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와 상대를 넘어버린 묘법의 가르침

거사와 부인이 함께 읽는 불경이야기 /『법화경』

2009-04-23     관리자
봄이 오고 있습니다. 천지 사방에는 꽃의 개벽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봄에 우리 도반들은 존재의 실상과 영원의 성불을 역설하는 『법화경』을 읽어봅니다. 이 경전은 절대도 아니고 상대도 아니며, 상대도 끊어버리고 절대도 끊어버린 절묘(絶妙), 미묘(微妙), 오묘(奧妙), 기묘(奇妙), 신묘(神妙), 교묘(巧妙), 원묘(圓妙)의 묘법(妙法)을 꽃피우는 경전 중의 경전입니다. 『법화경』은 ‘묘법의 실상’과 ‘독송의 공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소승과 대승의 융화와 방편(삼승)과 진실(일승)의 종합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해서 우리들도 이 경전을 수지(受持) 독송(讀誦)하고 해설(解說) 서사(書寫)하는 공덕을 온몸으로 느껴 보기로 했습니다.

도오 거사 _ 한 때 대승경전은 석존의 직설이 아니라는 의견이 대두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이것은 당연한 것이지요. 하지만 대승경전의 성립은 소승이 지닌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당위성과 역사 발전에 따라 생겨난 역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승경전은 석존의 가르침을 원줄기로 해서 이어온 것이지요. 때문에 한 국가 또는 한 교권을 형성한 곳에서는 정통성을 지닌 경전으로 신봉되어 왔습니다.

민락 부인 _ 대승경전은 경전의 편찬자들이 깊은 선정(디야나) 속에서 석존을 만나 청문한 내용들이지요. 그들은 시공을 초월한 선정체험 속에서 들은 가르침을 경이로운 시적 영감을 발휘하여 대승경전으로 펴냈습니다. 때문에 대승경전은 선정체험 속에서 청해들은 붓다의 진실한 말씀이지요.

승만 부인 _ 대승경전의 편찬자들은 자신만의 해탈을 최고의 이상으로 하는 성문 제자, 인과의 도리를 깨달았으나 자신만으로 만족하고 타인에게 설법하지 않는 독각(연각)을 넘어서기 위한 것이었지요.

도오 거사 _ 『법화경』은 최근 필사본이 발견된 네팔 등의 서북 인도에서 일어났던 종교문학운동 속에서 진보적이고 신앙심이 강렬한 어떤 집단이 출현시킨 것으로 봅니다. 아마도 소승과 대승의 구도 아래에서 대승으로의 회귀를 촉구하기 위해 편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를테면 1인용 자전거와 같은 성문과 연각의 소승을 넘어서는 버스와 기차와 같은 대승의 보살, 그리고 그 둘의 대립조차 뛰어넘는 일불승으로서 부처의 가르침을 제시한 것이지요. 마치 큰 배와 비행기 또는 버스와 기차와 같이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 목적지를 가는 것처럼 말입니다.

덕만 부인 _ 이 경전의 원전은 ‘사드 다르마 푼다리카 수트람(薩達磨芬陀利迦經)’입니다. 축법호는 ‘사드’를 ‘정(正)’으로 옮겨 『정법화경』 10권(286년)으로, 구마라집은 이를 ‘묘(妙)’로 옮겨 『묘법연화경』 7권(408년)으로, 사나굴다와 달마급다는 구마라집 역의 저본에다 축법호 역을 종합한 『첨품묘법연화경』 7권(601년)을 역출해 냈습니다. 이 외에도 『법등법화경』(支道根 역, 225년), 『법화삼매경』(正無畏 역, 255년), 『살운분타리경』(竺法護 역)의 세 본이 더 있었지만 현존하지 않습니다. 현존 세 본 중에서는 구마라집 번역이 가장 널리 읽혀오고 있지요.

환정 거사 _ 이 경전의 이름은 어떻게 이루어졌습니까?

민락 부인 _ 석존의 거룩한 가르침을 뜻한 『법구경』, 석존의 이름을 든 『대일경』과 『아미타경』, 주인공의 이름을 딴 『승만경』과 『유마경』, 몇 개의 경들을 모은 『대집경』, 경의 내용과 사상을 표현한 『반야경』 등에서처럼 『묘법연화경』이란 이름 속에는 경의 내용과 사상이 담겨 있습니다.

시당 거사 _ 그러면 『묘법연화경』은 소승에 상대되는 대승을 넘어선 일승의 가르침을 연꽃 중에서 가장 뛰어난 흰 연꽃에 비유하여 붙인 이름이군요?

정여 부인 _ 인도의 세친(世親)은 『법화경우파제사』(법화경론)에서 연꽃이 진흙 속에서 싹터 나왔음에도 청정하고 무구한 꽃을 피우는 것과 같이 최승의 법인 불승은 소승의 진흙 속에서 나왔으되 그 진흙과 진흙으로 인하여 흐려진 물을 떠나듯이, 성문도 『법화경』을 지님으로써 그들이 처한 진흙에서 떠나 성불할 수 있다고 했어요. 양나라 법운(法雲)은 이 경전에는 수겁 동안의 수행에 의해서 모든 사람이 성불한다는 것[因]과 구원의 부처[果]를 설하고 있으며, 이것은 연꽃의 꽃[因]과 열매[果]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처럼 인과[因果]를 함께 갖추고 있어 이 경전의 가르침이 우수함을 나타내므로 ‘묘법’이라 한다고 했지요. 수나라 천태 지자(天台 智者, 538~597)는 이 경전을 전반부의 적문(迹門, 1~14품)과 후반부의 본문(本門, 15~28품)으로 나누어 보았고요. 적문에서는 ‘제법의 실상’에 대해, 그리고 본문에서는 ‘구원의 성불’에 대해 설하였지요. 적문을 대표하는 「방편품」과 본문을 대표하는 「여래수량품」은 이 경전을 지탱하는 주축입니다.

청화 거사 _ 그러면 적문에서는 양이 끄는 수레(성문)와 사슴이 끄는 수레(연각)와 송아지가 끄는 수레(보살)라는 ‘삼승의 방편’과 한 마리 큰 흰 소가 끄는 수레(부처)라는 ‘일승의 진실’에 입각하여 제법의 실상을 전한 것이군요?

공덕 부인 _ 그렇습니다. 제법의 실상을 설하는 적문에서는 ‘삼승 방편’과 ‘일승 진실’을 ‘개권현실(開權顯實, 방편을 열어 진실을 낸다)’, ‘개삼현일(開三顯一, 삼승을 열어 일승을 낸다)’, ‘회삼귀일(廻三歸一, 삼승을 일깨워 일승으로 되돌리다)’로 표현합니다. 또 「방편품」에는 나오지 않지만 소승인 이승 사람들도 일승묘법(一乘妙法)에 눈뜸으로써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이승작물(二乘作物)’로 표현합니다.
구원의 본불 사상을 설하는 본문에서는 석존 자신이 석가족의 왕가에서 출가하여 가야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이 아니라, 이미 몇 천만억 겁이라는 무량한 시간 이전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설하지요. 때문에 깨달음을 얻고 겨우 40여 년 만에 무수한 보살들을 교화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나아가 자기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는 무량한 시간이 있으며, 부처의 수명은 시공의 제약을 넘어서 있어 무한한 과거로부터 무한한 미래에 이르기까지 온갖 세계에서 진리를 계속적으로 설하고 있다고 하지요.

만산 거사 _ 이 경전에는 일곱 가지의 특징적 비유와 여러 비유들이 나오고 있지요?

민락 부인 _ 우리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방편(손가락)과 진실(달)이 혼재하고 있습니다. 석존의 가르침에서 볼 때도 방편을 통하지 않고 진실을 전할 수 없지요. 이 경전에서 원용하고 있는 7가지 비유들은 모두 진실을 전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승만 부인 _ 이 경전이 법화계통 종단의 소의경전이 되는 까닭은 어디에 있습니까?

도오 거사 _ 흔히 중국은 『원각경』의 나라, 한국은 『화엄경』의 나라, 일본은 『법화경』의 나라라고 부릅니다. 거기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기도 하지만 각 경전이 그 나라의 토양과 사람들의 기질을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일본은 유독 『법화경』을 널리 봉독해 왔습니다. 관련 종파만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지요. 물론 우리나라도 적지 않습니다. 각 종단이 저마다 『법화경』의 가르침을 자종의 정체성으로 삼고자 했기 때문이겠지요.

공덕 부인 _ 『관음경』도 이 『법화경』 제25품인 「관세음보살보문품」에서 독립한 경전이지요?

시당 거사 _ 그렇습니다. 이 경전의 분류상 유통분에 들어가는 「보문품」이 『관음경』으로 독립되어 한중일 세 나라에서 널리 읽혔습니다. 이 경전에 대한 영험전도 몇 종류가 있지요.

승만 부인 _ 이 모두가 『법화경』의 수지•독송•해설•서사의 공덕을 표현한 것이군요. 저도 오늘부터 사경(寫經)을 시작해야겠습니다.

불교에는 참선과 간경 및 주력과 절수행 등 여러 수행법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사경은 독특한 의미를 지닙니다. 최근 『법화경』을 사경하는 불자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사경은 참선과 간경에 필적하는 또 다른 수행법입니다. 한 경전을 사경할 때마다 세 번(혹은 한 번)의 절을 하고 한 글자를 쓰는 과정은 고도의 정신 집중을 필요로 합니다. 수많은 경전 가운데에서도 유독 『법화경』을 즐겨 사경하는 것은 적절한 분량보다는 이 경전이 강조하는 수지•독송•해설•서사 공덕의 지중함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도반들 역시 존재의 실상과 구원의 성불을 체감하기 위해 경전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풀이하고’ ‘베껴 쓰는’ 단계로까지 가야 된다는 생각을 새삼 키우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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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섭 _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와 동 대학원 불교학과 석•박사 과정을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계간지 「문학 사학 철학」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으며, 동국대학교 불교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는 『한국불학사』 ,『한국불교사』, 『원효, 한국사상의 새벽』, 『원효탐색』, 『불교경전의 수사학적 표현』, 『우리 불학의 길』, 『불교란 무엇인가』, 『불교생태학』, 『불교와 생명』 등 다수가 있다. 1998~99년 월간 「문학과 창작」 2회 추천 완료(신인상)하였으며 시집으로는 『몸이라는 화두』, 『흐르는 물의 선정』, 『황금똥에 대한 삼매』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