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불교] 미국 내 스리랑카 불교

2009-04-14     관리자

미국 내에서 티벳 불교 못지 않게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불교가 스리랑카 불교다. 물론 미국에 살고 있는 인구가 워낙 작기 때문에 신도수, 사찰수와 같은 수적인 면에서 따지면 그리 대단하지 않지만 실속면에서 보면 여느 나라의 불교보다 알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스리랑카 불교는 미국 내에서 한국 불교와 가장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불교이기도 하다. 로스엔젤레스에 있는 한국 사찰 대각사는 스리랑카 사찰과 바로 이웃에 있으며 뉴욕 등 미 전역의 한국 사찰에서 각종 행사를 할 때 스리랑카 스님들이 항상 참석하여 축사를 하거나 자리를 같이 하고 있다.

 스리랑카는 상좌부 불교의 전통을 가장 확실하게 계승하고 있는 나라로서 본국 인구의 약 80%가 불교도이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스리랑카민들 가운데에는 불교도보다 기독교인이 더 많다고 한다. 이같은 현상은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 이민와 불교인들이 기독교로 개종하는 우리 한국 이민 불교의 안타까운 현실과 마찬가지다.

 스리랑카 본국에는 현재, 근본 불교를 지향하는 데라바다야 종단과, 보다 현실적이며 사회적인 샤르보다야 종단, 2개의 종단으로 승가가 구성되어 있으며 미국에는 7개의 주요 스리랑카 사찰이 있다. 그중 5개가 데라바다야 소속이고 2개가 사르보다야 소속이다. 각 사찰의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신도들의 단합과 신심, 승가에 대한 존경심은 여느 불교보다 돈독해 지역 사회와 미국 불교계 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대 종파 간의 알력이나 분규는 전혀 없다는 것이 스리랑카 스님들과 신도들의 일치된 이야기이다.

 뉴욕에 있는  각 나라 불교인들이 매월 한번씩 모이는 뉴욕 불교협의회(Buddhist Counoil of NY) 회장직을 스리랑카 스님이 맡고 있다는 것도 스리랑카 불교의 위상을 나타내고 있는 일의 하나다. 뉴욕 불교 협의회 회장인 비히라사의 주지 피아티사(Pi-yatissa) 스님은 학자다운 풍모를 가진 스님으로 한국, 티벳, 미국, 중국 등 여러 민족 불교인들과의 연합 활동에 관심이 많은 미국 내 스리랑카 불교의 지도자격인 스님이다.

 피아타사 스님은 현재 뉴욕의 사회과학 분야 명문대학의 하나인  뉴 스쿨(New School)에 나가 강의를 하고 있는데 이 강좌는 원래 뉴욕 한국 사찰의 본찰격인 원각사의 창건주 오법안 스님이 담당했던 강좌였다. 법안 스님이 원각사 주지 소임과 박사 학위 준비 때문에 피아티사 스님에게 이 강좌를 맡겼다. 이렇게 해서 '85년부터 피아티사 스님이 법안 스님 후임으로 지금까지 강좌를 계속해 오고 있다.

 이 일로 피아티사 스님은 많은 한국인 친구 가운데 법안 스님을 가장  가까운 도반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원각사가 맨해턴 17가에 있을 때 피아티사 스님은 스리랑카 절의 큰 행사를 할 때는 원각사를 빌려 행사를 치루곤 했었다. 또 뉴욕을 찾은 한국 비구 스님들이 뉴욕의 스리랑카 절집에서 수행하는 등 한국 불교와 인연이 깊다

 피아티사 스님은 스리랑카에서 스리랑카 대학 등 두 개의 대학을 졸업하고 수 년 간 강의를 하다가 런던으로 건너 갔다. 런던에서 십여 년 지내는 동안에 런던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마친 피아티사 스님이 미국에 오면서 설립한 절이 비하라사(New York Buddhist Vihara)이다.

 비하라사는 맨해탄의 조그마한 단독 주택을 구입해 지하에 식당, 1층에는 법당,  2층에는 스님들의 숙소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법당도 작고 부처님을 모셔 놓은 법당도 한국 사찰이나 중국 사찰 등에 비하여 너무도 간단하다. 후불 탱화도 없이 다만 광배를 상징하는 원이 네온사인 장치로 하여 빛날 뿐이다. 법단의 앞에는 촛대가 같이 붙어있는 조그마한 향로가 법당 바닥에 있고 꽃병들이 둥그렇게 법단을 장식하고 있다.

 이렇듯 스리랑카 절은 외형상 초라하게조차 보이지만 그 곳 신도들의 신앙심만은 지극하며 스님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다. 스님들의 생활도 검소하고 수행도 열심이다. 그들의 태도는 부드럽고 권위의식이 없으며 항상 경건하다.

 뉴욕의 경우 스리랑카인들이 4백여명 살고 있는데 비하라 사찰의 신도는 약 50세대 정도이다. 법회는 매월 첮째 주 일요일에 하며 평균 5,60명의 신도가 참석하고 있다. 그럼에도 뉴욕불교협의회 주최로 지난 90년부터 매년 사월 초파일 맨해턴 남단 일원서 열리는 부처님오신날 기념 제등행렬에는 한국 사찰 못지 않은 인원을 동원하곤 한다.

 비하라사의 미국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매주 수요일 6시 반부터는 미국인과 스리랑카인을 대상으로 교리 강좌가 있다. 참선 강좌가 열리는 수요일이면 인근에 주차할 곳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미국인들이 몰려든다. 이들 미국인 중에는 콜럼비아 대학 등 명문 대학의 교수, 뉴욕 시 고위 공무원, 배우, 체육인 등 유명한 인물들도 많다. 피아티사 스님을 위시 그곳의 스님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치 않다.

 스리랑카는 불교는 우리와 달리 목탁도 없고 요령도 없다. 스리랑카 불교의식 중에서 가장 독특한 것은 축원기도와 같은 예불을 할 때 주전자 꼭지에 실을 매달아 스님부터 시작하여 신도까지 실을 잡고 예불을 하는 광경이다. 예불이 끝나면 참가한 신도의 손바닥에 물을 부으면 신도들은 그 물을 마신다. 그리고 실을 끊어 스님이 신도의 오른쪽에 묶어 준다. 이 실은 보리수를 상징한다고 한다.

 스리랑카 불교는 석가모니 부처님 한 분만을 모신다. 관세음 보살이나 지장보살 등의 제보살을 따로 경배하지 않는다. 원시 불교의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재가자는 출가자 비구에게 절대 귀의, 신심을 표명하며 존경한다. 출가자는 계율을 엄숙하게 지키며 위빠싸나 계통의 명상을 위주로 하는 선정에 전념하는 수도생활을 한다.

 출가자인 비구의 생활은 안빈청도의 범행 그 자체다. 오후 불식의 전통이 미국에 와서도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데 스님들은 오후의 공복을 홍차로 메꾸곤 한다. 스리랑카 사찰에 가면 스리랑카가 세계적인 차 생산지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기라도 하듯 스님들이 각자 뚜껑 달린 큰 차잔에 가득 홍차를 담아 놓고 조금씩 마시고 계신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바하라사의 경우 현재의 법당이 너무 협소하기 때문에 새로운 법당 신축공사를 작년에 시작했다. 새로 시작하는 법당의 규모는 3층 건물로 큰 건물은 아니지만 약 50세대의 신도를 가진 사찰에서 법당을 신축하는 공사를 시작한다는 자부심과 용기는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시카고에 있는 사르보다야 종단 소속 스리랑카 사찰은 아예 교회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신도들의 지극정성의 권선으로 교회 건물을 매입해 십자가조차 그대로 놔둔 채 절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사찰의 주지 스님은 "지역 사회 주민들과의 선린을 위해 십자가를 떼지 않았다."고 한다. 근본 불교를 지향하는 스리랑카 불교의 교리 외적 융통성과 함께 서세동점의 시기가 지난 뒤 정신면에서 이제 동세서점의 시기가 서서히 도래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