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의 향풍] 사리불. 목건련 존자의 구도

영산의 향풍

2009-04-20     지관 스님

—  『산쟈』교에 대한 회의

  부처님 당시 최초의 절이 있었던 왕사성 북쪽에 「나라다」라는 곳이 있었는데 이곳에는 유명한 도인이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산쟈」라고 하였고 500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존경을 받으며 교화를 하고 있었다.    
  그는 불법문 중에서는 바리사바외도라 하는 것인데 천지․자연을 숭배하고 그 자연현상을 설명하며 천지 자연에 제사를 지내고 계행을 지키면 죽은 뒤에 범천에 태어난다는 가르침이었다. 그의 하늘․땅․우뢰 등 자연현상을 숭배하는 가르침이 이와같이 널리 퍼진 데는 그의 이(二)대 제자에 힘입은 바 크다. 이(二)대 제자란 「사리불」과 「목건련」이다. 사리불은 부처님께 귀의하여 지혜제일이라 이르는 대 아라한이 되었지만 목건련과 함께 이 산쟈 외도의 제자였던 것이다. 사리불은 산쟈에게서 그 도를 배우고 교리를 익혔다. 그래서 그의 명철한 지혜와 웅변은 널리 산쟈의 가르침을 전했고 자연숭배에 대한 그의 해설은 많은 사람의 귀의를 얻게 하였다. 그리고 산쟈의 또 하나의 제자인 목건련은 다 아는 바 부처님께 귀의한 후 이 또한 십(十)대 제자의 하나로서 신통제일이라 불리우는 대 아라한이다. 목건련은 산쟈의 제자로 있을 때도 신통력을 얻어서 사리불의 설법과 함께 산쟈의 법을 펴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은 서로 둘도 없이 친했다. 그들의 구도심은 부단히 불타고 있었고, 산쟈의 가르침의 마지막을 본 그들은 그에 만족할 수 없었다.
  자연의 이법을 설명한다고 하자. 그리고 자연을 숭배한다고 하자. 그리고 행을 닦아서 범천에 난다고 하자. 그렇지만 그것이 어찌 생사를 해탈하는 길이 될 수 있을까. 설사 이와같은 것을 다 얻었다 하더라도 이 마음 속에 있는 꾸물대는 생각, 이 마음 속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두고 큰 도를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들은 산쟈의 신뢰를 받고 산쟈의 교단에서 지위를 보장받았지만 산쟈의 가르침 가운데서 마침내 회의가 싹트기 시작했고 그 회의는 산쟈교단에선 풀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들 두 사람은 의논하였다. 우리 둘이 우리가 찾는 도를 배울 수 있는 큰 스승을 만나거든 서로 도와서 함께 배우자 굳게 약속했다.

  아설시 비구를 만나다.

  그리고 지나던 어느 날 사리불은 왕사성 거리에서 한 사문을 만났다. 사문의 거동은 점잖았다. 정숙했다. 그의 표정과 그의 자세 모두에게서 안정되고 거룩한 빛이 풍기는 것 같았다. 그는 한참동안 그 뒤를 따라가다가 마침내 말을 걸었다. 
 『사문이시어, 당신은 누구를 스승으로 하고 어떠한 가르침을 배우고 있는 분입니까? 내가 뵈옵기로 거룩한 가르침을 배운 분 같습니다. 말씀하여 주십시요.』 그의 말은 간곡하고 진실에 넘쳤다. 사리불을 사로잡은 이 거룩한 거동의 비구는 바로 「아설시」(阿說示)였다. 아설시는 교진여와 함께 부처님을 따라 출가한 오(五)비구의 한 사람이다. 그는 마침 왕사성에 걸식을 왔었던 것이다. 그는 대답하였다.
『저는 왕사성 밖 죽림정사에 계시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제자입니다.』 
  사리불은 물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이라구요? 그 부처님은 어떠한 법을 가르치십니까?』 아설시는 대답하였다. 『저는 아직 깊은 법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 스승님이신 부처님께서 항상 가르치시기를 모든 법은 인연에 의해서 생기느니라. 그리고 인연에 의해서 멸하느니라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우리 스승이신 부처님은 이 인연을 가르치고 이 인연이 멸하는 것을 또한 말씀하십니다.』 
  이 말을 들은 사리불은 자기도 모르게 덥석 길에 주저앉았다. 청천벽력같은 법문이 그의 마음 속에서 터져나가고 그의 긴 의혹을 풀어주었던 것이다. 그렇다. 천지, 만물 자연, 그 모두는 인연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마침내는 인연에 따라 또 사라진다. 그렇다면 이 인연을 초월하며, 인연을 멸하는 방법이 있단 말인가.     이것이야말로 내가 구하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내가 구하는 도가 아닐까. 오랜 방황 끝에 구하고 구하던 거룩한 가르침을, 그리고 그 가르침을 들려주실 거룩한 스승을 그는 이제야 만났다. 그는 감격을 다 말할 수 없었다. 합장하고 아설시 비구에게 말을 했다. 
  『이제야 말로, 바른 가르침을 얻었습니다. 일찍이 이러한 깊은 가르침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는 길에 엎드려 합장하고 감사하며 예배드리고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리고는 나르는 듯이 목건련을 찾아갔다.

  빛을 찾다

  사리불은 기뻐서 어떤 말을 해야할 지 몰랐다. 목건련을 대하자 「기뻐해 주시요. 우리는 만났습니다. 우리의 스승을 만났습니다. 우리가 찾던 거룩한 가르침을 만났습니다.」 그는 소리쳤다. 그리고 목건련에게 자초지종을 자세히 말했다. 그리고 석가모니 부처님이야말로 우리의 스승이 되실 분이라고 그들은 의견을 모았다.
  실력이 있고 지혜가 있고 많은 사람의 귀의를 받는 것이 깨달음과 무슨 상관이 있는가. 인연을 알고 인연을 끊고 번뇌에서 벗어나고 번뇌에서 벗어난 맑은 행을 하기 위해서 수행하는 우리다. 이제 이 어둑한 마음을 두고 지혜와 신통으로 어떻게 나의 참마음을 속일 수 있을까. 나의 길은 고오다마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목건련 역시 그와 같이 생각이 일었을 때 그의 기쁨 또한 말할 수 없었다. 그는 당장 부처님께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제까지 사사해 오던 그의 스승 「산쟈」가 있다. 물론 산쟈는 그의 출가를 찬성하지 않으리라. 그렇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은 이윽고 스승 산쟈에게로 갔다.
  이들 두 제자가 부처님께 가겠다는 말을 들은 「산쟈」는 놀랐다. 그는 진노를 억누르면서 그에게 고함쳤다. 『그대들은 벌써 도를 닦고 있지 않는가. 그대들의 도는 이미 이루어지지 않았던가. 그대들의 지위는 내가 이미 보장하지 않았던가. 어째서 그런 마음을 내는가. 그대들은 나의 후계자로서 500명 제자들을 나누어주겠다고 하지 않던가. 생각을 돌이켜라.』하고 그는 성의를 다해서 만류했다.
  그들은 대답하였다. 『스승님, 아무리 천지․자연현상을 숭배하더라도, 자기 마음의 빛을 찾지 못하고 마음을 바르고 맑게 하지 못한다면 이것을 어찌 진정한 깨달음의 길이라 하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산쟈는 그의 교리와 그의 성의를 다해서 거듭 두 제자를 설득했다.
  하지만 그 말은 이들의 마음을 채울 수 없었다. 푸른 바다보다도 허공보다도 큰 법을 구해 마지 않는 이들에게 한강이나 양자강이나 내지 아마존의 강물이 아무리 크다하더라도 그의 마음을 채워줄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조용히 눈짓하고 산쟈의 앞에서 물러섰다. 그리고는 이윽고 죽림정사로 나아갔다.

  출가하다

  죽림정사는 「빈바사라」왕이 「가란타」장자와 함께 지은 왕사성에 있는 절이다. 「빈바사라」왕이 마갈타국 교화를 위해서 정성을 다해서 지은 절인 만큼 광대한 규모와 장엄은 엄정을 극한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 곳에 이르러 깊은 감명을 받는다.
  과연 거룩하여라. 이곳에 계신 분들이야 말로 참으로 성자다. 그의 마음은 더욱 성스러운 믿음으로 가득해졌다. 더욱이 합장하고 그들을 맞아주는 그곳에 있는 비구들의 모습, 그곳에 모여 있는 비구들의 태도가 자연스럽고 온화하고 단정하고, 또한 질서가 있는, 그 생활분위기에서 그는 더욱 깊은 감명을 받았다. 몇 군데 장로 비구인 듯한 사람을 가운데 두고 설법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그는 그 가운데서 「아설시」를 발견했다. 「아설시」야 말로 앞서 사리불에게 부처님의 길을 일러준 바로 그 사문이다. 그들은 생각하였다. 부처님을 먼저 예배할 것인가, 저 아설시 비구를 예배할 것인가. 
  『우리는 아설시 비구의 가르침을 받아서 이곳에 왔으니 아설시 비구에게 먼저 예배하는 것이 옳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아설시 비구의 발 아래 예배를 하였다.
  부처님은 멀리서 그들을 보셨다. 그리고 이들 두 사람이 장차 부처님 교단에 큰 재목이 될 것을 알고 계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저 두사람을 보라. 저들은 법문 중에서 반드시 큰 재목이 되리라.』

  불법과 함께 영원한 이름

  사리불과 목건련은 부처님 교단에 와서 부처님 설법을 듣고 수행하여 곧 대 아라한이 되고 마침내 이미 먼저 부처님께 귀의해왔던 가섭형제들과 그의 제자 천(千)여 명을 앞질러 부처님의 상수제자가 되었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사리불은 지혜제일로 부처님의 교화를 도와서 널리 부처님의 교법을 꽃피웠고, 목건련 또한 지혜와 신통으로 널리 교화를 펴, 부처님 교단의 이(二)대 지주(支柱)로서 그 명성을 널리 떨쳤던 것이다. 이들 두 비구가 부처님을 섬기면서 우리에게 끼쳐준 은덕은 참으로 크다. 경전 도처에 사리불과 부처님과의 문답과 목건련의 커다란 덕행을 통해서 부처님의 끝없는 법문을 흘러 나오게 하였고, 사리불의 지혜와 목건련의 대 덕행이 우리에게 만고의 거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두 비구에게 진리에 대한 참된 구도심이 없었던들 그는 산쟈 교단에서 그의 계승자가 되어 그곳에 안주했으리라. 그리고 그는 결코 부처님의 대 해탈법문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아설시 비구의 행위에 대한 문제다. 이들 사리불을 감동시킨 아설시 비구의 거동은 만고의 귀감이 될 것이다. 부처님 제자는 그가 앉았던 섰던 가던, 도량에 있던 거리에 나왔던, 그의 마음의 진실이 언제나 그의 온 행위에서 거룩한 빛으로 나투는 것이다. 이 아설시 비구의 거룩한 행이 이(二)대 비구를 부처님 법문으로 이끌게 했던 것이다. 사리불과 목건련의 진실한 구도심, 그리고 아실시 존자의 단정한 행의—이는 영원히 배워야 할 우리들 불자의 거울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