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을 행복하게 하는 육아

정무 스님의 생로병사 3

2007-03-28     관리자


우주는 한 가정이요, 중생은 한 가족이다
이 세상 부모 가운데 자식을 잘 기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텐데 교육관이 제대로 서지 않아서 우왕좌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무한경쟁시대이기는 하나 욕망에 얼룩진 마음으로 자녀를 기르는 게 당연시되는 추세인지라 걱정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녀를 위한다는 게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 자녀만 고이고이 기른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닙니다. 이웃들의 자녀도 잘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부처님의 말씀처럼 서로서로 의지하고 있는 연기적(緣起的) 존재임을 깨닫고 자녀 교육 또한 그와 같은 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우주는 한 가정이요, 중생은 한 가족이다. 서로 원망 말고 은혜 갚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자’는 생각으로, 또 자녀를 불성(佛性)을 지닌 주체적 인격으로 존중하면서 자녀가 불성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육아가 되어야 합니다.

아기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신생아는 여리디 여리니 실내 온도를 18도~20도, 습도는 50~70으로 해놓고 조용하게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육아도우미 외에는 출입을 금하는 것이 좋습니다. 젖먹이 때 건강이 평생 갑니다. 잘 먹이고 잘 재워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만 1~2개월부터 쾌·불쾌의 감정이 분명해서 불쾌할 때는 큰소리로 웁니다. 이때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아기 때부터 좌절감을 갖게 되고, 주위사람을 믿지 못하고, 반항심이 생긴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겠거니 하며 방심했다간 커서 불효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기저귀는 될 수 있으면 헝겊 기저귀를 채우고(환경문제 예방차원뿐만 아니라 아토피 발생률도 낮고, 헝겊기저귀를 채우면 자극에 예민해져 머리가 좋아진다고 한다), 일광욕을 시켜주면 감기에 대한 저항력이 길러집니다.
만 3개월이면 감정이 풍부해 지고, 장난감을 주면 좋아하고 손에 쥡니다. 만 6개월이면 사팔눈이 정상으로 되어 앉혀 놓아도 잘 넘어지지 않고 사람을 알아봅니다. 또 좋고 나쁜 감정이 싹터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크게 울고, 장난감을 뺏으면 싫은 얼굴을 합니다. 6개월부터 서서히 이유식을 하는데, 오곡이 들어간 미음으로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야문 것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된장국에 오곡, 갖가지 야채, 멸치, 다시마 등을 넣어서 미음을 만들어 먹이면 아주 좋습니다.
만 7~10개월은 아기의 감정이 본격적으로 발달하는 때이므로 지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말을 자주 걸어주면 아기가 말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또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놀아주면 아주 좋습니다. 아기와 노인은 궁합이 맞습니다. 아기에게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사람은 간혹 위협적인 느낌을 줄 수도 있는데, 늙어서 힘이 없고, 사랑이 깊은 노인은 부드럽고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실제로 자식에겐 욕심이 앞서서 못마땅한 점도 보이지만 손자손녀는 그저 이쁘기만 해서 자식 키울 때와는 사뭇 다른 애정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대가족제도하에서 조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사람치고 모난 사람이 없습니다.
10개월에서 첫 돌 무렵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므로 눈을 떼지 않고 돌봐주어야 합니다. 안전사고는 대부분 집에서 일어납니다. 어른 눈에는 대수롭지 않아보여도 철모르는 아이에게는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니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합니다. 한편 돌도 되기 전부터 조기교육이랍시고 욕심을 내는 부모들이 많은데,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뇌발달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저런 조기교육 교재들을 들이대 보았자 효과도 없을뿐더러 아이에게 스트레스만 줍니다. 요새 소아정신과가 성황을 이룬다고 하는데 다 잘못 공들인 탓입니다.
2~3세는 제1반항기인데, 부모의 말도 듣지 않고 공연히 짜증을 내고 울기도 합니다. 이는 아기 마음에 독립심이 강하게 싹텄다는 증거인데, 이때 너무 억압하면 평생 정서장애를 겪을 수도 있습니다.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과 관심입니다.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고,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돌봐주어야 합니다. 영아원 아이들이 지능도 덜 발달되고 잔병치레도 더 잦은 이유가 바로 사랑과 관심을 덜 받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육아는 어머니의 가장 신성하고 소중한 의무이자 보람
유아기는 환경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때입니다. 특히 3세까지는 부모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 하며, 엄마가 옆에 없으면 불안해합니다. 이 시기에 좋지 못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문제아가 될 수도 있습니다. 화목한 가정환경에서 부모의 풍부한 사랑을 받으면서 자라야 친구와도 잘 어울릴 수 있습니다. 특히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이때의 습관이 평생 간다는 것을 잘 아실 것입니다. 부모는 자녀의 살아있는 인생교과서입니다. 모든 사람에게 성심성의껏 대하는 것을 보여주고, 평상시에 질서, 배려, 예의, 인내, 극기의 습관을 길러주어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친근한 유대감은 어머니와 자녀 사이에 있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가장 신성한 의무와 보람은 자녀들을 잘 키우는 것입니다. 육아야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한량없이 귀중한 기회입니다.
자녀의 운명은 어머니들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어머니들의 감화와 모본이 자녀들의 성품과 운명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오직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것만을 반사하며 자녀를 양육해야 합니다. 대지 같고 바다 같은 거룩한 모성은 자녀를 훌륭하게 기를 뿐만 아니라 남편의 인생도 열어줍니다.
그런데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많아 아주 어릴 때부터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많은데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따뜻하게 안아주며 사랑과 관심을 주어야 합니다. 가정에서 부모와의 인간관계가 원만하게 잘 정립되어야 세상에 나가서 당당하고 건실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안심입명은 부모 자격의 필수 요건
요즘 문제아가 많은 것은 부모 자격을 갖지 못한 이들이 아이를 낳고 제멋대로 기르기 때문입니다. 부모 자신도 불안하고 우왕좌왕하는데 자식인들 편안하게 잘 기를 수 있겠습니까? 마음 공부를 통한 안심입명은 세상살이뿐만 아니라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필수적인 것입니다.
부모의 안정감이 자녀에게 안정된 기반을 제공하여 편안하고 밝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부모가 안정되어야 자녀의 확실한 의지처가 되는 것입니다. 아이와 보살피는 사람 사이에 형성되는 쌍방향의 감성전달 체계가 아이의 생명줄이 된다는 것을 명심하십시오. 아이는 눈 맞춤과 미소, 울음을 통해서 자기의 마음을 표현합니다. 이때 무관심하여 반응하지 않으면 아이는 비참한 상태가 되고 자주 아프게 됩니다.
이러한 교감이 지적발달에도 도움을 줍니다. 안정감이 충족되었을 때 뇌는 사랑받는 즐거움 말고도 신경전달물질인 옥시토신을 분비하기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안정된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들은 훗날 우정과 낭만적 친밀감 등이 동일한 회로를 활성화하여 밝고 사랑스런 성인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무관심하거나 무시하고 강요하면서 거리를 두면 아이는 불안 공포감이 생기며 자라서도 부모와 친밀감이 없습니다. 또한 불안하고 정신없는 어머니는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맞추어 주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지할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또한 아이를 세심하게 보살피지 못할 때 집착하는 식으로 반응하기도 합니다. 이런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육아정보는 넘쳐나도 가장 힘든 게 자식 기르는 것일 듯합니다. 참선이든 염불이든 수행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면 어떻게 자녀를 길러야 할지 지혜가 샘솟을 것입니다. 기도수행을 통한 안심입명 상태에서 자녀에 대한 깊은 사랑과 관심을 주는 것이야말로 우리 가정에 태어난 새로운 붓다를 성장시키는 데 최선의 영약입니다.
아울러 내 자녀뿐만 아니라 남의 자녀도 잘 키울 수 있도록 시간을 내어 봉사하고, 가난한 이웃을 위해 보시하는 것을 생활화한다면 그 복덕으로 내 자녀가 더욱 훌륭하게 성장하고, 이러한 인과법을 믿으면 만인을 행복하게 하는 육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다음 호에는 자녀교육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