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는 마음, 나누는 마음

작은 것이 아름답다 3

2007-03-28     관리자

겨우내 묵은 때를 털어버리고 새봄을 상큼하게 맞이하기 위해서 대청소를 해야 하는데 도대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집안 곳곳에 켜켜이 쌓인 먼지는 물론이고 베란다에 죽 늘어 놓은 재활용통이 산더미다. 그뿐인가. 두터운 겨울 옷가지며 방마다 뒹구는 책들, 장난감에 이르기까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실컷 정리하고 돌아보면 아들 방은 금세 도로아미타불이다. 그런데 재활용통에 넣었던 장난감도 다시 돌아와 있다. 다시 솎으려고 하는데, 아들이 엄마는 왜 옛날 말하고 지금 말이 다르냐며 정색을 한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못 알아들었는데, “엄마, 얘를 아껴주라고 했으면서 왜 버리려고 해요. 얘가 속상해하잖아요.”라고 하기에 그제서야 알아차렸다. 아들이 새로운 장난감을 사달라고 할 때마다 “네가 또 새 장난감을 사서 놀면 얘가 얼마나 슬퍼하겠니? 너도 네 친구가 새로운 친구하고만 놀려고 하면 마음이 어떻겠어? 속상하겠지. 장난감도 마찬가지야. 물건이든 사람이든 소중하게 아껴야 해.”라는 말로 아들의 새 장난감 타령을 잠재웠던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늘 똑같은 말을 되풀이한 것이 문제였다.
“이젠 너도 한 살을 더 먹었잖아. 그러니까 이 장난감을 갖고 놀 나이는 지났지? 이 장난감을 버리는 게 아니라 너보다 어린 동생들에게 나눠주는 거야.”라고 하면서 그 참에 유리병, 페트병, 종이, 깡통, 비닐 등 재활용 분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폐지 한 장이라도 쓰레기 봉투에 넣어버리면 죽지만 재활용통에 넣으면 다시 살려 쓸 수 있다는 말과 함께 아껴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 아나바다운동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런데 아뿔싸, 인라인스케이트를 새것으로 사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사촌형이 쓰던 것은 너무 낡았으니 새로 사서 신다가 다른 애에게 주면 될 게 아니냐고 하는데 승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