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불교 성지] 티벳

하늘과 가장 가까운 신비의 땅, 티벳

2009-04-23     관리자
▲ 라싸에서 시가체로 가는 길, 해발 4,488m에 있는 얌드록쵸 호수. 분노한 신들의 안식처로 불리고 있다.

티벳은 인도와 네팔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히말라야 산맥과 티벳 고원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평균 고도 4,000m의 지구상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여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린다. 빨려들어갈 듯 깊고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진 비경은 가슴 벅차도록 아름답지만, 고원지대의 척박한 자연환경은 생활하기에는 많은 불편이 따른다. 그러나 몇 개월 또는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백, 수천km를 오체투지하며 사원을 참배하고, 부처님께 귀의하여 살아가는 티벳인들의 불심은 만다라꽃(보는 이로 하여금 환희심을 내게 하는 천상계의 아름다운 꽃)에 비유될 만하다.

티벳에서. 만나는. 경이로운. 풍경.
티벳은 쉽게 외부인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다. 해발 100m도 안 되는 곳에서 사는 우리에게 고산증은 최고의 복병으로 다가온다. 증세는 대개 이렇다. 기압과 중력의 차이에서 오게 되는데, 머리가 멍하고 가슴이 답답하며 구토증세가 느껴지는 게 일반적이다. 예방과 치유방법으론 가능한 천천히 걷고 물을 많이 마시며 수시로 복식호흡을 해야 한다.

▲ 하늘열차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 모든 순례를 마치고 고원에서 내려오는 길은 하늘열차를 이용하는 게 좋다. 낭만과 여유가 있다. 라싸에서 서안까지 36시간을 달리는 동안 도반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자연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다.

티벳으로 통하는 길은 육로와 항로, 철로가 모두 가능하다. 육로는 네팔 카트만두에서 국경도시 코다리-장무를 통하거나, 최근 유명해진 차마고도(茶馬古道: 중국 운남•사천에서 티베트를 넘어 네팔•인도까지 이어지는 가장 오래된 문명 교역로. 이 길을 이용해 중국의 차와 티벳의 말을 교역했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항로는 중국 서안, 중경, 성도 그리고 중전에서 탑승이 가능하다.
그리고 철로가 있는데 청해성과 서장고원을 잇는 청장열차, 즉 하늘열차를 타고 가는 방법이다. 하늘열차는 무엇보다 낭만적이다. 티벳 고원이 빚어낸 형형의 빛과 눈 덮인 설산, 용트림하듯 뿜어대는 구름산의 절경,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드넓은 초원에 점점이 박힌 야크와 양떼의 모습 등 티벳 오지의 경이로운 풍경을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교통수단이다.
티벳에 가면 마을 입구, 언덕, 산마루 등에서 어김없이 타르쵸(불경을 적어놓은 오색의 기도깃발)를 만나게 된다. 건강과 행복을 빌며 매달아놓은 깃발이 평화롭게 나부끼는 모습을 보며, 티벳에 도착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설산의 눈이 녹아 척박한 대지를 적시는 여름이면, 회색의 들녘은 푸른빛을 띠며 진한 노랑의 유채꽃은 원색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또한 민가의 담과 벽에 덕지덕지 야크똥 연료를 붙여놓아 햇빛에 말린다. 연료가 마르면 이를 우기 때 쓰기 위해 담과 지붕 위에 장작처럼 쌓아놓은 모습이 이채롭다. 정갈해보이진 않지만 있는 그대로의 정감있는 풍경과 티벳인들의 티없이 맑고 순수한 미소를 마주하게 되면서 티벳의 정취에 흠뻑 빠져들게 된다.

티벳. 성지. 순례.

▲ 달라이 라마의 겨울궁전이었던 포탈라 궁. 티벳의 역사, 문화, 종교, 정치 중심지로서 복합적인 역할을 하며 티벳의 상징적인 존재이다.

티벳의 순례 코스는 비교적 단순하다. 주로 티벳 3대 도시인 라싸, 시가체, 장체를 돌게 된다. 성도(聖都) 라싸 외곽의 홍산 기슭에 달라이 라마의 겨울궁전인 포탈라 궁(높이 117m, 길이 360m)이 우뚝 솟아 있다. 티벳 전통 건축의 걸작이라 불리는 포탈라 궁은 티벳의 역사, 문화, 종교, 정치 중심지로서 복합적인 역할을 하며 티벳의 상징적인 존재가 되었다. 과거 죽어서도 궁을 떠나지 않았던 티벳의 절대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는 1959년 중국의 탄압을 피해 인도 다람살라에 티벳망명정부를 수립했다. 비록 달라이 라마는 기거하지 않지만 순례자들은 여전히 포탈라 궁을 참배하며, 티벳의 독립을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라싸의 조캉사원은 ‘티벳의 심장’으로서 티벳불교의 총 본산이자 살아숨쉬는 신앙의 중심이다. 티벳인이라면 일생에 한 번 이상은 조캉사원을 반드시 참배한다. 조캉사원에는 당 태종의 양녀인 문성공주가 송첸캄포(고대 티벳의 33대 왕으로 실질적으로 티벳 왕조를 건국한 시조)에게 시집오면서 가져온, 12세 때의 석가모니 모습을 형상화한 불상이 모셔져 있다.
장체는 티벳 최고의 곡창지역으로, 백거사 만불탑이 유명하다. 만불이 모셔진 만불탑에 오르면 장체시와 들녘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시 2시간을 이동하면 햇살이 가장 많이 머무는 도시 시가체가 나온다. 시가체는 역대로부터 판첸 라마(달라이 라마에 이은 티벳불교의 2인자)가 종교와 정치를 다스리던 곳이었다. 타시륀포 사원은 1989년 입적한 10대 판첸 라마까지 역대 판첸 라마의 등신불탑(영탑)과 세계최대 금동부처상이 모셔져 있다.
티벳 순례 중 가장 힘든 여정은 수미산(須彌山: 불교의 우주관에서 우주의 중심을 이루는 거대한 산. 티벳인들은 카일라스를 수미산이라고 믿는다.) 순례이다. 수미산 순례는 라싸에서 출발하여 다시 돌아오는 데 대략 보름 정도 걸린다. 수미산 코라(산을 둥그렇게 둘러싼 순례자의 길)를 한 바퀴 돌면 업장소멸, 다섯 바퀴를 돌면 금생에 성불한다고 한다.

▲ ‘티벳의 심장’으로서 티벳불교의 살아숨쉬는 신앙의 중심인 조캉사원. 내부에는 12세 석가모니불상 외에 파드마삼바바, 밀라레파, 총가파, 송첸캄포 등이 모셔져 있으며 사찰창건설화가 벽화로 남아있다.


티벳불교의. 종파.
티벳 사원에 가면 수많은 불상과 라마상을 친견하게 된다. 순례를 떠나기 전 종파와 유명 라마승들에 대해 파악하고 가면, 사찰참배가 훨씬 재미있고 유익할 것이다.
티벳에는 크게 4개의 종파가 있다. 최초의 종파는 닝마파로서, 8세기에 인도불교를 티벳에 전하고 『티벳 사자의 서』를 저술한 파드마삼바바로부터 비롯되었다. 적모파(赤冒派, 붉은 가사와 모자 착용)라고도 불리며, 탄트라(密敎) 수행을 중시하였다. 티벳 순례를 하다보면 죽음과 윤회에 대해 편안하게 받아들이며 이해하게 되는데, 이는 파드마삼바바가 주는 큰 선물일 것이다. 닝마파 이후 11세기에는 티벳 남서부 사캬 지방에서 사캬파가 탄생했다. 사캬파는 몽골제국의 전폭적인 후원을 얻었으며, 제정일치의 국가가 되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10만송으로 유명한 밀라레파와 그의 스승 마르파에 의해 창시된 카규파는 구심점을 쿠보사원으로 잡고 밀교적 수행을 중시하였다. 12세기 이후 현재 17번째 환생에 이르는 카르마파(달라이 라마, 판첸 라마에 이어 세 번째의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는 카규파의 지도자를 일컫는다. 린포체라 불리는 스승들의 환생은 바로 이 카르마파로부터 비롯되었다.
겔룩파는 쇠퇴해가는 티벳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운 총카파에 의해 14세기에 성립되었다. 총카파의 두 제자가 바로 달라이 라마와 판첸 라마로서, 환생을 통해 각각 14대와 11대에 걸쳐 내려오고 있다. 겔룩파는 용수의 중관 사상을 중요시하며, 그 교세는 우리의 조계종과 비슷하다. 달라이 라마는 망명 후 나라 잃은 슬픔을 승화시켜 티벳불교의 세계화를 이루며 서양에 불교문화가 자리잡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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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국 _ 경기대 관광전문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조계종 포교사로서 불교성지순례 전문여행사인 아제여행사 대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