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아이

자비의 손길

2009-04-23     관리자

절망의 끝에서 또다른 희망이 시작된다고 했던가. 박승안(42세)•강승희(42세) 씨 부부에게 삶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지만, 하루를 웃음으로 시작한다. 젊기에 실수도 많았지만, 또한 젊기에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힘이 있었다. 때론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이 밀려오지만, 모든 것을 받아들이며 내일의 희망을 꿈꾸고 있다.
지난 해 청천벽력과 같은 일이 벌어졌다. 19세의 미성년자이던 딸아이가 덜컥 임신을 한 것이다. 아기의 아빠인 동갑내기 남자친구와는 이미 헤어진 상태였다. 딸의 미래를 생각해 낙태시키려는 생각도 하였지만, 이미 임신 6개월을 넘어선 상태라 분만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산모의 나이가 어리고 초산인 관계로 걱정이 많았는데, 걱정이 현실이 되었다. 지난 해 9월, 임신 7개월째(27주) 갑자기 양수가 터져 응급센터에 실려가 조산하게 되었다. 아기(박현성)는 심장이 완전히 펴지지 않은 채, 1.58kg의 미숙아로 태어났다. 한 달간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치료를 받았는데, 다행히 경과가 좋아 지금은 퇴원하여 집에 데려와 키우고 있다.
“현성이 아빠 측이 친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입양 보내기를 강력히 원했어요. 저희도 현성이를 낳자마자 입양을 보내려고 했지만, 차마 아픈 아이를 다른 곳에 보낼 수는 없더라구요. 그렇게 한 달 두 달 키우다보니, 이제는 정이 들어 입양은 꿈도 꾸지 않습니다. 이렇게 예쁜 아이를 낙태시키고, 입양 보내려고 했다니 지금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노릇이지요. 자식보다 손자 키울 때 더 마음이 간다더니, 손끝 하나 다칠 새라 조심스럽습니다. 할머니 마음이 다 이런가 봅니다.”
현성이를 바라보는 강승희 씨의 눈에 애틋함이 가득 묻어난다. 그러나 그 눈에 이내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딸 이야기를 하면서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애써 쓸어내린다.
“우리 딸이 이렇게 된 게 다 제 탓인 것 같아요. 딸은 엄마 팔자를 닮는다는데, 어찌나 이리 똑같은지…. 대학 2학년 때(88년)였지요. 남편은 제 친구의 남자친구였는데, 둘이 헤어졌어요. 그래서 남편을 위로해주다 서로 마음이 끌려 교제를 하게 되었지요. 그러다가 4학년 때 임신을 해서 결혼식도 못 올리고 딸을 낳게 되었습니다. 그 후 93년에 식을 올리고 이듬 해 아들을 낳았어요. 딸아이도 저와 같은 경우로 자신의 친구와 헤어진 남자친구를 위로해주다 서로 사귀게 되었고, 현성이를 낳게 되었지요. 그리고 제가 임신했을 때 어머니가 태몽으로 뱀꿈을 꾸셨다는데, 저도 딸아이가 임신했을 때 뱀꿈을 꾸었거든요.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남편 박승안 씨는 89년에 ‘MBC 청룡’에 입단해, 93년 ‘LG 트윈스’에서 조기 은퇴한 전직 프로야구 선수였다. 은퇴 원인은 지병인 당뇨병이었다. 이후 납골묘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일을 했다. 그러던 2005년 일이 잘못돼서 사기 사건에 말려 구치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집과 재산을 빚쟁이에게 빼앗기고, 지하 셋방(월세 17만원/보증금 200만원)에서 살게 되었다. 그 충격으로 박승안 씨는 당뇨병성 망막증으로 시력을 잃게 되었고(왼쪽 실명, 오른쪽 0.1), 신부전증으로 복막투석을 하고 있다.
이후 생계는 강승희 씨에게 맡겨져 텔레마케팅 일을 하였으나, 밤 늦게 들어오는 일의 특성상 아이들을 돌볼 수가 없었다. 젊은 엄마 아빠로서 아이들을 개방적으로 키우며 의사소통이 잘 된다고 생각했는데, 딸의 임신은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하였다. 그러나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던 현성이의 재롱을 보면서, 다시 집안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비관하지 않고, 조그만 것에도 감사하며 아이들과 함께 긍정적으로 살고 싶습니다.”라는 박승안 씨의 말처럼, 새봄에는 웃을 일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손자의 양육과 남편의 병간호를 위해 강승희 씨가 직장을 그만두면서, 이들 가족은 전적으로 정부보조금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기에 희망이 없어 보이지만, 딸(20세)과 아들(16세)로부터 밝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딸은 요리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요리학원에 다니며, 싱글맘으로서 현성이를 잘 키울 자신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키가 180cm가 넘는 아들은 지난 해부터 주위의 도움으로 야구를 배우며, 박승안 씨가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운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비록 현재는 어렵고 힘들지라도, 가족이라는 친밀감이 높아 서로 힘과 의지가 되고 있습니다. 현성이가 태어날 때 큰 축복을 받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보다 큰 사랑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불자 여러분의 작은 관심과 정성을 바랍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사회에서 소외된 채 어두운 그늘에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이웃이 많이 있습니다. 이에 저희 월간 「불광」에서는 불우한 환경에 처한 이웃을 소개하여 그들의 힘만으로는 버거운 고된 삶의 짐을 함께 하려 합니다. 주위에 무의탁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이웃 등 힘든 삶을 꾸려나가시는 분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고 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후원에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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