왕생을 유도했다는 내용을 표현하고 있다(그림 2).

 

 

▲ 그림 3>> 아미타내영도, 비단에 채색, 고려, 110×51cm, 국보 218호, 호암미술관 소장. 아미타여래가 관음보살 및 지장보살과 함께 화면 왼쪽 아래에 있는 왕생자를 맞으러 오고 있다.

 

▲ 그림 4>> 아미타여래가 왕생자를 맞으러 오는 내영도, 비단에 채색, 123.7×84.2cm, 카마쿠라시대(14세기), 일본 나라 大藏寺 소장. 아미타여래와 27보살이 화면의 오른쪽 아래에 왕생할 사람이 스님과 함께 있는 집을 향해 내려오고 있다.

 

 

 

 

 

 

 

 

 

 

 

 

 

 

 

 

 

 

 

 

 

 

 

 


아미타여래는 어떤 모습으로 중생 앞에 나타났는가?
중생 앞에 나타난 아미타여래는 왕생자(往生者)를 맞으러 오는 내영자(來迎者) 로서의 모습과, 중생의 수준에 맞게 다양한 설법을 하는 모습이다. 아미타여래는 중생의 근기(根機)에 맞추어 설법을 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설법을 듣는 대상을 아홉 가지로 구분했다. 아미타여래가 짓는 아홉 종류의 다른 손모양은, 상품상생부터 하품하생까지 근기가 다른 아홉 종류의 중생에게 그 수준에 맞추어 설법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아미타여래가 왕생자를 맞으러 오는 장면은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우리나라 고려불화 속의 아미타여래가 관음보살과 지장보살을 거느리고 극락에서 왕생자를 맞으러 내려오는 모습이 단순한 구도(그림 3)인 것과는 달리, 일본 불화 속의 아미타여래와 그가 거느리는 권속들이 왕생자를 맞으러 오는 모습(그림 4)은 훨씬 더 구체적이다.
온갖 음악을 연주하며 내려오는 아미타여래 일행은 누구나 극락왕생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며, 죽음은 저 어둠의 세계가 아니라 또다른 광명의 세계임을 중생에게 보여준다. 눈 앞에 극락세계를 보여줌으로써 현실 속에서 각자의 본분에 충실하게 하는 것이 종교미술이 갖는 긍정적인 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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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자 _ 덕성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박사과정을 이수했다. 「통일신라 약사불상의 연구」로 석사학위를, 「간다라 불전도상(佛傳圖像)의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동국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사찰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