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 속 생활수행 10가지

나의 수행이야기

2009-04-11     관리자
 

미국으로 이민 온 지 어느덧 25년이 흘렀다. 열심히 앞만 보고 정신없이 살아오다가 10년 전 사업실패, 이혼, 부모님 죽음을 한꺼번에 격고는 일생일대의 큰 혼란기를 맞이했다. 그 때 부모님 장례문재로 절에 간 것이 인연이 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그 전에는 종교에는 일체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장례식 때 들리던 목탁소리가 절망감에 빠진 나를 일으켜 준 것이다. 그런 인연으로 맺었기에 머리로 알음알이로 알고 있는 부처님 말씀을 실제 생활에 적용시켜 내 것으로 만들어야겠다는 발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바쁜 이민생활 이었는지라 따로 불교수행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일상생활의 틈새를 활용하기로 한다.


  첫째, 출퇴근을 걸어 다니자.

 마음에 드는 코스를 찾아 45분 걸어갈 계산으로 주차시켜 놓고 일터까지 걸을 것, 상큼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특히 비오고, 눈 오고, 바람 불 때 걷는 즐거움은 몇 배의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다. 건강도 챙기고 마음도 안정되고 일석이조이다.

걸을 때 아무 망상 없이 길을 분, 퇴근할 때는 반야심경, 금강경 사구게의 뜻을 확실히 이해하며 읊조리고 온다.(신묘장구 대다리니 등도 한다)


  둘째, 매일 아침 절을 꼭 하자.

 걸어서 일터에 나보다 일찍 도착한 후 108배, 54를 하면서 어제의 나를 참회한다. 절이 끝난 후 상체와 얼굴을 찬물로 닦고 새로운 내의를 갈아입고, 물 한 컵 마신다. 마음도 상쾌해지고 온몸으로 절을 해 훌륭한 운동까지 안 것이다.


  셋째, 틈만 나면 화두를 들자.

  일할 때, 밥 먹을 때 등 틈만 나면 화두 들 것, 고야이가 쥐구멍 보듯, 골프 플레이어(Golf player)가 구멍을 보듯, 모르면 ‘I don't know'로 계속할 것,’I don't know' 의 마음으로 꼭 채울수록 육근 (六根)에 의한 분별력(좋다, 나쁘다, 사랑한다, 맞다, 틀리다 등)을 점차 무디게 만들 수 있다. 화두를 든다해서 일에 지장을 주는 일은 전혀 없다. 더욱 정신이 맑아지고 가볍고 집중력이 생겨 업무 처리도 잘 할 수 있다.


  넷째, 놓는 훈련을 하자.

  욕심이 건강도 해치고 화를 불러일으킨다. 아무리 상(相)을 없애라는 금강경을 달달 외워도 막상 3독(욕심, 화, 어리석음)에 부딪치면 살아온 업장이 두터워 쉽지 않다, 이럴 땐 나는 일단 그 줄기에서 빨리 벗어나고 본다. 부딪치면 무조건 놓고 돌아간다.

연기법, 제행무상, 제법무아, 오온개공을 그 죽개에 적용시키려고 노력한다.

욕심, 화가 클수록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깨닫게 된다.


  다섯째, 복(福)을 저축하자.

  불교에서 강조하는 무주상 보시를 아무리 공부해도 막상 보시하려면 쉽지가 않다. 인과(因果)법칙에 의거 선인선과(善人善果)요, 惡因惡果(악인악과)이듯이 모든 행위의 과보는 반드시 받는다. 은행에 저축한 셈치고 물질이든 마음이든 베풀자. 언젠가는 찾아 슬 수 있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다 보면 몸에 배어 점차 무주상 보시로 되지 않을까?


  여섯째, 상대방의 좋은 점을 먼저 볼 것

  우리는 상대방을 나의 눈높이의 자로 측정하여 판단하기 일쑤이다. 흑인, 거지, 사기꾼, 못 배운 자 등등 자기 잣대로 기준을 삼아 무시한다.

그러나 그 사람들에게도 부처의 성품이 있다. 환경에 의해서 변한 것일 뿐이다. 그 사람들도 내가 갖고 있지 않은 훌륭한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상대방의 장점을 먼저 찾아 관(觀)하여 보면 나의 인상은 따스해지고 그것을 본 상대는 더더욱 잘 해줄 거다. 대인관계를 이런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연습하면 친절이 몸에 배어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준다.


  일곱째, 이 육신과 나의 이름은 내가 아니다 라고 항상 염두에 두자.

  ‘이 육신과 나의 이름은 내가 아니다’라고 항상 염두에 둘 것. 참 나는 따로 있다. “내가 누군데? 날 무시하나? 나(我)가 없는데 무시해도 상관없다.‘ 이 모든 것이 다 생각이 일으킨 것이다. 만약 파티에서 노래시키면 시키는 대로 그냥 노래 부르면 된다. 잘 부르고 못 부르고는 더 이상 생각하지 말 것, 상대방이 보고 있는 나는 없다.


  여덟 번째, 3.8광땡을 놓치지 말자

게.정.혜(3)와 팔정도(8)를 언제 어디서나 꼭 놓치지 말 것, 계율을 지키고, 마음의 흙탕물을 가라앉히고, 매일 조금씩 책을 보는 습관을 기르고, 바른 말, 바른 생각, 바른 행동을 할 것. 3.8을 지키면 해탈 할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아홉째, 일요일에는 법회에 꼭 나가자.

  불교에서는 타종교와 같이 조직적으로 전도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인연을 강조할 뿐이다. 특히 법당에 나오는 것도 강요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일요법회를 생활화시켜야 한다.

  감자를 씻을 때 한 개보다 여러 개를 한꺼번에 씻으면 서로 부딪치면서 훨씬 잘 씻기듯이 혼자보다 여럿이 어울려 수행하는 것이 효과가 크다. 또 원을 세워 간절하고 정성스런 기도를 올리면 당장이 아니더라도 차츰차츰 기오의 효과를 느낄 수 있다.


  열째, 가끔 산행을 하자.

  시간에 쫓겨 힘들지만 계절이 바뀌는 시점을 택해 부부가 함께 산행을 한다. 시간이 허락하면 숙박도 하고, 밤하늘의 별, 물소리, 바람소리 펼쳐진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도 수행이 아닐까 생각한다.

  불교는 고급 인생 공부다. 오랜 장사꾼 계산에 비추어보면 지금 당장 잃어버리고 상대방에게 우선권을 내주고 바보가 되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무협소설에서 잘 쓰는 내공 이라는 단어처럼 나 자신을 야물고 똑똑하게 만들기 때문에 불교수행은 절대로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나는 불교수행을 통해 당뇨, 고혈압을 말끔히 없애고, 가게 건물도 사고 사업신용도 상급으로 올라섰다.

  끝으로 미국 속의 한국불교는 바뀌어야 한다. 옛 전통을 그대로 고집하면 금강석 같은 부처님 말씀이 화석화되고 이곳 교포 2세, 3세의 접근이 아주 어렵다. 부처님 말씀의 핵심을 살리고, 이곳 미국의 전통과 문화에 맞는 북교를 개발해야 한다.

  불심이 있는 수준 높은 교포 1세, 2세, 미국인들이 낙후된 운영방식에 실망하여 등을 돌린다. 미주 현실에 맞는 한국불교를 개발한다면 엄청난 효과를 보리라 확신한다. 사견(私見)이지만, 카톨릭 운영방식을 참고 하면 어떨까?


황인수: 경기도 인천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행정대학원을 졸업,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다 1981년에 도미, 현재 미국 워싱턴에서 의류도매업을 하며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

  평소 매리랜드 보현사에 다니시면서 생활 속의 수행을 실천하고 있는 신심 돈독한 불자다. 불교를 만난 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뭉클한 감동이 일어 발심 수행, 고단한 이국생활을 하는 데 큰 힘이 되었음을 밝히며 옥고를 보내주셨다.