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순간 새롭게시작하라

불광 33주년 연속기획 특집-마음공부 이야기/집착을 내려놓는 법

2007-03-28     관리자

때때로 일상의 반복되는 틀에서 벗어나 만행을 떠날 때가 있다. 늘상 반복되던 일상에서 호젓하게 벗어나 그간의 삶을 한 발자국 멀리서 관조해 보게 되면 내 삶의 반복과 진부함이 몸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여행길에서는 그간 내가 갇혀 있던 어떤 틀을 보게도 되고, 조금 더 너른 시선으로 색안경이나 편견 없이 나 자신을 살펴보는 지혜를 문득 깨닫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런 깨달음을 위해 꼭 짐을 챙겨 너도 나도 여행길에 나설 필요는 없다. 똑같은 일상을 살더라도 새로운 여행은 떠날 수 있다. 그동안은 우리가 똑같은 생각들을 가지고, 똑같은 틀 속에서, 똑같이 반복하며 틀에 박힌 삶을 살다보니 우리 삶이 늘 그렇고 그랬지만, 스스로 갇혀있는 틀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나날이 새로울 수 있다. 매 순간이 새로운 만행길일 수도 있는 것이다.
생각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어떤 생각, 어떤 틀, 어떤 고정관념, 어떤 한정 등에 딱 마음이 머물러 집착해 있는가를 보지 못하는 한은 어지간해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수 없다.

매 순간이 새롭다
사실 이 세상은 매 순간 순간이 날마다 새롭다. 어느 한 순간도 새롭지 않은 때가 없고, 어느 한 순간도 경이에 찬 순간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나 세상이 늘 그렇고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내 마음이 늘 그렇고 그렇기 때문이다. 내 마음이 어떤 한 가지에 머물러 집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어떤 틀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면 매 순간 이 세상의 전혀 새로운 경이에 눈뜰 수 있다.
옛 말에 한 번 목욕한 강물에 다시 목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미 그 강물은 지나가고 없다. 전혀 새로운 강물만이 매 순간 순간 우리 앞에 있을 뿐이다. 그러나 전에 있던 강물이라는 틀에 사로잡힌 사람은 그게 그거일 뿐이고 매번 보는 강물이 다 같은 것일 뿐이지 전혀 새로운 강물일 수 없는 것이다.
그건 강물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 강물은 늘 새로운데 내 견해가 틀에 박힌 것이다. 처음 강물에 몸을 담그는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전혀 새로운 현재에 생경하게 몸을 담그어 보라. 그랬을 때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면서도 전혀 새로운 삶을 마주하게 될 수 있다.
사람들이 다 그렇다. 제 스스로 자신의 적성, 취미, 재능, 능력, 사상, 종교 등 다 정해 놓고 그 울타리 안에서만 살려고 발버둥치지, 그 울타리를 치워볼 생각은 좀처럼 하지 못한다. 자신의 울타리에 스스로 갇혀 있기 때문에 그 울타리 안에서의 새로운 것만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고작해야 그 틀 안에서의 새로움일 뿐이다.


지금 이 순간을 보라
진정 새로운 변화를 바란다면, 무언가 새로운 삶의 전환을 원한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시작할 수 있다. 변화는 언제나 밖으로부터가 아닌 안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 안의 그 어떤 정해진 틀만 버리면 새로운 가능성은 무한히 열려 있다. 정해진 틀을 버리고, 고정된 생각을 버리고 전혀 새로운 텅 빈 시선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라.
텅 빈 시선으로 맑게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우린 어린아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기의 시선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때 우린 세상을 상대로 그 어떤 시비나 분별도 일으키지 않을 것이며 새롭고 경외에 넘치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어제나 그제, 혹은 지금까지 살아온 나이만큼의 세월 동안 내가 살아왔던 모습으로 오늘을 똑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 어제의 일은, 아니 조금 전의 일까지라도 모두 비워버리고 오직 지금 이 순간으로 세상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세상엔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 야생적이며 자연적인 것들에게서는 똑같은 것을 찾을 수 없다. 진리와 합일하여 살아가는 모든 존재에게서 똑같은 것이란 있을 수 없다. 같은 꽃이라 할지라도 똑같은 꽃은 없으며, 똑같은 조건 아래에서 자란 나무들 또한 똑같은 나무가 아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있지만 똑같은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아마도 인류 역사상 전 인류의 시공을 통틀어 똑같은 모습과 삶, 생각을 가지고 산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어제의 하늘은 어제의 하늘일 뿐 오늘의 하늘은 전혀 다른 별개의 하늘이다. 어제의 나무며 들꽃들과 오늘의 나무며 들꽃은 서로 같지 않다. 전혀 새로운 오늘을 맞이하고 있다. 날마다, 아니 매 순간순간 전혀 새로운 찰나 찰나가 있을 뿐이다. 그것이 이 세상의 본래적인 모습이며 진리 본연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진리 본연의 모습을 따라야 하고, 그것은 바로 매 순간순간을 전혀 새롭게 보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깨달은 이들의 세상을 보는 방식이 아니겠는가.
지금 이 순간 이 세상은 전혀 새로운 곳이다. 내 눈에 보여지는 모든 대상들은 내가 처음 보는 것들이다. 눈이 내려도 항상 첫 눈이며, 사랑도 항상 첫 사랑일 뿐이고, 바람이 불더라도 항상 새로운 바람일 뿐이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라. 늘상 행하던 일이라도 전혀 새로운 시선으로 그 일을 시작해 보라. 어린아이가 되어 숲길을 거닐어 보라. 처음 보는 듯 피어나는 봄꽃을 바라보라. 평소 때와는 다르게 조금 더 깊이 바라보라. 날마다 새롭게 피어날 때 매 순간순간은 기적과도 같은 진리의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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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상 스님 | 현재 강원도 양구 도솔사 군법사로서, 생활수행도량 ‘목탁소리(http://www.mok-taksori.org)’를 개설하여 생활 속에서 마음을 닦고자 하는 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하고 계시다. 저서에 『생활수행이야기』, 『마음공부이야기』, 『날마다 새롭게 일어나라』, 『반야심경과 마음공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