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풀면서 수행하라

우리 스님/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

2007-03-28     관리자

오랜만에 도선사를 찾았다. 사람이든 도량이든 좋은 인연을 만나야 반듯해지고 번듯해진다더니, 법당 앞마당이 훤해진 경내를 둘러보면서 ‘환골탈태’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고, 역시 ‘사람이 희망이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불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지스님을 찬탄한다.
“상(相)이 없으시고,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시다. 인정이 많으셔서 불쌍한 사람을 그냥 못 지나치신다.”(진여심, 61세, 영등포구 거주)
“스님 덕분에 108산사를 순례할 원력을 세웠고 벌써 네 곳에 다녀왔다. 꼭 108산사를 다 참배해서 108염주를 완성해서 자식들에게 물려줄 것이다. 엄마가 108사찰을 다니면서 기도했다는 것을 알면 우리 아이들도 불심이 깊어질 것같다.”(반야행, 55세, 강북구 거주)
“삼천여 명이 함께 순례하는 것만으로도 환희심이 생긴다. 정말 장관이다. 또 일일장터에서 그 지역 특산물을 구경하고 사는 것도 큰 즐거움 중의 하나다. 농민도 돕고 가족의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선덕행, 48세, 성북구 거주)
“스님이 오시고 나서 도선사가 많이 달라졌다. 항상 웃으시고 베풀어주시는 스님만 뵈어도 행복해진다. 스님의 원력이 크셔서 행사 때마다 무지개가 뜬다.”고 미소짓는 불자들, 일체 현상은 환영과 같고 물거품과 같고 그림자와 같다고 하지만 신이한 무지개의 출현이 불자들을 기쁘게 하고, 신심을 굳건하게 하니 그 불자의 말마따나 스님의 원력에서 비롯된 불보살의 크나큰 가피일 것이다.

기도·포교·복지·문화도량으로 정착시키다
혜자 스님은 지난 2001년 11월에 도선사 주지 소임을 맡았다. 취임식에서 약속(사찰 재정의 투명화, 교육·포교·복지·문화 분야의 역량 강화, 문중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한 것을 거의 다 이루어서 사부대중의 칭송을 받고 있다.
스님은 청담대종사 탄신 100주년 행사를 여법하게 수행하였으며, 청담사상 연구소, 청담기념관, 청담사상 학술세미나 개최 등 청담 스님의 사상과 업적을 선양하였다. 아울러 도량 재정비 불사 및 교육(싣달학원 기본교리반을 30년 만에 재개원하여 1기부터 12기까지 2천여 명을 배출, 청담정보통신고 인터넷 방송국 도서관 개관, 청담장학문화재단 장학금 지원 등), 포교(제28사단 신병교육대·제51탄약대대 법당 불사), 해외포교(도선사 캄보디아 라지보 사원 자매결연 통한 전산실 개원, 국내 최초로 중국 법문사와 형제결연), 사회복지(청담종합사회복지관 신축, 캄보디아 지뢰마을 구호품 전달, 강북청소년수련관 위탁), 문화(산사음악회, 불교사진전, 캄보디아 앙코르 왓 사원 복원불사 동참, 도선국사 개산대재 봉행) 등 도선사를 기도도량에서 나아가 포교·복지·문화도량으로 정착시켜 다른 사찰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신행문화를 열다
특히‘108산사순례법회 기도회’는 발대식(2006년 9월 7일 봉행)부터 교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스님이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를 출간하면서부터 화제를 모았는데, 순례법회 동참인원이 순식간에 수천여 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10월 17일 통도사를 시작으로 해인사, 송광사에 이어 경국사를 순례하였고, 2월 말에는 관촉사를 순례할 예정인데, 현재 4천여 명이 동참하고 있다. 정초에 ‘2007 불교계 우리 농촌 살리기 선포식’을 통해 전국의 사찰을 순례할 때마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어 농촌 살리기 운동에 적극 동참할 것을 결의하였다.
한 부처님이 만 생명을 살린다더니, 스님의 아이디어 하나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이익과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마치 하늘도 칭찬하듯 통도사 순례법회 때 무지개가 출현하여 동참자들의 환희심을 배가시켰다.
“108산사순례법회 기도회는 부처님과 은사이신 청담 스님이 주신 것이고, 우리 농촌 살리기는 동참 불자님들의 아이디어입니다. 11월 29일 송광사에 갈 때엔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었는데,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요즘은 미리 그 지역 특산물이 무엇인지 홍보해주고 있습니다. 경기, 충청 지역 등 가까운 사찰에 갈 때는 군부대에 들러서 군포교에도 일조할 것입니다. 또 108산사 환경지킴이를 발족해서 사찰 주변 환경을 청정하게 하고 올 생각입니다.”
도선사에서는 2005년 12월에 한국 사찰로서는 최초로 세계 유네스코 9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불지사리를 모셔다 4박5일간 친견법회를 가졌었다. 2006년에는 108인의 순례단이 불지사리가 모셔진 중국 서안 법문사에 가서 자매 결연을 맺고왔다. 돌아오는 도중 108산사를 찾아가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부처님께서 주신 아이디어라고 한다.
한편 108예참은 청담 스님 이래 호국참회도량인 도선사에서 해왔던 수행전통이기에 청담 스님의 아이디어라는 스님의 말씀 속에서 은사에 대한 존경심이 절절히 느껴졌다.
불자들은 한결같이 마음엔 있었어도 엄두가 나지 않았던 108산사를 순례하고 기도 수행할 수 있음에 대해 감사해한다. 동참자 중에는 부부, 형제 자매, 부모 자식, 동창, 심지어 이웃종교인까지 있으니 친지간의 화목과 아울러 포교에도 일조를 한다. 또한 지방사찰 불사에도 동참공덕을 짓게 하고, 지방사찰 인근의 복지관에 후원금(108만원)을 전하여 인간방생을 실천하고, 포교의 황금어장이라는 군불교진흥에도 일익을 담당한다.
어디 그뿐인가. 농산물직거래 장터를 열어 농촌경제를 활성화시키고, 한 알 한 알 108염주를 만들어 가는 인연 공덕을 쌓아가게 하고, 책자에 신행일기를 쓰게 하고 낙관을 찍어주어 추억이 담긴 책자로 만들어 주니, 본인도 기쁘고, 물려받은 자손들의 불심까지 일깨워 주는 등 그야말로 일거다득이다. 그래서 21세기 새로운 신행문화를 만들어가는 기도회라고 칭송하는 것이다.

청담 스님을 시봉하며 신심과 원력을 키우다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출가해서 새벽 세 시에 일어나는 것 자체가 큰 고통이었는지라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하루 종일 나무를 해오고, 불을 때면서 부지깽이로 장단을 맞추어 가며 천수경을 외우고 목탁 치는 법이며 염불을 배웠지요. 엄하게 호통을 치시다가도 자상하게 보듬어주신 은사스님은 어머니, 아버지 같은 분이셨습니다.”
그러고 보면 스님은 참 스승 복이 많다. 한국불교사의 거봉이신 청담 스님을 열반하실 때까지 시봉하면서 불법에 눈을 뜨고 출가자의 본분사를 익힐 수 있었으니 그 얼마나 큰 복인가.
“은사스님이 조계종 총무원장으로 계실 때 일인데, 마침 출타하셨을 때 어느 노보살이 떡을 해왔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스님들이 다 먹어버려서 스님껜 말씀도 못 드렸는데, 다음날 노보살이 은사스님께 ‘어제 가져온 떡 잘 드셨어요?’라고 여쭙자, ‘꿀맛이더구먼.’ 하시는 겁니다. 노보살이 돌아간 뒤 ‘내가 떡을 안 먹었다고 하면 저 보살이 얼마나 마음이 언짢겠나?’ 하시는데, ‘중생제도는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지요.”
그렇게 산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하였기에 오늘날 스님은 청담 스님과 닮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부처님 제자가 되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시주물을 아끼라”는 청담 스님의 말씀에서 근면 검소함이 몸에 배었고, 항상 마음을 잘 쓰고, 베풀면서 수행하라는 청담 스님의 말씀은 평생의 좌우명이 되었다. 스님이 25년 전 노원구 상계동의 도안사에 인연을 맺은 첫해부터 경로잔치를 하고 효자 효부상을 주는 등 보시에 열성인 것도, 지극한 신심으로 수행하시는 것도 다 어릴 적부터 몸에 익은 것이다.
“은사스님께서 수행을 강조하셔서 조석으로 열심히 염불하고, 절하고, 참선했습니다. 어느 날 문득 과연 내 수행의 점수는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어 수행점검을 하기 위해 절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절하고 나서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법당 문을 나서는데, 은사스님께서 다가와 ‘불교로 사유하고 불교로 말하고 불교로 행동하여 삶 자체가 진리와 하나될 때 바로 생활불교가 실현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지요. 다시 말하면, 일상생활 순간순간에 자기 생각과 감정을 안으로 살펴서, 놓을 것은 놓고, 좋게 돌려놓을 것은 돌려 놓을 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마음을 잘 써서 좋은 인연으로 만드는 이가 참 불자라는 스님, 다음 생에도 출가수행자의 길을 가겠노라는 스님에게서 깊은 신심과 중생구제의 원력이 느껴졌다. 순간 도선사 경내의 포대화상(미륵불의 화신)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니 똑 닮았다. 사랑과 평화와 희망의 미륵불은 바로 우리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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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 스님|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14세 때 청담 대종사를 은사로 모시고 삼각산 도선사에서 출가, 청담 스님이 열반할 때까지 시봉하였다. 청담 스님 열반 후 통도사 강원, 송광사선원에서 수선안거를 했다. 동국대 불교대학원을 거쳐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사서실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조계종 소청심사위원장·청담학원·혜명복지원 이사장·인드라망 생명공동체·경제정의실천불교 시민연합·불교환경연대회 공동대표·풍경소리 대표이사·불교귀농학교 교장, 삼각산 도선사 주지를 맡고 있다.
노인복지 공로 대통령 표창(2002년), 모범사찰선정 총무원장 표창(2003년), 종정감사 모범사찰 선정 총무원장 표창(2004년)을 받았으며, 문화포교 공로로 유네스코 은관 문화상 (2004년), 재단법인 전국 소아암 협회 공로패(2004년), 필리핀 대통령 직속기관인 교육부로부터 교육문화대상(2005년), 캄보디아 정부로부터 금관문화훈장(2006년 6월), 팔라우 정부로부터 교육훈장(2006년 7월), 국회도서관으로부터 감사패(2006년 12월), 무궁화선양회로부터 불교선양부문 무궁화대상(2006년 12월)을 수상하였다.
주요 저서로 『사람노릇 하고 살기가 어디 그리 쉬운가』 『절에서 배우는 불교』 『빈 연못에 바람이 울고 있다』 『캄보디아』 『산중 명상집』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가 있으며, 엮은 책으로 『영원한 대자유』 『마음 꽃다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