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의 향기

빛의 샘 감사가 기쁨을 낳는다

2009-04-17     관리자

    나는 가끔씩 백견산에 오르곤 한다. 백련산에는 약수터도 있고 쉼터도 있어 산책길에도 매우 좋은 곳이다.

  요즘은 계절이 계절인 만큼 불어오는 바람속에는 봄꽃의 향기가 가득하고 길 옆에는 아직 피우지 못한 꽃봉오리들의 숨가뿐 재잘거림이 들리는 듯 하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때가 되면 우뚝선 나무에는 연초록의 여린 잎이 피어나고 이름모를 풀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보는 이로 하여금 환희심을 일으키게 하는 자연의 섭리에 잠시 침묵하고 만다.

  자연은 어떤 계층에게도 평등하다. 자연은 받는 것보다는 아낌없이 주는 것을 철칙으로 여기며 산다. 그러면서도 불평보다는 늘 신선한 모습으로 맑고 진솔한 삶을 살라고 가르쳐 주는 것 같아 더욱 좋다.

  이렇듯 우리 곁에는 아름답고 소중한 자연과 함께 하고 있지만 자연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사는 아쉬움이 있다. 어디 자연에 대한 고마움 뿐이겠는가? 일상의 생활 속에서 주고 받는 다정한 인사 한마디도 인색한 게 현대인들이의 무관심인 것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며칠전에는 정릉에 볼일이 있어 택시를 탔다. 택시 천정에는 제법 손때묻은 백팔염주가 걸겨있어 불자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반갑다는 기사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차는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였다. 기사님은 평군적으로 하루에 16시간 정도 일하고 이틀에 한번씩 쉬는 날이라고 한다. 종일토록 일하다 보면 힘든 손님을 만나면 곱절로 피곤함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는 마음이 찡했다.

  "서비스업의 친절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저는 불자로서 손님들에게 친절을 보시한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래도 부족하다고 느낄때는 아침 출근 때 오장육부를 가만히 떼어 서랍 속에 넣고 나옵니다. 그러면 화낼 일도 없을테니까요" 하시며 껄껄 웃으신다.

  운전하는 분의 고충이 얼마만큼 힘든 것인가 머리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기쁠 때도 있다. 손님을 목적지까지 태워다 드리고 그 손님으로부터 "감사합니다" 라는 인사말을 들을 때다. 남ㄴ들은 흔하고 하찮은 인사말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기사님에게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청량제 역할만큼이나 신선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한다.

  차는 어느덧 정릉에 다 와간다. 화창한 봄날만큼이나 화사한 모습으로 진솔한 아름다움의 향을 지닌 기사님을 만난 오늘, 산승의 가슴은 푸근하기만 하다.

  너털 웃음을 흘리며 곱게 합장한 기사님은 손님 맞을 채비로 분주하게 어디론가 사라져 가고 있다.

  밀리는 교통난 속에서도 짜증 보다는 무엇인가 큰 기쁨을 안고 풍요로운 마음으로 걷는 발걸음은 가볍고 또 기사님에 대한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이 모두가 기사님이 준 친절과 감사와 따뜻한 인간미가 아니겠는가.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라고 어느 철학자는 말하였다.

  그만큼 인간은 상호 의존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이다.

  각양 각색의 직업을 가지고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서로에게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다면 그것처럼 아름답고 소중한 것이 또 있을까.

  그 속에는 사랑과 고나심, 넉넉함이 함께 해야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는 너무 조급하고 예민하게 반응한다. 서로가 조금만 미덕으로 웃음을 선사한다면 밝은 사회 공동체 삶을 영위할 수 있을텐데.

  늘 감사함을 잊지않을 때 기쁨은 넘친다.

문혜관: 스님. '87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 「한듬」등이 있다. 현재 한국 시조시인협회 회원, 불교문학포교원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