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순례기] 미얀마 1 금빛의 땅

불국토 순례기/ 미얀마 불교기행 1

2009-04-18     관리자

미얀마 ---아웃트라인

버마(Burma)라는 국명으로 세계에 더 잘 알려진 미얀마(Myanma)는 사회주의 국가로 몇 년 전에 나라 이름을 미얀마로 바꾸었고, 그 수도인 랑구운(Rangoon)도 양곤(Yangon)으로 그 이름을 바꾸었다. 영국이 이 나라를 식민지로 통치할 때의 이름들을 버리고 자기 국민들이 옛부터 불러오던 이름으로 환원시킨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기억속에서 씻어낼 수 없고, 우리 민족의 역사속에 비극적 아픔으로 새겨질 '아웅산 폭탄테러사건'이 일어나 한국정부의 유능한 각료 17인이 북한의 테러에 희생당한 바로 그 땅이 이 미얀마이다.

  1962년 네윈이 정권을 잡은 이래 미얀마는 사회주의의 길로 나아갔지만 다른 사회주의국가와는 달리 불교식 사회주의 노선을 걸어왔다. 정부에 의해서 불교는 널리 장려되어 현재는 인구 4천 만중에 80%이상이 불교도이며 스님들만 하여도 200만에 달하는 불교국가가 되었다.

  미얀마는 물론 태국과 마찬가지로 공식적인 불교국가는 아니지만 예부터 국민들의 두터운 신심에 힘입어 헤아릴 수 없는 금탑과 사원을 갖게되었고, 그러한 인연으로 인도에서는 이 땅을 금빛의 땅(Golden land) 이라고 불러오고 있었다. 이제 이 별명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미얀마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되었고, 그 별명에 걸맞게 지금도 쉬지 않고 탑에 순금을 입히는 불사가 미얀마 국내 도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미얀마는 사회주의 국가인 만큼 우선 외국인의 입국이 쉽지 않다. 관광비자는 그 기간이 일주일뿐이기 때문에 충분한 관광을 하기에는 너무 짧다. 그래도 한국과는 매우 우호적인 관계여서 필자는 2주일간 체류할 수 있는 사업비자를 받았기 때문에 혼자서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특전을 얻었다.

  관광비자의 경우에는, 한 사람이든 두 사람이든 정부의 관광국 ---보통 '투어리스 버마'라고 부르지만 현재의 공식명칭은 미얀마 트래블 앤드 투어(Myanma Travel and Tour)--에서 모든 스케줄을 짜기 때문에 어느 곳에서나 이 관광국소속의 안내인들과 함께 다녀야만 한다.

  미얀마의 유명한 불교성지와 유적지에서 필자는 자주 외국관광객을 만났지만 언제나 그 곁에는 관광국 소속의 안내인과 미니버스가 동행하고 있었다.

  미얀마는 몇 년 전부터 필자가 벼르고 있던 곳이었지만 이러한 사정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에 사업비자로 자유로이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이제껏 기다려 왔던 것이다.

  허공에 솟은 신심 --쉐다공

  미얀마의 수도인 양곤에 자리잡고 있는 세계최고의 금탑인 쉐다공 파고다에 올라가 본다. 해발 58m높이의 싱구타라 언덕위에 아스라이 솟아있는 이 쉐다공 파고다는 그 높이가 98m이다. 미얀마 국민들의 가늠할 수 없는 신심을 나타낸 듯, 그 장엄함과 거대함과 화려함은 이제까지 보아온 파고다에 대한 필자의 인식을 완전히 뒤엎어 놓는 것이었다.

  세다공 파고다도 그렇지만 미얀마의 파고다는 단순히 탑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신도들이 그 안에 들어가서 예경할 수 있는 파고다는 사원[temple]이라 부르고 단순히 탑만 세워져 있어서 밖에서 탑을 예경할 수 있는 파고다는 스투파(Stupa)라 불러야 하지만 이 곳에서는 통칭하여 파고다라고 부른다.

  이외에 스님들이 수행하는 승원[Monastry]이 파고다 주위로 펼쳐져 있는 것이 미얀마 파고다의 일반적 모습이다.

  쉐다공 파고다로 올라가는 길은 동서남북으로 전부 통해 있어서 어느 곳에서나 신도들이 편한 길로 쉐다공 파고다에 올라가 예경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햇빛과 우기에 대하여 언덕 밑에까지 만들어 놓은 회랑에서부터는 신발, 양말을 다 벗어야 하므로 미얀마에서는 아예 양말을 신지 않는 것이 더욱 편리하다.

  회랑 속을 걸어오르니 양편에는 온갖 불교용품, 기념물, 골동품, 불교서적 등을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앉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건만 시끄럽지가 않은 것이 신기롭게 느껴진다. 한참을 올라가 쉐다공 파고다의 기단부에 올라서니 양곤 시내 사람들이 다 모인 듯 몹시도 번잡하다.

  불상 위에 물을 붓는 이, 꽃을 공양하는 이, 금잎을 조그만 탑에 붙이는 이, 한쪽에 옹기종기 모여 스님의 설법을 듣는 이들, 먼 곳에서 온 듯 천천히 파고다 주위를 돌며 기도하는 이, 점쟁이에게 점치는 이, 데이트하러온 남녀들, 불사에 동참하라고 권하는 마이크 소리, 불사금을 내려고 늘어선 행렬들.

  그러나 이 모든 분주함도 조용하고 차분하다.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이도 없고 조용히 걷고 조용히 절하고 조용히 차례를 기다린다. 이들은 모두 이 쉐다공 파고다의 주인이며 보호자이다.

  아하, 이것이다.

  이들의 모든 일상은 파고다 주위에서 시작되고 파고다 주위에서 스러진다. 이들은 엄숙한 절에 왔다고 경건한 몸짓을 꾸미지 않는다. 늘 그렇게 해왔듯이 그저 가만히 와서 기도도 하고 설법도 듣고 쉬기도 한다. 생활속에 들어선 부처님의 가르침이 바로 이 곳에서 숨쉬고 있음을 누구나 느낀다.

  이 쉐다공 파고다 주위를 한 바퀴 돌려면 7, 8분 가량 걸린다. 가운데의 쉐다공 파고다 대탑 둘레에는 68개의 크고 작은 탑들이 둘러싸고 있고 그 바깥쪽으로 대탑 주위를 걸어서 돌 수 있도록 포장된 넓은 마당잉 있다. 이 마당의 바깥쪽으로 다시 헤아릴 수 없는 각양각색의 탑들과 기도처와 불상들이 대탑을 둘러싸고 있으니 이 곳이야말로 총체적인 문화공간이다.

  바로 이 기단부의 넓이는 17,000평이고 이 기단부의 중심부에서 솟아올라간 쉐다공 파고다의 높이가 98m이니 그 규모도 놀라웁지만 이렇게 높고 넓은 탑을 금색의 도료를 칠한 것이 아니라 순금의 얇은 판- 여기서는 금잎[gold leaf]이라 부른다 - 으로 덮어 씌웠으니 듣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쉐다공 파고다가 한낮의 태양 아래 빛날 때는 그 곁에서 바로 쳐다보기가 어렵다. 반사되는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눈을 뜨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쉐다공 파고다를 제대로 보려면 한낮에는 멀리서 바라보고 동틀때와 해질녘에는 가까이서 보아야 그 신비로움을 체험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듯 신비롭고 장엄한 쉐다공 파고다에는 그 안에 무엇을 모셨기에 미얀마 국민의 정신적 지주가 되었을까?

  이야기는 석가모니부처님이 살아계셨던 그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만 한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