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법은 나의 사명나의

  천중천이시며 성중성이신 부처님!

  저에게 벅찬 환희를 내려주신 부처님의 성도광명일을 맞이하여 존경하옵는 큰스님과 여러 대중스님들, 그리고 법우 형제 여러분 앞에서 보잘 것없는 내용이나마 말씀올리게 됨을 무한한 기쁨으로 생각합니다.

  저는 6.25사변 나던 1950년 서울 돈암동에서 막 국민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피난민과 더불어 청주까지 갔다가 질병과 가난만을 지닌 채 고향인 경기도 여주에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가난과 병고로부터의 탈출이 지상과제였음에도 이재(理財)에 밝지 못하신 아버님의 생활방식 때문에 온 가족은 기약없는 고생을 하였답니다. 본래가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태어난 저는 악식(惡食)으로 인한 위무력증과 황달 및 채독으로 시달리게 되었으며 두 귀는 중이염까지 앓는 병약한 청소년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세서도 4남1녀의 맏이인 저에게는 가운(家運) 개척의 버거운 짐이 지워졌습니다. 천신만고끝에 읍내의 농고를 마치고 지방에서의 말단공무원 생활 4년을 거쳐 중등교사 자격검정고시 합격으로 68년부터 교단에 서게 되었고 지금은 의정부중학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저희 가정은 저의 일정한 수입이 큰 힘이 되어 남동생 셋은 모두 대학을 마쳤으며 이제는 모두 결혼하여 가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동안 온 가족이 겪은 어려움은 남달랐으며 저희 내외의 신혼은 고생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중이염과 위게양에서 헤어나지 못하면서도 젊음 하나만으로 버티면서 희망봉을 향한 힘겨운 노를 놓지 않고 살았습니다. 저는 한학만을 하신 아버님의 전통적인 도덕관과 뜻을 무던히도 충실히 따랐던 것 같습니다. 저 자신을 돌볼 줄 모르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동료들의 우정어린 충고도 바람처럼 흘려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배움에 대한 갈증은 잠재울 수 없었습니다.

  두 동생이 어렵사리 대학을 마치고 막내 동생이 입학하던 해, 저는 37살의 나이로 방송통신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통신대학을 졸업하고 마침 서울로 이사오게 되어 연세대 교육대학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경기도 이천으로 먼 길을 통근하면서도 심신이 시달리는 것도 잊고 열심히 공부하여 장학금도 받곤 했습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두고 가정적으로 어려움이 닥쳐오면서 평소 강인하다는 저의 의지도 거짓이었다는 듯이 모든 힘을 잃어버리는 무력함이 밀어 닥쳤습니다. 내 이제까지 사심을 버리고 진심을 다해 살아온 것, 모두에 회의를 느끼면서 야속한 마음과 원망심이 점점 불어만 갔으며 가장으로서의 심한 자책감과 좌절감으로 신경성 질환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여지껏 옳게만 살아왔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심한 혼란과 갈등속에서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좌절로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기복적 불교를 믿어오신 어미님을 따라 어쩌다 따라다녔던 기억밖에 없었던 절을 답답한 심정을 달래느라 찾아보았지만 허전한 마음을 채워주지는 못했습니다.

  89년 4월 23일 일요일 오후, 그날도 저희 내외는 허전하고 고뇌에 찬 마음을 달래보려고 시름없이 석촌호숫가를 걷고 있었습니다. 이때 문득 아내의 입에서 "법문이 좋은 불광사라는 절이 이 근처에 있다던데"하였습니다. 저도 별 감정없이 "그럼 한 번 가봅시다"하면서 찾았던 불광사, 그 불광사가 저로 하여금 어떤 명약으로도 치료할 수 없는 마음의 병을 없애주고 환희가 넘치는 삶을 가져다 주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 다음 일요일부터 찾아온 불광법회는 일찍이 어느 사찰에서도 체험해 보지 못한 독특한 형태의 법회였습니다. 큰스님을 비롯한 법사님들의 법문은 국절절이 가슴을 파고들어 순식간에 저를 사로잡는 것이었습니다. 입추의 여지없는 그 많은 법우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밝은 것도 그 당시 저에게는 진여 법문이었습니다. 밝고 맑고 친절하며 적극적인 법우들의 표정과 행동은 시름과 좌절의 늪에서 허덕이던 저에게 한줄기 빛이었습니다.

  대원 2법등에 소속되어 일요일마다 아내와 함께 감로법을 열심히 들었으며 큰스님을 뵈오면 그 표정 그 몸 전체가 청정 자비한 법문으로 다가오곤 했습니다.

  법등가족과 부부동반으로 처음 순례법회를 가던 날, 청암 거사님의 은근하고도 확신에 찬 법담은 초심자인 저에게 좋은 길잡이였음을 잊지 못합니다. 당시의 마하보살 수광 거사님의 법력과 수행자세는 저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으며 현재의 마하보살 현신거사님의 진실하신 보살행은 바로 우리 법등 활성화에 견인차가 되고 있음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89년 여름 제6기 바라밀교육을 받으면서 더욱 환희심을 얻은 것은 우리 스님들의 높은 학시과 지성스런 가르침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무주상 보시복덕에 대해서 말씀해 주실때 그날따라 저의 막혔던 가슴을 열리게 하였고 번뇌를 놓게 하였습니다. 그동안 저의 삶 속에서 꼭 무엇을 바라고 했던 일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이 나의 진심을 몰라주는 것에 대한 서운한 심정을 떨쳐버리지 못했던 저로 하여금 그러한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였습니다. 제 마음의 본처를 어렴풋이나마 찾고 보니 생생하게 와 닿는 법구들이 있습니다.

  "자신을 등불삼고 자신에게 의지할 것이지 남에게 의지하지 말라. 법을 등불삼고 법에 의지할 것이지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라." 「대열반경」

  "마음 마음이여 알 수 없구나. 너그러울 때는 온 세상을 다 받아들이다가도 한번 옹졸해지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구나. 마음은 모든 성자의 근원이며 만 가지 악의 주인이다. 열반의 즐거움도 마음에서 오는 것이고 윤회의 고통도 또한 마음에서 일어난다. 그러므로 마음은 세간을 뛰어넘는 문이고 해탈로 나아가는 나루터, 문을 알면 나아가지 못할까 걱정할 것 없고 나루터를 알면 피안에 이르지 못할까 근심할 것 없다. " 「달마 혈맥론」

  차츰 불서를 탐독하게 되었고 제5기 명교사교육도 수료하였습니다. 매우 체계적이고 빈틈없는 교육내용과 강사 스님과 교수님들의 사명감에 넘치는 열강은 매순간마다 짜릿한 법열의 연속이었으며 수료식을 아쉬움으로 맞게 하였습니다.

  그동안 저에게는 분등장 직책이 주어졌고 법등내에서 우수전법자로 표창도 받았으며 더 높은 사명감으로 연화부에도 들어가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내도 법등에서 임원으로 활동하며 합창단에도 참가하여 환희심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부처님의 감로법을 빠르고 바르게 만나고 나니 전법의 의욕이 저절로 생겼습니다.

  저의 전법은 내 생명 부처님 무량공덕생명 일체중생 실유불성 만생명은 부처님의 동일법성생명임을 자각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저의 생각과 표정이 바뀌고 행동양식이 바뀌고 있습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봉사적인 밝은 사람으로 바뀌어가고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연화부 활동을 통하여 도일(道一)거사님의 헌신적인 무주상(無住相)보시행을 비롯하여 부원들의 모범적인 신행활동을 본받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생명 부처님 무량공덕생명인데 무엇을 그리 아끼고 망설일 이유가 있겠습니까?

  사무량심, 육바라밀, 팔정도를 항상 잊지 않고서 보현행원의 실천으로 열매맺도록 힘쓰겠습니다.

  부처님은 성도하심으로 인하여 일체만물은 상의상관 속에서 연기법으로 생성 소멸을 거듭하기에 불생불멸이라 하셨습니다. 제행무상이고 제법무아인데, 나의 육신은 영겁중에 찰나로 왔다 가는 몸인데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은 무엇에 쓰겠습니까? 나에게도, 일체 중생에게도 여래가 내재되어 있는데 무진장의 여래심만 마음껏 내어쓰면 환희용약하는 영원한 삶이 약속되어 있는데 무엇을 망설이겠습니까?

  지난번에는 제6기 전국교사불자연수회를 경주 불국사로 3박4일간 다녀왔습니다. 이제 겨우 불문을 기웃거리는 교사들에게 불광지, 연화의식문, 법요집등을 건네주고 습의도 일러주면서 법담을 열심히 나누어 전법의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곳에서의 교사들의 진지한 태도로 보아 이 나라 불교의 장래가 매우 밝음을 확신할 수 있었습니다. 석굴암 본존 부처님전에서 저녁예불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감격도 전에 없던 일이며 꿈속에서 광덕 큰 스님의 자비하신 모습을 수차 뵙게 되는 것도 저에게는 크나큰 가피인 줄 압니다.

  부처님의 성도는 무릇 만생명의 깨침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법신 부처님은 만생명 위에 만민평등사상으로 오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불광가족 모두는 모든 중생을 기필코 구제하고야 말겠다는 큰 서원으로 뭉쳐야 할 시대적 사명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이것은 부처님의 무량대자비광명을 바르게 일러주신 법주 큰스님께서 우리들에게 무량한 환희와 함께 안겨주신 보주입니다. 아낌없이 내어쓰고 한없이 내어써야 할 보주입니다.

  부처님께서 성도 이후에 보여주신 최초의 모습은 전법을 위해 다섯 비구를 찾아나서신 것이었습니다. 우리도 성도광명일 특별 전법실천기간을 통하여 전법오서의 실천으로 법등가족배가운동에 동참합시다. 환희심으로 동참합시다. 그리하여 진리의 길을 몰라 방황하는 겨레 형제를 인도합시다. 우리의 전법대상은 시시처처에 있습니다. 진리를 전하고 기쁨을 나눕시다.

  큰 눈사람을 만들려면 처음에는 아주 단단하고 작은 눈덩이가 필요하듯이 계정혜 삼학으로 단단히 뭉친 법체가 되어 불은 입은 불광보살로서 전법만이 저의 사명임을 알고 열심히 살아갈 것을 삼보님전에 서원드립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